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멜론의 ‘벽돌차트’ 깨기

2017.05.31
지난 27일 디지털 음원 서비스 사이트 중 가장 이용자 수가 많은 멜론의 일간차트는 1~8위까지 곡의 순위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 9, 10위에 오른 효린-창모의 ‘Blue Moon’과 아이유의 ‘사랑이 잘’ 역시 오랫동안 10위권에 있었다. 한 시간마다 바뀌는 실시간 차트의 경우, 지난 28일 오후 네 시 차트에서는 21위까지 순위가 변하지 않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었다. 요즘 디지털 음원차트, 특히 멜론 차트 상위권이 ‘벽돌’로 불리는 이유다. 음원차트 순위가 마치 벽돌을 쌓듯 차곡차곡 쌓인 상태에서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27일 기준 멜론 차트 1~10위권에는 트와이스, 싸이, 아이유 등 이른바 ‘음원 강자’로 분류되는 뮤지션들이 많다. 그 외에 걸그룹 언니쓰의 ‘맞지’는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 2를 통해 결성됐고, 에드 시런의 ‘Shape of You’는 전세계적인 히트곡일 뿐만 아니라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다시금 화제가 됐다. 아직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수란의 ‘오늘 취하면’은 예외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곡의 소개에는 ‘feat. 창모’와 ‘Prod. SUGA’가 함께 붙는다. 래퍼 창모는 최근 음원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프로듀싱을 맡은 슈가는 엄청난 팬덤을 가진 방탄소년단의 멤버다. ‘오늘 취하면’은 힙합과 아이돌 시장을 동시에 끌어들이면서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창모 역시 래퍼 도끼가 그를 소개하면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지금 대중음악 산업에서 콜라보레이션이 중요해진 이유다. 유명해지려면 유명한 뮤지션, 또는 TV 프로그램과 묶여야 한다. 그렇게 유명해지면, 유명한 것으로 더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지금 멜론을 비롯한 음원차트 상위권은 ‘인지도 차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멜론의 스마트폰 용 모바일 앱 첫 화면에는 실시간 차트 1~5위 곡까지 자동으로 노출된다. ‘더보기’를 한 번 더 누르면 6~10위까지 보인다. 순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곡에 접근하기 쉽다. 진입 순위가 높으면 차트 상위권에 계속 머무르기 쉬워진다. 지난 2월 27일부터 실시된 ‘실시간차트 개편안’은 이런 현상을 더욱 고착화시켰다. 이 개편안에 따라 음원차트들은 정오부터 오후 6시 사이 공개된 음원만을 실시간차트에 당일 반영한다. 기존 신곡 발표 시간인 밤 12시에는 신곡을 기다려서 듣는 팬들이 많았다. 그 외의 이용자 수는 줄어든다. 반면 저녁 6시는 학교 및 직장에서 나온 이용자들이 음악을 듣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밤 12시 공개에는 팬덤이 많은 곡들이 실시간 차트 상위권으로 진입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반면 최근에는 이미 인지도가 높은 뮤지션이나 예능 프로그램과 관련된 곡들이 차트를 차지한다. 이용자 수가 많은 오후 6시에 차트 상위권에 진입한 곡들은 더욱 그렇다. 높은 인지도로 진입 순위를 올리면, 음원차트는 그 곡들을 사실상 더욱 밀어주는 구조다.

그 결과 일간차트는 물론 실시간 차트의 역동성이 점점 사라진다. 인지도가 높은 가수가 차트 상위권에 자리 잡는 순간을 제외하면, 실시간 차트의 상위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실시간 차트, 특히 사이트 메인 페이지에 실시간 차트 상위권을 노출시켜야 할 명분이 점점 약해진다. 대중의 반응을 반영하고 싶다면 일간차트만으로도 충분하다. 새로운 곡을 알리고 싶다면 실시간 차트가 ‘벽돌’이 되는 것은 좋지 않다. 다만 수혜자는 있다. 이미 인지도가 높은 뮤지션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쉬운 뮤지션들, 그리고 이 가지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대형 제작 및 매니지먼트 회사들. 일반적으로 음악 차트의 기능은 대중의 반응을 반영하는 한편,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국의 디지털 음원 차트는 마치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과 같다. 어떤 식으로든 높은 인지도라는 종잣돈이 있어서 집이나 땅을 사면 높은 확률로 더 큰 수익을 약속한다. 반면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인지도를 모으기 전까지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다.

보이그룹 아이콘의 멤버 비아이는 신곡 ‘Bling Bling’에서 ‘내 회사보다 돈이 많든가가 나야’라고 했다. Mnet ‘쇼미더머니’ 출연 당시 했던 랩을 반복한 이 가사는 그의 의도와 별개로 지금 음악 산업의 현재를 보여준다. 아이콘의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 같은 대형 기획사 소속 뮤지션들은 많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다. 아예 그들을 위한 예능 프로그램도 제작할 수 있다. 대형 기획사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얻을 수도 있다. ‘Bling Bling’의 실시간 차트 진입 순위는 13위였다. 한국에서 상당한 팬덤이 있는 보이그룹 세븐틴이 같은 날 발표한 ‘울고 싶지 않아’의 진입 순위가 12위, 역시 많은 음반판매량을 기록하는 보이그룹 갓세븐이 ‘실시간차트 개편안’ 이후 발표한 ‘Never Ever’가 46위였다. 아이콘은 1년 6개월 가까이 팀으로서 국내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 역시 소속사의 문제다. 하지만 1년 6개월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높은 진입 순위를 기록한 것 또한 데뷔 시절 YG의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만든 인지도와 ‘음원강자’인 회사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만큼 ‘내 회사보다 돈이 많든가’라고 말할 수 있는 회사의 힘은 과거보다 더 세졌다. 미디어의 힘도 음악산업으로 한정한다면 더욱 세졌다. 대신 그 외의 뮤지션들이 대중에게 음악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정말로, 일단 유명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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