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겟아웃'이 드러낸 미국의 현실

2017.05.29

어떤 영화가 관객을 공포에 떨게 하기도, 웃게 하기도, 그리고 불편하게까지 만든다면, 그 영화는 수작이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시애틀 타임스’는 최근 개봉한 조던 필 감독의 영화 ‘겟 아웃’이 그런 영화라고 말한다. 이 영화에 대해 호평을 남긴 곳은 ‘시애틀 타임스’만이 아니다. ‘겟 아웃’은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99%를 받았고, 264개의 리뷰 중, 부정적인 리뷰는 겨우 단 2개뿐이다. 이런 수준의 호평을 받는 영화는 로튼 토마토를 다 뒤져도 그리 많지 않다. 얼굴을 알 만한 유명 배우는 나오지 않고, 감독마저도 명성이 알려졌다고 하긴 힘들다 보니, 개봉 전 이 영화에 대한 기대는 사실상 없었다. 조던 필 감독이 코미디 시리즈 ‘키 & 필’로 이름을 알리긴 했지만, 그건 코미디 배우로서의 명성이었지 감독으로서의 명성은 아니었다. ‘겟 아웃’은 그런 조던 필 감독의 첫 작품이었고, 예산이 많이 투입된 영화도 아니었기에 기대가 없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겟 아웃’은 1월 24일,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2억 3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겨우 450만 달러의 예산으로 해낸 일이다.


영화는 인종차별이라는 주제를 공포 영화라는 장르에 훌륭하게 녹여낸다. 백인 여성과 사귀는 흑인 남성 크리스(대니얼 칼루야)는 여자친구 로즈(앨리슨 윌리엄스)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그녀의 집에 함께 가기로 한다. 떠나기 전, 로즈는 크리스에게 칫솔은 챙겼는지, 데오드란트나 편한 옷은 챙겼는지 물어보지만, 크리스의 질문은 하나뿐이다. 로즈의 부모님이 자신이 "흑인인 것을 아시"는지다. 이처럼 인종 문제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다. ‘뉴욕 타임스’는 이 영화가 인종차별을 관객이 불안에 떨게 만드는 장르적 공포 요소로 바꿔놨다고 평했다. ‘애틀랜틱’ 또한, 인종차별을 다룬 영화가 이전에도 있었지만 조던 필 감독이 인종차별을 좀 더 은밀한 공포로 표현했다고 말한다. "미국이 포스트-인종차별 사회가 됐다는 착각과, 겉보기엔 이상하지 않지만 그 안에 숨겨진 악몽"을 장르적 문법으로 잘 표현했다는 것이다. ‘살롱’은 한발 더 나아가, 이 영화가 주인공과 백인들의 불편한 대화를 통해, 백인들의 불안감과 그들이 열망했던 좌절된 편견으로 인해 흑인들이 입은 심대한 피해를 깊이 파고든다고 말한다. ‘겟 아웃’의 공포는 영화 속의 공포가 현실 속의 공포와 교차하는 지점에서 완성된다.


로저 이버트 닷컴’은 조던 필 감독이 흑인 남성이 백인 여자친구의 부모를 만날 때면 의심과 불안이 함께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썼다. 훌륭한 장르 감독들이 그렇듯, 조던 필 감독은 영화를 위해 사람들이 평소 잘 느끼지 못했던 내재한 공포를 증폭시키는 일을 했다. 이렇게 증폭된 공포는 또 다른 공포를 떠올리게 한다. ‘뉴욕 리뷰 오브 북스’는 이 영화가 오바마가 흑인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이 현실의 왜곡이자 허상이 아니었는가를 떠올리게 만든다고 말한다. 운 좋게 영화의 개봉이 시기적으로 미국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때였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뉴요커’는 "그냥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는 없는 건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이 영화가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하는 점이 이 영화를 진정 무서운 영화로 만든다고 평한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말하듯, 이토록 무섭다면,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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