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M에 춤을 추는 보이그룹들

2017.06.08
이돌의 역사를 말할 때 ‘세대’라는 개념은 일반적인 예능에서 자연스럽게 언급할 만큼 보편적인 개념이 되었다. 하지만 ‘힙합’이라는 느슨한 연결고리를 제외하면 음악의 형식이나 내용으로 아티스트의 집단을 규정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그런데 최근 몇몇 보이 그룹이 (가장 보편적 용어로) EDM이라 인식할 방향성을 공유한다. 이 흐름은 해외의 유행 중 무엇이 국내로 이식되고 받아들여지는지 생각해 볼 기회라는 면에서 흥미롭다.

저마다 EDM이라는 단어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 대중음악의 일부가 된 댄스 뮤직은 힙합, R&B 등과 맞서거나 융합하면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특히 체인스모커즈의 대성공 이래로 우리는 일종의 정형화를 보고 있다. 이것을 대중적 일렉 팝이라고 불러도, 퓨처 베이스의 일종이라고 분류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이 음악이 EDM이 팝으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현재까지 가장 최적화된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몇 년 전까지 아비치, 티에스토 등이 업계 최상급의 멜로디 메이킹, 프로듀싱 감각 혹은 유명 보컬/래퍼와의 협력을 통하여 하우스 비트에 사람들이 뛰어 놀게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그 이후 공연 산업의 한 축을 책임지는 존재가 되었지만, 대중음악의 일상적 갈래로 자리잡는 일은 쉽게 벌어지지 않았다. 공연에서 무기가 되는 공격성은 보다 광범위한 음악 대중을 위한 ‘라디오 친화’를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의 EDM에서 신스로 만들어내는 절정은 EDM의 이른바 ‘드랍’이 록/팝의 ‘훅’과 동일한 개념으로 작동하기 쉽게 한다. 절정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왜곡된 보컬이나 효과음을 유연하게 사용하면서 전통적인 팝송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덕분에 구조적으로 보면 쌩뚱 맞아 보이는 주요 비트는 ‘있어야 해서 있는’ 장르적 구성이 아니라, 청자의 이목을 끌고 쾌감을 주는 요소가 된다. 이러한 접근은 지난 몇 년간 힙합이 ‘트랩’으로 그 효용을 증명했고, 체인스모커즈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찾은 셈이다. ‘돈이나 여자’ 얘기 말고 다른 것이 듣고 싶은 청자에게 젊은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전통적인 사랑 노래나 무해한 주제를 노래하는 팀은 꽤 매력적이다. 이들의 거의 모든 비디오는 영상 디자인의 일부로 가사를 보여준다. 이들의 주제는 이들의 중요 컨텐츠다.

이런 특징들은 최근 아이돌이 EDM을 팀 단위의 정규 활동 컨텐츠로 선택하기 시작한 이유의 시작이 된다. 힙합이, 혹은 디제잉이 아무리 뜨거워도 팀 단위의 아이돌에게 컨셉트과 스토리를 부여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몇 년 사이 뜨거웠던 개념인 ‘아이돌 래퍼’가 멤버 개인의 기량이나 예술적 아우라 이상으로 팀에게 기여한 적은 별로 없다. 이들이 아이돌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여전히 아이돌 고유의 영역 확보가 필요하다. 단적인 예로, ‘쇼미더머니’에 등장하는 ‘래퍼 지코’와 블락비의 ‘리더 지코’는 꽤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EDM은 새로운 기회다. 개인의 역량에 기대지 않고 팀으로서 새로운 음악을 선보일 수 있다. 새롭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미 대중적 반응이 검증되어 있고, 그것을 이끌어내는 공식이 시장에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돌 시장의 기본 정서와 충돌하지 않는다.

여기까지의 모든 요소를 갖춘 시도는 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이었다. 노래의 속도는 K-POP의 속성을 유지한다. 대형기획사들이 종종 선보이는 것처럼 힙합이나 댄스음악 장르로서 국제적 완성도 혹은 진정성을 이슈로 삼지 않는다. 하지만 철저하게 계산된 단어와 호흡, 발음으로 한국어의 인상을 흐리고 장르의 본격성을 강조하는 선배들의 노하우를 배제하지는 않는다. 국내외의 검증된 공식으로 누구나 세련된 완성도를 느끼도록 한다. 이들은 구체적인 사운드가 아니라, 그 사운드가 존재하는 이유를 빌려왔다. ‘피 땀 눈물’ 이후 유사한 시도는 좀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 위너의 ‘Really Really’는 소속사의 넉넉한 형편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매끈한 완성도를 선보인다. 여기에 ‘어디야? 집이야?’ 시작하는 단선적 사랑 이야기를 담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영어 가사, ‘Really, Really’로 마무리해서 K-POP에서만 가능한 이상한 충돌을 만들어낸다. 세븐틴의 ‘울고 싶지 않아’는 가장 직접적인 예가 된다. 체인스모커즈와의 유사성은 오히려 이 트렌드 안에 있다는 증명과도 같다. 당연히 표절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 이런 질문을 해보자. 마틴 개릭스와 트로이 시반이 ‘There For You’를 부르면서 안무를 하면 어떤지 궁금한가? 그 음악 외에는, 한국의 아이돌은 이 질문에 대한 모든 것이 이미 준비 돼 있었다.  방탄소년단, 위너, 세븐틴의 최근 결과물은 그 대답이다. 심지어 EDM에 춤을 추는 것이 자신들에게 잘 어울린다고 여기는 듯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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