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김무성의 ‘노룩 패스’가 떨어뜨린 국격

2017.06.05

미국의 정치인도 아니고, 한국의 정치인이 레딧 첫 화면에 진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당당하게 성공한 정치인이 있으니, 바른정당의 김무성이다. 김무성은 지난 5월 23일, 일본 여행을 끝내고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면서, 보지도 않고 여행용 가방을 수행원에게 미는 행동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노룩 패스”로, 레딧에서는 “한국 정치인의 스웩”으로 알려진 김무성의 영상은 한국에서의 논란만큼은 아니지만 외국에서도 나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다양한 사용자들이 모여 재밌는 소식들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은 그만한 파급력이 있는 곳이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토크쇼 중 하나인 ‘투나잇 쇼’의 호스트 지미 팰런은 김무성의 ‘스웩’을 흉내 내기도 했다. 지미 팰런은 김무성의 입국 모습이 “역대 가장 쿨한 입국”이라며 개그의 소재로 삼았다. 애초에 이 영상이 레딧에 올라갔을 때도 스웩이라는 제목으로 올라갔으니, 쿨하다고 말하는 것이 무리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랬듯, 외국에서도 김무성의 입국 모습에 담긴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 가장 먼저 이 영상을 바이럴하게 만든 레딧의 사용자들이 그렇다. 김무성의 모습이 링크된 레딧 페이지에는 총 1,700개가 넘는 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그중 일부는 권위주의적인 모습에 주목한다. “’나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모든 인간은 하찮다’며 과시하는 모습이다”라는 댓글은 김무성의 모습이 비판받는 지점을 정확하게 짚는다.


많은 외신은 이 영상이 바이럴됐다는 부분에 주목했지만, ‘콰츠’는 비판받는 지점을 함께 소개했다. 기사의 제목은 “한 정치인과 그의 여행용 가방이 나오는 바이럴 영상은 한국에서 남성의 특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보여준다”이다. 기사는 영상이 중년 남성의 높아진 지위와 그들이 그 권력을 남용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개저씨”와 “갑질”에 대해 지적하며, 매우 정확한 분석을 보여준다. “개저씨”라는 단어에 대한 설명은 이미 지난 2015년 12월, ‘코리아 익스포제’에 관련 영문 기사가 올라오면서,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 기자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프랑스 매체인 ‘르 몽드’ 또한, 이번 김무성의 입국 모습을 언급하며 “개저씨”가 “자신들에게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믿는” 이들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입국 모습에 대해 김무성 의원은 “그게 이상하게 보이는가. (수행원이) 보여서 밀어줬는데… 그걸 내가 왜 해명해야 하나. 할 일이 없나. 나는 그런 거 관심이 없다. 바쁜 시간에 쓸데없는 일 가지고…“라고 말했다. 이 대답이야말로, 중년 남성인 그가 가진 사회적 권력을 뚜렷하게 증명한다. 김무성에게는 입국 모습이 논란이 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기자에게 화를 낼 수 있는 권력이 있다. 그것이 뿌리 깊은 권위주의의 모습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해명하지 않을 수 있는 것조차 ‘콰츠’가 지적한 중년 남성의 권력이다. 다시, 지미 팰런의 ’투나잇 쇼’로 돌아가 보자. 지미 팰런은 이 개그를 ”쿨하다"며 따라 했지만, 보지도 않고 여행용 가방을 패스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소개되자 관객들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웃음이 터진 것은 영상 자체가 재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한 걸음 떨어져서 쳐다볼 때, 자신을 과시하고 타인을 아래로 보는 권위주의적인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이 우스꽝스럽다는 것은 아마 김무성 혼자만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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