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① 트와이스의 ‘Signal’에 관한 다섯 개의 시선

2017.05.16
지금 동요를 불러도 1위는 무조건 할 것 같은 걸그룹, 트와이스가 15일 신곡 ‘Signal’을 발표했다. 과연 그들의 이번 앨범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키고,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다섯 명의 필자가 각자의 관점에서 트와이스의 ‘Signal’에 대해 말했다.

걸그룹 올스타를 한 팀에 구현한 것 같은 트와이스 멤버들의 외모가 가진 매력은 그들만의 것이다. 하지만 ‘Signal’은 과거의 원더걸스, 또는 요즘 귀여움을 내세운 어느 걸그룹이 소화해도 상관 없을 듯 하다. 노래에서 멤버들의 목소리는 개성이 강조되기 보다는 곡의 리듬을 소화하기 적합한 수준만 만족시키고, 뮤직비디오는 외계인으로 표현된 좋아하는 상대에게 다가서고 싶은 마음을 멤버를 바꿔가며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트와이스는 언제나 그래왔지만, ‘Cheer up’이나 ‘TT’의 뮤직비디오는 각각 다른 캐릭터의 코스프레를 통해 멤버들의 외모가 가진 매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Signal’에서 쯔위의 괴력이나 다현의 분신술이 멤버 각자의 어떤 매력을 잡아내는지는 알 수 없다. 그들은 학교를 배경으로 엇비슷한 옷을 입은채 초능력을 외계인에게 어필하는 도구로 쓸 뿐, 그것으로 자신을 표현하지는 못한다. 초능력이라는 설정이 기획의 안일함을 덮는 단편적인 아이디어로 보이는 이유다. 거대한 벌판에서 시작한 뮤직비디오가 갑자기 다른 걸그룹 뮤직비디오와 다를바 없는 스케일의 세트장에서 진행되는 구성은 더욱 이런 의심이 들게 만든다.

초능력과 외계인이라는 아이디어를 제거하면 ‘Signal’은 학교에서 귀여운 소녀가 좋아하는 상대에게 애교를 부리며 다가서는, 그 많은 걸그룹 중 아무나 적당한 자본과 기획으로 제작할 수 있는 결과물이다. 그나마 퍼포먼스는 이전보다 좀 더 다양한 대형을 보는 재미가 있지만 동작들은 대부분 여전히 안무와 율동 사이의 어디쯤에 있고, ‘답답해서 미치겠다 정말 / 왜 그런지 모르겠다 정말’에서는 랩뿐만 아니라 춤 역시 작곡가인 박진영의 솔로 곡에 들어가도 위화감이 없을만큼 곡의 흐름과는 상관 없는 동작이다. 하트와 애교를 반복하는 안무도 누구에게 소구하겠다는 것인지는 알겠지만, 그만큼 ‘Signal’이 ‘TT’인지 ‘Knock Knock’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물론 그래도 트와이스는 음원차트 1위를 지킬 것이고, 많은 앨범이 팔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멤버의 매력에 상당부분 빚지고 있는 것이고, 잘 된다는 이유만으로 최고의 인기 걸그룹이 된 순간에도 어떤 야심도, 변화도 없는 것에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Signal’은 놀라울 만큼 대충 만든 것 같은 콘텐츠다.

