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① 아직은 뜨겁지 않은 서바이벌

2017.04.18
“그 예쁜 얼굴을 하시고서 심사는 냉정하구나 하는 걸 느꼈다.”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이하 ‘시즌 2’)의 장문복이 보아에 대해 남긴 코멘트는 이번 시즌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보아는 18년 차 가수이자 심사위원인 동시에 ‘국민 프로듀서 대표’지만, 참가자에게 외모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Mnet ‘프로듀스 101’(이하 ‘시즌 1’)에서 장근석이나 트레이너들이 아무리 냉정한 말을 해도 그들의 멘트가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한 출연자는 없었다. 또한 이미 데뷔한 뉴이스트 멤버들이 스튜디오에 들어오자 참가자들이 “연예인이니까 사인 받아야지”라고 농담을 할 만큼 방송의 분위기는 종종 편하게 흘러간다. 그만큼 ‘시즌 2’의 참가자들은 ‘시즌 1’에 비해 긴장을 하지 않는다. 독설이 난무했던 ‘시즌 1’ 첫 회의 출연자 평가와 달리, ‘시즌 2’는 종종 출연자들의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시즌 1’의 테마곡 ‘Pick Me’는 “꿈을 꾸는 소녀들”이 “나를 느껴봐요 / 나를 붙잡아줘 / 나를 꼭 안아줘”라고 말하며 자신들을 “pick me” 해달라고 부탁했다. 반면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테마곡 ‘나야 나’의 소년들은 “오늘밤 주인공”이고, “네 맘을 훔칠 사람 나야 나”라고 외친다. ‘시즌 2’ 출연자들이 자신의 매력을 확신하는 것은 실력 때문은 아니다. ‘시즌 1’은 첫 회부터 김세정, 강미나를 포함해 등급 평가 A를 받은 참가자가 무려 9명이나 등장했지만, ‘시즌 2’는 김사무엘과 옹성우만이 A등급으로 분류됐다. 심지어는 같은 소속사에서 오랜 기간 연습해온 연습생들의 안무가 중구난방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시즌 2’는 참가자들을 냉혹하게 평가하기보다 어떻게든 장점을 찾아주려는 방향으로 연출된다. 라이관린과 유선호는 이제 막 기획사에 들어온 “병아리 연습생”이며 마이크조차 내려놓고 댄스 ‘기본기’를 보여주는 모습은 귀엽다고 평한다. 심지어 랩 가사를 ‘선생님’과 같이 썼다는 사실은 솔직하다고 포장된다. 박성우가 비의 ‘널 붙잡을 노래’를 부른 것은 혹평을 받을 만한 무대였지만 제작진은 여자 심사위원들의 얼굴에 ‘홍조’를 만들어주는 CG를 넣는다. 실력이 부족한 참가자에게 “아니다 싶으면 딴 길 가야 한다”거나 “초등학생만도 못하다”는 독설을 했던 ‘시즌 1’과는 대조적이다. 최종 순위 2위로 I.O.I 멤버가 되고 댄스 대결 프로그램 KBS ‘붐샤카라카’에서 준우승까지 한 김세정마저 ‘시즌 1’ 안에서는 춤 실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 부각됐을 정도였다. 반면 ‘시즌 2’에서는 연습생들이 심사위원들로부터 C, D 등급을 받을 때마다 “A 받을 줄 알았다”며 아쉬워하는 참가자들의 멘트를 넣는다. ‘시즌 1’의 소녀들을 응원하게 만든 원동력은 연습생들의 간절함과 피나는 노력이었지만, ‘시즌 2’의 소년들은 치열해지기도 전에 이 정도면 괜찮다는 ‘우쭈쭈’를 받는다.

출연자들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긴장감과 실력 평가에 대한 냉정함이 약해지면서, ‘시즌 2’는 ‘시즌 1’보다 더욱 실력 외적인 요소를 강조한다. ‘시즌 2’의 참가자들은 이미 ‘시즌 1’을 시청했고, 어떤 행동을 해야 호감을 얻고 비난을 받는지 학습했다. 첫 회에서 1등 의자에 앉으라는 말을 들은 이대휘는 “안 돼. 나 욕먹으라고?”라고 말하고, 자신의 예상 등수를 2등이라고 적어낸 것이 화면에 나오자 “저 욕먹는 거 아니에요?”라고 걱정했다. 심지어 다년간의 연습생 생활을 거친 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해 상당한 잔지식을 갖춘 참가자들도 있다. 그들은 위에화 엔터테인먼트 로고가 나오자 “스타쉽과 합작으로 우주소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술술 설명하고,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의 김사무엘이 “세븐틴 데뷔조였는데 아쉽게 나이가 너무 어려서” 최종 데뷔 멤버가 되지 못했다는 비화도 잘 안다. 무대 위에서 놀랍거나 감동적인 순간이 제시되기도 전에 출연자의 배경과 발언들로 스토리라인을 짠다. 한편으로는 ‘시즌 2’를 열심히 소비하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참가자들의 실력이나 매력에 대한 논쟁보다는 연습생들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이 이슈가 된다. 장문복이 ‘시즌 2’ 첫 회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비중을 차지한 것은 상징적이다. 화제의 인물,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재밌게 만들 인물을 부각시킨다. 반면 아이돌로서의 자질 평가는 전 시즌에 비해 유하게 흘러간다. 그 결과 무대보다 그 외의 요소가 더욱 화제가 된다.

‘시즌 1’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 중 하나는 그 전까지 인기 순위가 높지 않았던 유연정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무대에서 깔끔한 고음을 지르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을 때였다. ‘시즌 1’ 방송 클립 중 가장 높은 재생수를 자랑하는 ‘Bang Bang’ 퍼포먼스는 연습생들이 직접 안무를 짰다. 심사위원의 혹독한 평가와 작은 발언 하나에도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는 상황을, ‘시즌 1’의 출연자들은 그들의 역량으로 이겨내곤 했다. 과연 ‘시즌 2’에서도 이런 일은 가능할까? 주결경, 전소미, 김도연, 임나영이 있던 ‘시즌 1’과 ‘시즌 2’ 출연자의 외모를 비교하며 “시즌 1 때보다 비주얼이 세진 것 같다”고 자평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아직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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