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박미선, 별난 여자의 길

2017.05.17
남녀 모두 피임을 해야 하지만, (가장 손쉬운 방법이 콘돔을 사용하는 것인데) 남자들은 왜 콘돔을 사용하지 않나. 이건 좀 이기적이다. 여자들은 항상 임신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있다.” 사회에서 만들어진 성, 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EBS ‘까칠남녀’의 MC 박미선이 피임법에 대해 했던 말이다. 박미선은 남성용 경구피임약이 시판돼도 복용하지 않겠다는 출연자에게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딸은 아버지 같은 남자를 만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 MBC ‘세바퀴’ 등에서 상황을 정리하며 조율했던 것과는 조금 달라진 모습이다. 그는 ‘까칠남녀’에서 전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출연자들의 발언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다.

지난 30여년 동안, 박미선은 늘 변화했다. 데뷔 당시에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별난여자’라는 이름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했지만 1990년대에는 시트콤과 MC, 때로는 드라마에도 출연하며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는 흔치 않은 중년 여성 MC로 자리를 잡았다. KBS ‘해피 투게더3’에서 “일단 한 달만 해보자”는 전제로 보조 MC를 맡으며 제 2의 전성기가 시작됐고, 기혼 여성 연예인들 중심의 토크쇼였던 ‘세바퀴’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나갔다. 얼마 전 폐지된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상 커플을 이룬 출연자들의 상황을 풀어나가는 것은 ‘세바퀴’와 함께 박미선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했고, MBC ‘명랑히어로’나 KBS ‘러브 인 아시아’처럼 시사적인 이슈가 포함된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그가 EBS에서 남성과 여성간에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는 이슈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또 한 번 시대에 적응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별난여자’에서 그 이후에는 한국에서 쉽게 예를 찾기 힘든 여성 코미디언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성공시킨 이후, 박미선은 대부분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SBS ‘순풍산부인과’같은 시트콤에서는 ‘미달이 엄마’였고, ‘해피투게더’ 같은 토크쇼에서는 감초 같은 역할이었다. 경력도 실력도 풍부했지만 비슷한 나이대의 남성 MC처럼 프로그램의 메인이 되는 일은 적었고, ‘세바퀴’는 몇 번씩 성격이 바뀌다 폐지됐으며, ‘해피투게더3’는 자신도 모르게 하차 통보를 받았다. 그가 마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처럼 출연자들 발언의 진행권까지 행사하는 ‘까칠남녀’는 단지 영역의 변화뿐만 아니라 50대 여성 MC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새로운 대답처럼 보인다.

박미선은 ‘까칠남녀’에서 ‘맘충’이라는 말에 대한 논란을 다루면서 자신의 육아 경험을 사회적으로 불합리한 구조와 연결시켜 주장을 했었다. 기혼 여성이 임신에 대해 겪는 공포라는 관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여성으로서 결혼, 임신, 출산, 육아, 그리고 나이든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경험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관점들이다. 박미선이 이 프로그램의 메인 MC가 된 것은 남자와 여자 중 한 쪽이 진행을 맡게 된 것이 아니다. 그가 남녀 문제의 발언들을 듣고 정리하면서, 지금까지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던 시각이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아주는 순간을 보여준다. 꾸준히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살아남으며, 늘 중심의 옆에 있었던 예능인은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까칠남녀’에 출연하는 서유리는 “박미선 선배님의 경우 훌륭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여성 방송인들 보면 결혼하고 애 낳고 하면 어느 순간 사라져요. 앞으로 언제 결혼할지, 아이를 낳지 모르겠지만 저는 선배님처럼 오래 롱런 하고 싶은데 너무 무서워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박미선은, 서유리에게 앞으로 어떤 길을 더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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