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씨스타 없는 여름

2017.06.07
여름이 왔고, 씨스타는 떠났다. 씨스타의 멤버 효린, 보라, 소유, 다솜은 일주일 동안의 음악 프로그램 출연을 끝으로 팀을 해체했다. 그들이 마지막 활동에서 부른 ‘Shake It’, ‘I Swear’, ‘Touch My Body’ 등의 메들리는 지난 7년간 씨스타의 대표적인 이미지였다. 여름에 사람들을 ‘Shake It’하게 만드는 섹시한 댄스곡을 발표하는 걸그룹. 이것은 아마도 한동안은 다시 보기 어려운 풍경일 것이다. 그들의 마지막 무대였던 지난 4일 SBS ‘인기가요’에서 씨스타는 히트곡 메들리를 부르는 동안 핫팬츠를 입고 섹시한 춤을 췄다. 반면 요즘 데뷔한 걸그룹들은 거의 대부분 테니스 스커트를 바탕으로 교복이나 치어리더 스타일의 옷을 입고 아이 같은 애교를 부렸다.

트와이스 이후 청순하거나 애교 많은, 그리고 어린 이미지를 강조하는 팀들이 대거 늘어났다. 한편에서는 남장을 하기도 하는 마마무가 인기를 얻는다. 활달하고 청순하면서 애교를 보여주며 남성들에게 어필하는 걸그룹과 이른바 ‘걸크러시’로 여성 팬들에게 더 많은 인기를 얻는 걸그룹. 그만큼 요즘 걸그룹들은 과거보다 더욱 특정 취향의 소비자층을 공략한다. 걸그룹에 대한 소비자들의 변화는 이런 현상의 이유를 보여준다. 걸그룹 러블리즈가 지난 2월 발표한 앨범 ‘R U Ready?’는 가온차트 음반 판매 순위에서 2월 8위, 3월 11위를 기록하며 45,992장을 판매했다. 반면 같은 기간 타이틀곡 ‘Wow’의 음원차트 순위는 차트 밖과 51위였다. 팬덤의 규모를 보여주는 음반 판매량은 과거보다 높아졌고, 음원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것은 전보다 어려워졌다. 걸그룹 여자친구가 최근 발표한 ‘Fingertips’의 음원차트 순위는 과거보다 낮았다. 하지만 이 곡이 담긴 앨범 ‘The Awake’의 판매량은 4월까지 가온 차트 기준 73,493장으로 팀 자체 최고치다.

씨스타의 의상과 퍼포먼스는 종종 직접적으로 섹스어필을 했다. ‘Touch My Body’나 ‘Shake It’같은 곡들의 뮤직비디오만 해도 그들의 몸 곳곳을 강조하며 섹시한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So Cool’ 발표 당시의 무대 의상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Touch My Body’ 뮤직비디오는 동시에 씨스타가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 모두를 즐겁게 만드는 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섹시하되 끈적함은 줄이고, 흥겨움은 키운다. 그 결과 씨스타의 노래는 여름마다 수많은 사람이 즐기는 곡이 됐다. 씨스타는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는 인기를 바탕으로 1년 동안 많은 행사에 출연했다. 여름이 아닌 계절에는 솔로나 유닛 또는 콜라보레이션이나 연기 활동을 했고, 개인 활동은 멤버들의 인지도를 더욱 올렸다. 하지만 요즘의 걸그룹들은 1년에 두 번 또는 세 번 이상 음반을 발표한다. 음반을 산 소비자를 대상으로 추첨, 당첨자에게 참석 기회를 주는 싸인회도 꾸준히 많이 한다. 그렇게 팬덤을 모아가며 인지도를 함께 올린다. 인기를 얻은 뒤에도 쉴 새 없이 실시간 방송과 리얼리티 쇼를 하며 팬덤을 붙잡는다. 미쓰에이의 ‘Bad Girl, Good Girl’처럼 데뷔곡이 그해 최고의 인기곡이 되기란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의 풍경이다.

씨스타는 작년에 발표한 앨범에서 ‘끈’처럼 여성의 입장에서 섹스에 대언급했었다. 타이틀곡 ‘I Like That’ 뮤직비디오는 그들의 몸을 여전히 섹시하게 보여주되, 이전의 뮤직비디오들처럼 몸의 특정 부분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대신 멤버들 간의 관계를 강조했고, 씨스타와 조르지오 모더가 함께한 ‘One More Day’는 뮤직비디오에서 데이트 폭력을 소재로 하기도 했다. 토크쇼에서 그들이 남자 MC의 무례한 멘트를 받아치는 모습은 종종 인터넷에서 회자됐고, 개인 활동에서는 효린이 Mnet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들이 여름에 발표한 곡들로 쌓은 범대중적인 인지도는 오히려 전보다 파격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동시에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보다 직접적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경력이 쌓일수록 점점 더 신들의 태도를 명확하게 보여줬고, 동시에 대중에게 사랑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에서조차 별다른 멘트 없이 그들을 대표하는 곡들과 이별 이야기를 담은 마지막 곡 ‘Lonely’를 부른 뒤 웃으며 해체했다. 가장 대중적인 걸그룹의 위치에 있으면서, 오히려 그 대중성을 통해 대중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했던 팀. 그래서 씨스타를 좀 더 보고 싶었다. 그들은 점점 새로운 걸그룹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해체 역시 그들의 선택이니, 그저 박수만 칠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인사를 건넬 수 있게 됐다. 살아남은 자가 반드시 승자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씨스타는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했다. 그리고 모두가 기억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씨스타가 그 시절 데뷔했던 걸그룹들의 승자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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