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② 데뷔부터 ‘팔레트’까지, 아이유의 기록

2017.04.25
아이유는 새 앨범 ‘Palette’의 동명 타이틀곡 ‘팔레트’에서 ‘좋은 날’ 시절을 회상한다. 아이유가 그때의 자신을 지나간 시절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사이 아이유가 보여준 변화 때문이다. 소속사의 프로듀싱을 통해 이른바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던 시절과 지드래곤(이하 GD), 오혁, 김수현을 직접 섭외하며 자신이 직접 만든 곡을 원하는 순서대로 공개하기까지 하는 현재의 아이유는 매우 달라 보인다. 그 사이에 아이유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발라드 가수에서 아이돌로 태세 전환
(2008년 ‘미아’ ~ 2009년 ‘마쉬멜로우’)
아이유는 16세에 일명 ‘하이브리드 팝’이라는 웅장한 발라드 ‘미아’로 데뷔했다. 당시 소속사는 ‘원티드의 하동균과 거미가 추천하는 신인 가수’, ‘MR 제거 영상에서도 당당하게 살아남은 신인’ 등으로 그를 홍보했다. 가창력을 홍보의 포인트로 삼았다는 의미. 그러나 데뷔 미니앨범 ‘Lost And Found’는 3천 장도 나가지 않았다. 아이유에 대한 반응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다음 앨범 ‘Growing Up’의 ‘BOO’부터다. 이전과 달리 귀여움을 강조한 모습으로 ‘내가 남자친구 없는 이유를 알겠어/ 다른 애들보다 너무 재기만 했어’(‘BOO’)라며 사랑에 빠진 모습을 연출하고, ‘젤리처럼 촉촉해/쿠키처럼 달콤해’(‘마쉬멜로우’)라 노래하며 자신의 볼을 콕콕 찌르는 안무를 하자 남성들을 중심으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무대 밖에서 소녀시대의 ‘Gee’, 빅뱅의 ‘거짓말’, 슈퍼주니어 ‘쏘리 쏘리’를 통기타를 치며 커버하면서 음악적인 실력을 어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특히 MBC ‘세바퀴’에서 이문세의 노래를 커버, 어리지만 실력도 있고 속 깊은 이미지는 이후 아이유에게 큰 자산이 된다.

3단 고음으로 ‘국민 여동생’ 되다
(2010년 ‘잔소리’ ~ 2012년 ‘좋은 날’, KBS ‘드림하이’)

‘좋은 날’은 아이유를 이른바 ‘국민 여동생’으로 만든 하나의 사건이었다. ‘좋은 날’에서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 / 아이쿠, 하나, 둘/ I'm in my dream↗↗↗’ 이 구간은 ‘3단 고음’, ‘3단 부스터’ 등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고, 동시에 가창력이 좋은, 그런데 ‘오빠’를 좋아하는 소녀의 이미지를 완성시켰다. 데뷔 앨범 ‘Lost And Found’의 첫 번째 곡 ‘미운 오리’처럼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던 소녀는 그렇게 ‘좋은 날’로 백조로 변신했다. 이런 변신의 서사는 이후 하이틴 드라마 ‘드림하이’에서도 이어져, 아이유는 200일에 걸쳐 다이어트를 한 뒤 노래 실력을 인정받고 사랑까지 성공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드림하이’의 출연자들이 아이돌 스타가 되는 것처럼, 아이유는 ‘좋은 날’과 ‘드림하이’를 통해 모든 것을 가진 아이돌이 된다.

동화 속의 소녀
(2011년 ‘나만 몰랐던 이야기’ ~ 2013년 KBS ‘최고다 이순신’)

‘나만 몰랐던 이야기’는 사랑에 가슴을 두근거리던 소녀가 고백을 하고 첫 실연을 경험하는 노래였고, 이때부터 아이유는 마치 동화 속에 사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덧입는다.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 ‘REAL+’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콘셉트로, ‘나만 몰랐던 이야기’는 거울 밖의 미쳐버린 아이유를 보여주고 ‘잔혹동화’의 아이유는 거울 속 판타지 세계에서 모자장수와 왈츠를 춘다. 아이유에게는 단지 귀여운 여동생이 아니라 신비로운 이미지가 덧입혀졌고, ‘REAL+’, ‘Last Fantasy’ 등의 앨범에는 윤상, 정석원, 김광진, 이민수, 윤종신, 이적, 정재형 등 초호화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작곡가들이 참여해 음악적 깊이를 더했다. 그만큼 아이유는 음악과 비주얼 콘셉트에서 다른 아이돌들과 차별화됐고, 이것은 옆집 소녀 같던 모습에서 신비로움을 더한 동화 속 주인공으로의 변신이기도 했다. 아이유는 ‘너랑 나랑 지금은 안’ 되는 상대에게 ‘네가 있는 미래로’(‘너랑 나’)가겠다고 외치고, ‘삼촌’처럼 성인 남성에게 어필하는 노래 등을 통해 보다 높은 연령대의 남성들에게도 어필한다. 이는 현실에서도 통기타를 치며 흘러간 옛 유행가를 알고 있는 아이유가 가진 매력 중 하나이기도 했고, 이후 ‘최고다 이순신’ 같은 드라마에서는 ‘잊혀진 계절’을 부르며 중장년층에게도 사랑받는다.

