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프랑스 대선, 어떤 미래를 선택했나

2017.05.08

대부분의 한국인은 5월 9일에 있을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기대하고 있겠지만, 해외 소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프랑스 대선 또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이 발행되는 월요일 아침이면 아마 다음 프랑스 대통령이 누가 됐는지 이미 알고서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당연히 2차 결선 투표에 진출한 마린 르 펜과 에마뉘엘 마크롱 둘 중 한 명이 승자가 되겠지만, 둘 중 누가 됐는지에 따라 프랑스의 미래 그리고 유럽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이고, 프랑스 대선은 그 자체로 역사가 될 것이다. ‘복스’는 이번 프랑스의 대선을 “유럽에 대한 국민투표라고 불러도 과장이 아니”라고 말한다. 프랑스의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EU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르 펜과 마크롱, 그리고 프랑스의 상황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올해 프랑스의 대선은 두 차례에 걸쳐 치러진다. 1차에서 과반을 획득한 후보가 없는 경우, 1차 투표 상위 2명의 후보가 2차에서 다시 한 번 결선을 치르는데, 올해 결선에 오른 후보는 중도 좌파의 에마뉘엘 마크롱과, 극우 포퓰리스트인 마린 르 펜이다. 전통적으로 프랑스의 대선이 중도 좌파와 중도 우파의 경제관에 대한 선호도의 문제였다면, 올해는 그렇지 않다. 올해의 대선은 프랑스인이란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의 문제가 중심 화제다. 마크롱은 열린 프랑스를 옹호하고, 르 펜은 닫힌 프랑스를 주장한다. 프랑스에서 지난 2년간 계속된 테러와 10%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은 르 펜과 같은 포퓰리스트가 주류 정치에 편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르 펜은 이민자를 배척하고, 이슬람 혐오를 조장한다. 현 정권의 총리인 베르나르 카즈뇌브는 최근의 테러 이후 현 정권을 비난하는 르 펜을 두고 “잔인한 사건을 기회로 활용”한다며, “뻔뻔스럽게 공포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르 펜은 프렉시트에 대한 국민 투표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EU에서 나가려 하고 있고, 동시에 유로 통화권과 NATO에서도 나가려 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의회의 반대로, 르 펜이 의도한 대로 되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지만, 르 펜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적어도 프랑스의 EU 탈퇴 시도가 이루어질 것은 분명하다.


반면 마크롱은 프랑스인이란 누구인가에 대한 이번 선거의 의제에 프랑스인이란 그저 법적으로 프랑스 국적을 가진 사람일 뿐이라고 대답한다. 선대부터 얼마나 오래 프랑스에서 살았느냐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지난주, 프랑스 외국인 부대를 언급하며 했던 말은 그가 프랑스인이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준다. “물려받은 피가 아니라 (스스로) 흘린 피로 프랑스인이 된 이 군인들에게 감사합니다.” 선출직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정치 신인이지만, 르 펜의 대척점으로서 그는 현재 당선이 가장 유력한 프랑스 대통령 후보다.


2차 결선 투표 전 TV 토론에서 마크롱과 르 펜은 서로를 비난했다. 르 펜은 마크롱을 “아니꼬운 은행가”라 불렀고, 마크롱은 르 펜을 시스템의 “기생충”이라고 불렀다. 수준 낮은 토론이었지만, ‘BFMTV’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청자들은 마크롱이 르 펜보다 더 나은 토론을 했다고 생각했다. 선거 전 마지막 여론 조사를 보면, 마크롱이 르 펜에게 24%p 정도의 차이로 승리할 거로 예측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르 펜의 패배가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당선으로 상징됐던 극우 포퓰리스트들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미 오스트리아에선 극우 성향의 대통령 후보가 낙선했고, 네덜란드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물론 단언할 수는 없다. 프랑스 또한 유럽의 여러 국가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유럽 내에서 프랑스의 힘과 중요성을 고려해보면, 극우 포퓰리스트들의 패배에 주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번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지켜볼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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