글. 강명석


트와이스의 ‘Signal’ 뮤직비디오를 관통하는 이미지는 프레피룩이다. 1년 전 ’Cheer Up' 뮤직비디오에서 슬쩍 선보였던 스쿨룩을 업그레이드했다. 앳돼 보이는 일본풍 교복, 세일러문 코스튬 대신 플리츠 스커트, 블레이져 재킷, 화이트 셔츠 등 프레피룩의 몇몇 요소를 차용, 차분한 느낌을 가미했다. 이는 명백히 고등학교로 보이는 장소에서 단 1명의 외계인 소년을 둘러싸고 9명의 소녀들이 벌이는 떠들썩한 초능력 쇼를 제법 진지한 구애 작전으로 보이게 만든다. 프레피룩을 통해 기존의 소녀스러움은 간직하되 뮤직비디오의 정조가 너무 소란스럽게 흘러가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잡은 것이다. 얼굴의 1/4를 차지하는 대형 핀으로 걸리쉬 스타일을 고수하되 쇄골뼈에 닿을 듯 길게 늘어뜨린 드롭형 귀걸이로 성숙미를 첨가한 것과 같은 이치다. 반면 뮤직비디오의 초반과 후반을 장식한, 화려한 레트로 스타일은 쓰임새 면에서 안이했다. ‘Signal’의 화자는 상대방의 마음이 어떻건, 자신의 감정 전달에만 골몰하는 여성이다. ‘순수한 떨림을 주체하지 못 하는 소녀’든 ‘나를 좋아해 달라며 떼를 쓰는 젊은 여성’이든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매달리는 모양새다. 프레피룩으로 챙긴 약간의 성숙함 이상을 구태여 시각화할 필요가 없는 가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칫 멤버들의 각기 다른 예쁨이 묻힐 수도 있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을까. 게다가 멤버별 초능력과 의상의 배치도 섬세하지 않다. 모모는 번개처럼 빨리 달릴 수 있는 초능력의 소유자지만 거동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초미니 레트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여성의 몸과 움직임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다는 의미고, 뮤직비디오의 내용 및 곡의 가사와 일부 스타일 컨셉의 괴리감이 부각돼 아쉬움을 남긴다.

글. 김선주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제법 히트곡이 쌓인 트와이스의 경력에서 ‘Signal’은 앨범으로서의 존재, 취향, 가치를 언급할 만한 첫 번째 결과물이다. 트와이스에게 ‘발랄’은 케이팝 여성그룹이 공유하는 정서적 무기처럼 보이지만, 굳이 의도를 규정할 필요가 없는 ‘순수’라는 측면에서 흔치 않은 자산이기도 하다. K-POP이라는 규정 안에서 흔한 것 같지만 동시에 독특하기도 한 이들이, 굳이 ‘K_POP스러움’을 의식하지 않는 영미권의 팝 형식과 만날 때 어떤 일이 생길까? 완전하지는 않지만 ‘Signal’이 답이 될 것이다. ‘하루에 세번’이나 ‘ONLY 너’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수록곡은 ‘타이틀곡’은 되지 못할지라도, 정확히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는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 JYP, 박진영이라는 존재가 등장한다면 어떨까. 궁금한가? 노래 ‘Signal’이 충분한 답이 되었다.

‘Signal’에 투입된 자원은 꽤 화려하다. 도입을 지배하는 ‘Sign을 보내, Signal 보내’는 단어의 쓰임이 적절한지 고민의 여지가 있지만 문자적, 청각적으로 동시에 환기되는 확실한 ‘훅’으로 기능한다. 뒤 이어 굵직한 베이스와 함께 노래 전체의 주제를 빠르게 전달하면서 분위기를 잡는다. 댄스 비트가 추가되면서 잠시 긴장을 풀고, 전통적인 문법, 다시 말해 대중적 예상에서 절정으로 연결되는 순간까지 끌어낸다. 그런데 ‘Signal 보내 Signal 보내’는 여러모로 기대와 많이 다르다. 최근의 팝 음악이 후렴부가 폭발하기 보다 잔잔하게 등장하지만, 대신 주제와 멜로디의 전환이 확실하면서 미리 공개한 훅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는 흔하다. 하지만 이 후렴은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는다. 멜로디와 사운드, 내용까지도 모두 되풀이된다. ‘Signal 보내’와 ‘난 너를 원해’의 직접 반복은 게으르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면 듣는 사람은 노래가 시작하고 1분 30초가 지난 시점에서 이 모든 것이 한 번 더 반복될 것을 알고 있다. 좋은 절정의 재림은 언제든지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떨까? 이른바 ‘포인트 안무’로 극복하기는 좀 어렵다.