판타지 밖으로
(2013년 ‘분홍신’ ~ 2014년 ‘너의 의미’)

‘분홍신’을 타이틀로 한 앨범 ‘모던 타임즈’는 아이유의 현재와 미래 사이에 놓인 갈림길이었다. 흑백필름 속 쇼걸 아이유가 빨간 구두를 신고 현실로 나와 유희열, 페퍼톤즈 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다시 필름 속 세계로 들어간다는 ‘분홍신’의 뮤직비디오는 그동안 아이유 이미지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그러나 아이유에게 자신의 세계가 판타지 속에 있다는 자각은 새로운 변화였고, 동시에 그는 ‘모던 타임즈’부터 자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앨범의 전체적인 프로듀싱은 데뷔 당시부터 제작자였던 조영철 프로듀서가 맡았지만 앨범의 처음, 중간, 끝은 아이유의 자작곡으로 채워져 있었다. 또한 연애의 밀고 당기는 상황을 노래한 ‘을의 연애’, ‘좋은 날’에 대한 안티테제처럼 보이는 ‘싫은 날’, 좋아하던 남자에 대한 실망감을 직설적으로 말해버린 ‘Voice Mail’은 ‘좋은 날’ 이후 아이유가 보여준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현실의 아이유를 드러낸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모던 타임즈’는 판타지 속의 아이유와 현실 속 아이유 사이, 또는 소속사의 프로듀싱과 아이유 사이의 줄다리기처럼 보였다. 그리고 아이유는 자신이 직접 고른 곡으로 옛 노래를 리메이크한 ‘꽃갈피’를 발표했다. 이 앨범에는 김창완과 같이 부른 ‘너의 의미’처럼 여전히 속 깊은 소녀의 모습이 있지만, 원곡보다 훨씬 서늘하게 부르며 곡의 의미까지 달리 들리게 하는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도 함께 있었다. 

현실을 사는 스물셋 신디
(2015년 KBS ‘프로듀사’ ~ ‘스물셋’)

아이유가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연기한 신디는 아이유가 아니면서도 아이유 같았다. 10년 차 아이돌로 연예계가 굴러가는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카메라 앞에서는 웃지만 뒤돌아서서 상대를 흘겨보는 신디는 지금까지 아이유에게는 없었던 모습이다. 그러나 신디는 단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 안에 또 다른 내면을 가졌고, 이것은 아이유가 앨범 ‘CHAT-SHIRE’에서 타이틀곡 ‘스물셋’을 비롯한 노래들을 통해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는 이 앨범에서 자신의 모습을 다각도로 보여주면서 대중에게 진짜 내 모습을 맞춰보라고 묻는다. ‘난 당신 맘에 들고 싶어요, 자기 머리 꼭대기 위에서 놀아도 돼요?’(‘스물셋’)라고 묻는 아이유의 모습은 ‘좋은 날’ 이후 자신의 이미지를 뒤집는 것에 가까웠다. 동화의 시절은 끝났고, 소녀는 어른이 되어 현실로 나와 직접 프로듀싱한 앨범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이 누구냐고 묻는다. 아이유는 여기까지 왔다. 여전히 음원차트를 ‘올킬’하면서.

아이유가 만든 세계
(2017년 ‘팔레트’ ~ )

‘날 좋아하는 거 알아’와 ‘날 미워하는 거 알아’가 번갈아 반복되는 ‘팔레트’는 아이유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23살의 아이유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스스로도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쏟아냈다면, 25살의 아이유는 한층 여유 있게 “I got this. I'm truly fine”이라고 흥얼거린다. 하지만 그 여유로움 속에서 아이유는 미래의 자신이 와서 현재의 자신에게 ‘지금’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의 연애사를 되짚는 은근히 거대한 스케일에, GD, 오혁, 김수현을 곡과 뮤직비디오 등에 참여시킨다. 앨범 발표 전 한 달여 동안 선공개곡으로 홍보를 할 수 있고, ‘팔레트’에서 ‘좋은 날’ 시절을 지나간 것으로 말해도 된다. 자신의 뜻대로 앨범을 만들고, 그에 어울릴 사람들을 섭외하고, 그것에 대중이 반응하게 만드는 스물다섯 여성 가수/작곡/작사/프로듀서의 존재는 한국 대중음악산업에서 지극히 희귀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이제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한다. 누군가 그 결과물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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