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로 간 예능 PD들

2017.06.01
지난 5월 15일,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 양현석 대표의 인스타그램에는 한동철 전 Mnet 국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게재되었다. 양현석 대표는 사진과 함께 “NEW CHALLENGE”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그의 영입을 시작으로 YG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했다. 한동철 PD에 앞서 MBC ‘라디오스타’ 조서윤 CP, ‘무한도전’ 제영재 PD, ‘진짜 사나이’ 김민종 PD 등이 YG로 거취를 옮겼고, 이후 CJ E&M ‘음악의 신’ 박준수 PD, tvN ‘SNL 코리아’ 유성모 PD, ‘쇼미더머니’ 이상윤, 최효진 PD까지 YG 소속이 됐다. 이에 대해 YG 측은 “아직까지 완전히 세팅된 것이 아니라서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으로 누가 중심이 되어 어떤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될지에 대해 함구했다. 다만 이 점만은 분명하다. 지상파 방송사 소속 PD들이 CJ E&M으로 이적한 데 이어, 이제는 CJ E&M 소속 PD들이 대형 연예 기획사로 갈 수도 있다.

올해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이하 미스틱)의 대주주가 되었다. 미스틱은 음원 제작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MBC, JTBC에서 명성을 날린 여운혁 PD를 비롯, 다수의 예능인들이 소속돼 있다. 이미 SM C&C는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제작한 바 있고, 최근에는 보이그룹 NCT가 출연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NCT LIFE’를 제작하기도 했다. ‘NCT LIFE’는 해외 로케이션 촬영뿐만 아니라,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다양한 포맷을 흡수했다. SM 관계자는 “시즌이 진행되다 보니 이제는 하나의 콘텐츠로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여러 플랫폼으로부터 다양한 제의를 받고 있다. ‘NCT LIFE’라는 브랜드하에 바이럴 마케팅 수단으로 공급할 무료 콘텐츠와 콘텐츠 판매로까지 연결될 TV형 콘텐츠까지 좀 더 장르를 다양화해보려 계획 중”이라고 말한다. 한식 조리사 단계별 체험, 해외 각국 로케이션 촬영 등 시즌별로 촘촘히 콘셉트를 다져왔고, 그 결과 30분짜리 예능 프로그램 20여 편이 만들어지면서 스마트폰에서 TV로 플랫폼이 이동할 가능성이 생겼다. 이런 역량에 미스틱의 예능 프로그램 관련 인물들이 더해지면 시너지를 낼 가능성은 높아진다.

한 중견 기획사 관계자는 “이제는 기획사들이 CJ E&M처럼 되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연예 기획사들이 예능 PD를 스카우트하고, 제작사를 차리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과거 CJ E&M이 지상파로부터 공격적으로 PD를 사들이던 움직임과 흡사하다. 하지만 SM과 YG의 행보는 CJ E&M과 또 다른 차이가 있다. 두 회사는 한국 음악 산업의 흐름을 주도해왔다. 그리고 이들이 콘텐츠 업계에서 보여주는 공격적인 태도는, 음악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예능 프로그램과 음원 순위는 매우 밀접하다.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 2’를 통해 결성된 걸그룹 언니쓰가 발표한 ‘맞지?’가 차트 상위권에 올라 있고, 트와이스의 ‘Signal’은 차트 진입 당시 1위를 차지했다가 잠시 3~4위를 오르락내리락했으나 JTBC ‘아는 형님’ 출연 이후 다시 1위로 올랐다. MBC ‘무한도전 가요제’와 Mnet ‘쇼미더머니’는 매 시즌마다 음원 차트를 흔든다. 대형 기획사들이 당장 CJ E&M처럼 방송국을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던 PD들을 데려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송국에 판매할 수는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아이돌과 배우를 섭외하고, 어떤 음악을 선곡할지는 기획사 소속이 된 PD를 포함한 내부 관계자들의 결정이다. 이런 회사에 소속된 뮤지션들은 다른 회사 뮤지션들과 다른 위치에서 출발할 수 있다.

CJ E&M에 소속된 나영석 PD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방송계 변화 속도는) 짐작조차 어렵다. 콘텐츠 산업이라는 것은 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시사저널’). 그의 말은 옳다. 그리고 망하지 않을 사업에 음악 산업의 가장 큰 회사들이 뛰어들었다. 그들은 높은 질을 갖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고, 프로그램 흥행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출연자 라인업도 갖췄다. 또한 뛰어난 제작 인력을 확보한 연예 기획사들이 TV용 콘텐츠만 제작할 리도 없다. SM이 미스틱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밝혔듯, “여운혁 PD의 영상 콘텐츠 사업 부문과 연합해 다양한 콘텐츠 제작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한동철 PD의 발언은 SM과 YG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짐작게 만든다. “가을쯤에는 제 새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YG에서 제가 오랜 기간 꾸던 꿈을 이루는 과정인 거죠.(‘엑스포츠뉴스’)” 이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글로벌화되기를 원하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글로벌화’는 이미 아이돌 산업으로 글로벌해진 거대 연예 기획사가 PD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약속일지도 모른다. 연예 기획사들이 새롭게 꾸는 꿈은, 글로벌 콘텐츠를 꿈꾸는 PD들의 야망과 같이 간다. 그사이 예능 프로그램을 타고 국내 음원 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다. 정말 콘텐츠 산업 전체가 새로운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다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 장점과 단점을 채 예측할 새도 없을 만큼. 나영석 PD의 말을 빌려, “짐작조차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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