글. 서성덕(음악평론가)


트와이스는 언제나 기다리는 여성이었다. ‘OOH-AHH하게’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해줄 누군가를 기다렸고, ‘CHEER UP’과 ‘KNOCK KNOCK’에서 사랑하는 상대가 자신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오기를 기다렸으며, ‘TT’ 역시 상대방에게 연락조차 먼저 하지 못한 채 애만 태우는 소녀의 노래였다. 그러나 ‘SIGNAL’에서 트와이스는 좋아하는 누군가를 가만히 기다리지 않는다. 정확히는 ‘기다리지만은 않은 척’ 한다. 열심히 사인과 시그널을 보내도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속상해하지만, 사실 트와이스가 이 곡에서 말하는 신호란 알아채기도 어려울 눈짓과 손짓, 표정 정도다. 표현 방식이 살짝 달라졌을 뿐 수동적이며 수줍은 여성의 캐릭터는 변하지 않았다. 

쯔위의 괴력, 정연의 타임스톱 등 멤버별로 하나씩 부여된 초능력 또한 티저 이미지에서 이미 각각의 능력 보다는 코스튬이 더욱 강조 되었 듯, 뮤직비디오에서 초능력이라는 설정은 오로지 상대방을 유혹하는 도구로만 활용된다. 트와이스의 세계관을 확장시키거나 각기 다르게 예쁜 것 이상으로 멤버별 개성을 차별화해 보여주겠다는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교복이나 복고풍 의상을 수시로 갈아입은 것처럼 초능력은 사랑밖에 모르는 소녀의 캐릭터를 위해 코스튬을 잠깐 걸친 것에 가깝다.

그러는 사이 트와이스의 콘셉트는 같은 자리를 맴돈다. 심지어 이들은 ‘SIGNAL’에서 손가락 하트를 만들고, 손으로 하트를 그려보이고, 두 멤버가 팔을 맞대고 하트를 만드는 등 곡 전체에 걸쳐 퍼포먼스라기보다 팬서비스에 가까운 포인트 안무는 ‘CHEER UP’의 ‘샤샤샤(Shy Shy Shy)’, 손가락으로 ‘T’ 모양을 만들던 ‘TT’ 안무의 연장이다. 수동적이고 무해한 여성상에 대한 비판을 반복하기에 앞서, 거꾸로 질문해본다. 데뷔 후 약 1년 반, 무려 다섯번째 활동에 이를 때까지 멤버들 각각은 물론 트와이스라는 팀은 과연 고유의 서사와 얼굴을 만들어냈는가? 수많은 걸 그룹 사이, 트와이스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팀 전체가 애교자판기처럼 소비되고 있지만은 않나? 최대 다수의 최대 접근을 유도하려던 전략은 도리어 트와이스를 딜레마에 빠뜨렸고, 이들이 어떤 걸 그룹인지 설명하기란 점점 어렵게 되었다. 남은 건 애교와 코스튬뿐이므로.

글. 황효진(프리랜스 에디터)


