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듀 2’, ‘덕후’들이 다 하는 쇼

2017.05.15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이하 ‘프듀 2’)의 1차 그룹 미션 무대는 첫 회가 전파를 타기 전 진행됐다. 하지만 경연을 준비하던 당시 이미 참가자들 사이에서 ‘어벤저스’라 불리는 조가 있었다. 짧은 자기 PR 영상과 프로필 사진, 그리고 Mnet ‘엠카운트 다운’에서 공개된 ‘나야 나’ 무대만으로 인터넷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호응을 얻었고, 그들은 시청자들로부터 ‘윙크갑’, ‘센터휘’, ‘까치발’ 같은 별명까지 얻었다. ‘프듀 2’의 열성적인 소비층은 역대 서바이벌 프로그램 이상으로 빠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제작진은 이런 팬덤의 반응을 방송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방송 전에 이미 만들어진 참가자들의 별명을 언급하고, 맥락을 설명하기 위해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모아 보여주는 식이다. 심지어 아주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특정 커뮤니티 특유의 과격한 말투 그대로 옮기기까지 한다. 김종현의 탈모설을 언급하며 ‘디시인사이드 프로듀스 101 시즌 2 갤러리’에 올라온 “어니부기 탈모충이라 파양했긔...” 같은 글까지 인용할 정도다. 열성적인 시청자들이 스스로를 ‘착즙기’라고 표현하는 현상은 상징적이다. 참가자들의 매력은 종종 Mnet이 보여주지 않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화면의 구석진 곳까지 응시하는 이들에 의해 완성된다.

첫 그룹 미션 녹화 당시만 해도 ‘쏘리쏘리 2조’ 멤버들은 크게 주목받지 않았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이 결과적으로 “그대로 데뷔해도 될 만큼” 좋은 조합이 된 것에 대해 조원을 고른 황민현의 선구안을 조명했다. 이것은 충분히 흥미로운 스토리다. 하지만 정작 방송에서는 이런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제작진은 불성실한 조원의 행동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여러 번 반복됐던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 그러다 보니 방송이 한 박자 늦게 시청자의 반응을 따라가는 일도 빈번하다. 박지훈은 부동의 투표 1위를 달리는 화제의 인물이지만 그가 옷을 못 입는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팬이었다. 이후 ‘프듀 2’는 ‘해명의 시간’을 주며 패션 테러리스트로서의 캐릭터를 쇼 안으로 끌어온다. 강동호의 마이크가 망가졌을 때 라이관린이 다가가 자신의 헤드마이크를 직접 대어주던 장면은 실제 방송에서 편집됐다. 이 장면이 방송에서 활용된 것은 이른바 팬들의 ‘직캠’으로 이 모습이 인터넷에서 호응을 얻은 후다. 화제가 될 만한 장면도,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참가자들의 관계성도 모두 팬들이 포착한다. 심지어 참가자들의 구설수도 ‘악마의 편집’보다는 시청자들이 발견한 SNS 논란에서 불거진다.

자신이 응원하는 참가자를 위해 기꺼이 표를 던지고 싶게 만드는 것이 방송을 보는 중요한 이유가 되는 쇼에서, 팬덤이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처럼 그들의 매력을 전파하는 것은 예상 가능한 현상이다. 프로그램이 보여주지 않는 부분까지 주목하며 참가자의 개성을 찾아내고, ‘영업’이라는 이름으로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소년이 왜 표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소개한다. 사실상 홍보팀이 하고 있을 법한 일까지 도맡아 하는 ‘덕후’들은 네이버 TV캐스트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스트리밍을 장려하고, 지하철 광고를 위해 돈을 모은다. 그러나 팬들은 콘텐츠 자체에는 관여할 수 없다. 자신들이 응원하는 아이돌이 부를 노래를 만들지 못하고, 무대를 만들어가는 것 역시 전적으로 참가자 개인의 역량이다. 그러나 ‘프듀 2’는 방송마저 팬덤이 이끌어내는 것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다. 출연자의 캐릭터나 재미를 줄 수 있는 포인트 모두 팬덤의 자발적인 ‘영업’에 빚지고 있다. 또한 출연자는 많은 소속사가 길게는 몇 년 이상 트레이닝시킨 연습생들이고, 프로그램의 인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조별 미션에는 EXO, 방탄소년단, 세븐틴 등 지금 가장 인기 있는 남자 아이돌의 히트곡이 포함 돼 있었다. 데뷔하면 그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팀의 콘텐츠를 출연자의 매력을 높이는 데 쓰는 셈이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할 자본과 미디어를 가진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콘텐츠, 더 나아가서 아이돌 그룹 제작이라는 데 있어 Mnet의 역할이 무엇인지는 의아하다.

Mnet ‘프로듀스 101’ 첫 시즌은 상당한 화제가 됐고, 그만큼 Mnet은 시즌 2에서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방송을 진행한다. ‘프듀 2’에서 최종 11명으로 뽑힌 멤버들은 시즌 1과 달리 2018년 12월 31일까지 계약한다. 그만큼 더 오랜 기간 여러 소속사의 연습생들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면 그만큼 뽑힌 출연자와 소속사에게 수익을 보장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Mnet은 팬덤의 ‘영업’과 기존 기획사의 좋은 콘텐츠들을 입히는 것 외에는 무엇을 잘하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 ‘프듀 2’와 관련해 최근 각 출연자들의 팬덤이 갈등을 빚거나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몇몇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Mnet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팬덤의 에너지로 돌아가는 콘텐츠는 통제할 수 없는 문제가 일어나곤 한다. 과연 Mnet이 ‘프듀 2’와 그 이후에 팬덤을 만족시킬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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