윤지만의 와일드월드

유나이티드 항공의 인종차별, 그 이후

2017.04.17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시카고에서 루이빌로 가는 유나이티드 항공의 3411편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 중 4명이 비행기에서 내려야 할 상황이 발생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직원 4명이 루이빌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보상금을 제안하며 자리를 양보해줄 승객을 찾았지만 승객들은 각자의 이유로 제안을 거절했고, 결국 (엄밀한 의미에선 임의가 아니지만) 임의로 정한 4명의 승객에게 비행기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다. 4명의 승객 중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인 데이비드 다오는 다음 날 아침 환자를 봐야 한다며 이를 거절했고, 결국 시카고 항공국 소속의 보안 요원들이 비행기에서 내리길 거부하는 다오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끌어냈다. 다오가 피를 흘리며 비행기에서 끌려 나오는 영상은 소셜 미디어에 올라갔고,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이 사건에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겹쳐 있다. 가장 먼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유나이티드 항공의 미숙한 업무 처리다. 사건의 개요를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왜 더 많은 보상금을 제안하지 않았는지, 직원들을 다른 비행기로 옮길 수는 없었는지, 굳이 폭력적인 방식을 동원해야 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건이 발생한 직후, 유나이티드 항공의 CEO, 오스카 무노즈의 사과답지 않은 사과문이나, 내부 직원들에게 전달한 이메일은 유나이티드 항공의 대외 홍보와 업무 처리 능력을 의심하게 한다. 무노즈는 피를 흘리며 말 그대로 질질 끌려 나간 승객을 두고 여행객을 “재배치”한 것에 사과한다고 말했고, 직원들에겐 이 승객이 “호전적”이었다고 알렸다. 하지만 나중에 공개된 영상을 볼 때, 데이비드 다오가 호전적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뉴욕 타임스’는 사과가 힘든 이유에 대한 글을 통해 무노즈의 사과에서 부족했던 점을 비판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사과를 할 수 있었던 이유엔 부분적으로 제도 자체의 문제도 있다. 이번 사안처럼 탑승 정원보다 탑승해야 할 승객이 많아지는 오버부킹 문제는 미국에서 법적으로 완전히 합법이다. ‘애틀랜틱’은 영상이 충격적인 만큼, 법 또한 그렇다며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했다. 문제의 항목은 승객이 항공사의 보상금을 거절했을 때, 항공사가 승객의 탑승을 자의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밈으로 소비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인식과 달리, 오버부킹은 특별한 일이 아니며, 항공사들이 통상적으로 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버부킹은 효율적으로 공석을 없애면서 항공권의 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기에 마냥 비난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번 사건과 같이 항공사가 승객의 탑승을 거부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한 통계를 보여줬다. 2008년에서 2015년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오버부킹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비행기를 탑승하지 못하게 된 승객은 10,400명 중 한 명꼴이다. 물론 평균치와는 별개로 유나이티드 항공이 공격적인 오버부킹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을 이용한 승객은 100,000명당 11.6명이 자신의 의지와 달리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시카고 항공국 소속의 보안 요원들은 대단히 폭력적인 방식으로 데이비드 다오를 끌어냈다. ‘가디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려야 하는 승객이 “금발의 백인 여성”이어도 그렇게 폭력적이었을까?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듯, 중국인들이 아시아계에 행해진 폭력에 공감하며 인종차별을 언급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미국에서 흑인들이 경찰의 차별적인 폭력에 노출되는 것은 꾸준히 문제시됐던 부분인데, 이번엔 그 대상이 아시아계가 된 셈이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가 겹쳐 있다 보니, 유나이티드 항공을 보이콧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항공사를 보이콧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설명하지만, 내가 아시안이고, 출발도 하지 않은 비행기에서 피를 흘리며 질질 끌려 나갈지도 모른다면, 어려움이 어느 정도이든 상관없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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