‘트와이스’라서 주목 해보는 거지, 곡만 놓고 보자면 논의의 가치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K-POP 뮤직비디오의 ‘숨겨진 의미’ 독해는 몇 년 전부터 다른 네티즌들에게 맡겨놓은 지 오래지만 ‘Signal’의 경우 그 의뢰마저도 귀찮고 누가 온 동네에서 쩌렁쩌렁 외친다한들 크게 귀담아 듣지도 않을 것 같다. 첫 장면은 어느 벌판에서 복고 의상을 입고 콩트의 한 장면처럼 어설프게 쓰러지는 트와이스 멤버들이다. 아무런 궁금증이나 질문이 생기지 않았다. 쯔위를 좋아해서 쯔위만 열심히 봤다. ‘싸인을 보내, Signal’ 하는 도입부 가사는 약간 신들린 듯 주문처럼 외워지기를 의도한 것 같지만 어휘가 왠지 모르게 논리적으로 캐치된다. 정말 이게 뭐지? 라고 생각한 순간 멤버 아홉이 어딘지 모를 교실에서 어디서 구입한지 모를 교복을 입고 등장하기 시작한다. 반가워 죽을 뻔 했다. 한국의 학교와 교복은 걸그룹 아이돌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 트와이스에게 난데없이 생긴 초능력은 시시하게 세상 따위를 구하거나 평화를 유지하는데 쓰이지 않는다. 평화, 안보, 통일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서 트와이스는 각자의 초능력을 남학생 교복을 입은 외계인을 유혹하는데 사용해버린다. 이 장면들에서 멤버들은 무언가를 말하거나 연기를 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자 이것을 캡쳐하여 움짤을 만들어라’ 라는 의도 밖에 없는 것 같으니 팬이라면 많이들 제작하셔서 즐거우셨으면 좋겠다. 4분 안팎의 짧은 시간 안에 약 50번째 ‘대체 이게 다 뭐지?’ 하는 생각이 들 때 쯤, 가사를 억지로 붙잡아보니 ‘못 알아듣네’, ‘하나도 안 통해’, ‘눈치도 없나봐’ 같은 것이 들리다 얼렁뚱땅 끝나버린다. 곡의 가사 뿐 아니라 뮤직비디오의 스토리 역시 전체적으로 비어있다. ‘공허함’이 케이팝의 본질이라면 그냥 비워놓으면 될 일이지만, 이 곡과 비디오는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의도가 있음’을 의도하느라 정신없어 보인다. 진짜 흑마법에 걸린 기분이었다. 노래를 만든 사람도, 노래를 부르는 가수도, 노래를 듣는 사람도 모두 ‘못 알아듣네, 눈치가 없네’ 라는 가사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박진영이 허락한 주체성’은 그가 기획한 모든 여성가수가 공통적으로 갖는 스탠스다. 과거 ‘아무것도 몰라요’가 대세였던 타 기획사의 여성가수들 사이에서 진주, 박지윤, 원더걸스, 미쓰에이가 추구한 ‘당돌한’ 여성의 이미지는 독보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 주체성은 멤버 개개인에게 아티스트로서의 독립에 힘을 실어주기보단 프로듀서 박진영의 독창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더 많은 기능을 했다. 자신이 꿈꾸는 여성상을, 그 여성의 심정이 되어 쓰고, 그것을 어린 여성들에게 부르게 하는 것. 지극히 수동적인 방식으로 가짜 주체성을 내세우는 방식은 영리한 프로듀서 박진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이자, 동시에 비판받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가 가장 최근 기획한 트와이스의 이번 신곡 역시 마찬가지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유명한 영화를 패러디하고, 할로윈의 귀신이 되고, 초능력을 사용해 외계인을 유혹했지만 컨텐츠 속의 서사보다 인물 자체를 집요하게 주목하는 연출은 그것들을 여성 연예인이 원인모를 애교를 부리거나, 잔을 흔들며 화면 가득 웃는 게 전부인 한 편의 긴 소주광고처럼 보이게 만들 뿐이었다. 이는 뮤직비디오 뿐 아니라 트와이스라는 그룹의 이번 앨범 프로듀싱 전체에서 느껴지는 감각이다. 트와이스의 이번 신곡 ‘SIGNAL’이 다시 한번 의미 있게 증명한 것이 있다면, 걸그룹 멤버 당사자의 포즈나 표정보다 더 수동적이라 지탄 받아야 될 것은 그들 뒤에 있는 기획자들이라는 점일 것이다. 자본이 곧 윤리와 예술성의 기준이 되는 가혹한 업계에서 새로운 것을 탐색하고, 비판적 메시지에 대한 각성과 비전 제시를 추구하는 것은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부디 이 시그널만큼은 부디 그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

글. 복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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