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아빠가 또

2017.05.08
슈퍼 히어로의 서사는 ‘햄릿’의 서사와 같다. 주인공은 아버지를 잃었으며 이 아버지의 죽음에는 아버지의 것을 부당하게 취한 누군가가 연루되어 있다. 그렇게 주인공은 부당한 상속자를 벌하고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숙업을 대행하라는 의무를 유산으로 물려받는다. 이 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은 아이가 어른이 되기 위해 겪어야만 하는 통과의례이자 가부장적 사회를 구성하는 원형신화이다.

덕분에 슈퍼 히어로 무비 역시 속편이 오리지널보다 완성도가 떨어지기 쉽다는 소포모어 징크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기껏 1편에서 아버지의 자리를 승계한 주인공이 2편에서 다시 갈등을 겪으며 앞의 성장을 부정하도록 요구받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복수를 마친 햄릿이 다시금 갈등에 빠진다고 생각해보자. ‘그것이 정말 아버지의 유령이었을까?’ ‘아버지의 유령이 과연 정의로웠을까?’ 이렇게 스스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과정은 어떤 의미로는 팬들의 감동을 부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에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주인공들이 이 골치 아픈 시련을 겪을 차례가 되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주인공 피터 퀼, 자칭 스타로드는 마블 히어로 사이에서도 이질적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없었고 아버지가 없으니 물려받아야 할 책무도 없었다. 다만 어린 시절 예술적 감수성을 공유한 어머니를 잃는 순간 그 손을 잡지 못했다는 미련만이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강제되는 윤리적 의무가 아닌 어머니의 삶 속에서 배운 미학이 스타로드라는 영웅의 원동력이었다. 다른 히어로들처럼 올바른 일을 하다 죽은 아버지의 뒤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멋지게 살다 죽은 어머니를 닮는 것이 그의 목표였고, 영웅이 되어 정의를 지키는 이상으로 음악과 춤을 즐기며 우주 쾌남으로서의 삶을 고수하는 것이 그와 어머니 사이의 연결고리였다.

하지만 이번에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는 어머니의 미학은 성역으로 남겨두면서도 히어로물의 공식을 지키기 위해 부정해야만 할 아버지를 소환하고 만다. 생물학적으로도 피터 퀼의 아버지이자 신이나 다름없는 에고 더 리빙 플래닛이 그 인물로 살아 있는 행성이자 자유로이 물질을 생성하며 영생을 구가하는, 이름 그대로 에고로 가득 차 온 은하에 씨를 뿌리고 행성들을 자신으로 뒤바꿀 음모를 꾸미고 있다. 1970년대 뉴에이지 문화를 농축한 개저씨 아버지의 이 뜬금없는 등장은 주인공을 성장 아닌 퇴행으로 이끈다. 전편에서 지킨 가치에 대한 성찰로 이끌기보다는 그 시대의 탓하기 좋은 누군가로만 등장함으로써 말이다.

비록 캐릭터 본연의 매력과는 다른 방향이었을지 몰라도 ‘아이언맨 2’는 전쟁영웅 이면의 냉전시대 이전투구를,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는 미국이라는 국가가 잃어버린 올바른 가치관을, ‘토르: 다크월드’는 왕이 갖춰야만 할 고결함을 재고하며 인물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을 거쳤다. 반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의 무법자들은 그 경쾌함을 억지로 유지하느라 도리어 퇴행한 것처럼 보인다. 피터 퀼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난생처음 관심을 받아 신이 난 꼬마처럼 들뜰 뿐이고 이성에게 구애를 거절당하자 사회성 없는 오타쿠처럼 왜 드라마와는 달리 고백을 받지 않느냐며 따진다. 다른 동료들도 상대방의 외모를 놀리거나 내 조종 실력이 더 뛰어나다며 다투는, 초등학교 쉬는 시간 수준의 갈등만 빚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접기에는 아직 이르다. 슈퍼 히어로의 1편이 아버지를 닮는 것을, 2편이 아버지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3부작의 마지막은 진정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독립된 성인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행히 이 인물들이 할 법한 찌질한 고민들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서 대부분 끝이 났으니 이제는 마음껏 그들이 가진 장점을 선보일 일만 남았다. 언제나 유쾌하고 호방한 전설의 무법자들이 펼치는 우주활극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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