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영 이후, 월례행사 같은 그 배우들

2017.04.20
요즘 배우 이동휘를 만나는 것은 거의 월례행사가 됐다. MBC ‘자체발광 오피스’에 출연 중인 그는 지난 3월 개봉한 ‘원라인’의 주연배우 중 하나였고, 2월에는 영화 ‘재심’, 1월 설 연휴에는 영화 ‘공조’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매월 새로운 작품으로 만나고 있는 이동휘가 숨고르기를 할 때쯤이면 ‘내부자들’의 조상무로 처음 이름을 기억한 조우진을 달마다 만나게 된다. OCN ‘38사기동대’, tvN ‘도깨비’, 영화 '더킹', '원라인', tvN ‘시카고 타자기’에 연이어 출연한 그는 앞으로 영화 '보안관', '리얼', 'V.I.P,', '남한산성', '강철비', '부라더', '마약왕'에도 얼굴을 비출 예정이다. 언젠가 ‘국제시장’, ‘히말라야’, ‘베테랑’, 검사외전‘ 등이 연달아 개봉할 때 “친척보다 배우 황정민을 자주 보고 있다. 이젠 소가 황정민처럼 일해야 한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적이 있는데, 이동휘와 조우진의 왕성한 활동은 상대적으로 황정민의 작품 활동이 뜸하다고 느껴질 만큼 강력했다. (하지만 황정민은 올 여름 영화 ‘군함도’를 통해 또 만날 예정이다.)

이동휘는 tvN ‘응답하라 1988’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인상적으로 해내며 특유의 캐릭터로 광고까지 여러 편 찍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요 썰고.” 라는 인상적인 대사로 관객들에게 각인된 조우진은 곧장 충무로의 블루칩이 됐다. 이렇게 특정 캐릭터를 통해 강렬하게 인지된 배우를 감초 조연으로 다시 만나는 일은 예전부터 많았다. 배성우는 2015년 총 8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한국 영화에 ‘이경영 쿼터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만큼 이경영은 다작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 A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법은 다양하다. 오디션을 볼 수도 있고, 제작자나 감독과의 인연으로 다음 작품을 함께 하기도 하며, 스태프들이 함께 작업했던 배우를 추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동휘의 소속사 화이 브라더스 측은 “‘응답하라 1988’이 방송되기 전에도 영화계에서 이동휘를 눈 여겨 보는 분이 많았다. ‘럭키’도 ‘응답하라 1988’ 이전에 캐스팅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특히 ‘럭키’는 ‘뷰티인사이드’와 같은 제작사의 작품으로, 제작사 대표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 번 호흡을 맞췄거나 어떤 스타일인지 정보를 알 수 있는 배우의 경우 일하기에도 편하다는 반응이다. A는 “물론 그 때 그 때 오디션을 볼 수도 있겠지만, 한 번 호흡을 맞춰봐서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일하기에도 편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 번 눈도장을 찍은 배우가 특히 확고한 캐릭터를 갖고 있는 경우 많은 프로젝트의 캐스팅 보드에 오를 수 있다. 또 다른 영화 제작사 관계자 B는 “딱 떠오르는 이미지의 배우들이 있다. 가령 요즘 많은 작품에 출연하는 조우진의 경우 크지 않은 덩치로 위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전형적인 느낌이 덜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마냥 ‘다작’을 하는 것은 일부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질린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충무로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 배우의 소속사 관계자 C는 “출연작이 많긴 하지만 이들 영화가 모두 천만 관객이 드는 것은 아니고 흥행에 실패하는 작품도 있다. 영화, 드라마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면 지겹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인지도를 올리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렇게까지 피로가 쌓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지 다작을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일각에서 ‘지겹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해서, 너무 비슷한 캐릭터는 피하려고 한다. 어떻게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는가는 작품을 선택할 때 항상 고민하는 부분”일 정도로 대중의 반응을 신경 쓰기도 한다. 실제로 화이 브라더스 측은 “드라마는 이동휘 씨 특유의 편안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고르되, 영화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새로운 얼굴을 찾기 힘들어진다는 반응도 있다. 한 배우 소속사 관계자 D는 “사실 어떤 캐릭터들은 다른 배우에게 기회를 줘도 무방할 때가 있다. 투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포지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역할에도 쓰던 사람만 쓰면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기 어렵다”며 아쉬움을 말했다. 또한 이것은 남자 배우들에게 국한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스크린에서 보는 배우 집단은 곧 자주 보는 남자배우의 집단이며, 그만큼 겹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D는 “남자배우들이 연기할 만한 캐릭터는 많은데 반해 여성 캐릭터는 턱없이 적다. 감초 조연으로 유명한 배우들과 거의 비슷한 분량이 할애된 여성 캐릭터를 주연급 배우가 맡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비슷한 장르 영화의 경우, 특히 주연보다 조연 캐릭터가 전형적일 가능성이 높긴 하다. 더군다나 그런 캐릭터가 특정 배우들 사이에서만 돌게 된다면 관객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작품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때문에 우리가 자주 보는 조연배우들에 대한 반응은 곧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 밀접한 연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충무로에서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검사, 조폭, 형사가 나오는 남성 영화’가 주를 이루는 분위기에서 조연 캐릭터들이 비슷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그 기회는 대체로 이미 기회를 부여받았던 배우들 사이에서 돌고 돌 때가 있으며, 이는 배우 입장에서도 마냥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유해진은 배우에게나 작품 면에서나 이상적인 롤모델이 될 수 있다. 2006년 대종상 시상식에서 ‘왕의 남자’로 남우조연상을 받고, 꾸준히 영화에 출연한 후 2016년 원톱 영화 ‘럭키’를 흥행시킨 유해진은 “다작하는 조연배우”의 가장 이상적인 코스다. 그는 많은 작품에 출연하지만, 소모된다는 느낌 없이 관객들의 호감을 사며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이것은 그가 ‘전우치’처럼 코믹한 조연부터 ‘이끼’처럼 섬뜩한 반전을 주는 역할까지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했고, 고현정 원톱 영화 ‘미쓰Go’에 출연하는 등 충무로에서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검사, 조폭, 형사가 나오는 남성 영화’에서만 많이 소모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으로 2017-2018년 개봉 예정작에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많이 보아왔던 이동휘, 조우진, 이희준, 박성웅, 김의성 등의 얼굴을 또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이들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좋은 배우들이다. 기왕이면 그들의 역량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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