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생긴 일 5

2017.06.09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이하 101 시즌 2)’ 단체곡 ‘나야 나’가 공개되자마자 센터에서 눈에 띄는 연습생들을 필두로 개인 팬덤이 생겨났고, 경쟁은 치열해졌다. 최종 11인에 자신이 원하는 연습생을 입성시켜 시즌 1의 I.O.I와 같은 성공을 누리게 하려는 팬들의 노력은, 때로는 열정이면서 집착이고 동시에 경쟁자에게는 악독한 행위일 수도 있다. ‘101 시즌 2’를 통해 드러난 어두운 순간들은 지금 현재, 한국 아이돌 팬덤의 현주소일지도 모른다.


임영민 ‘럽스타그램’ 소동

브랜뉴뮤직 소속 연습생 임영민이 연애 중이라는 이야기가 SNS에 일파만파 퍼졌다. 증거 자료는 소위 ‘럽스타그램(러브와 인스타그램의 합성어)’이라 불리는 인스타그램 캡처본이었다. 일부 팬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며 ‘101 시즌 2’에 출연하기 직전까지 임영민이 ‘여자친구와 놀러 다녔’기 때문에 불쾌하다고 말했다. 임영민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도 끊임없이 움직였다. 이들은 SNS에 ‘임영민 하차해’라는 해시태그를 달면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계속 공유했다. 논란이 커지자 브랜뉴뮤직은 “현재 연습생 임영민 군과 관련해 SNS에 퍼지고 있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며 “근거 없는 추측성 글은 당사자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자제를 부탁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연애를 터부시하도록 강요하는 팬덤의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심지어 연습생에게조차 이러한 강요가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일부 팬들의 모습에 대해서는 팬덤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뉴이스트가 먼저 데뷔했는데 세븐틴이 잘됐잖아.”

‘101 시즌 2’ 1회 방송 당시에 가장 큰 화제가 된 이들은 단연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이하 플레디스) 소속 연습생들이었다. 2012년에 뉴이스트로 데뷔했다가 다시 연습생 신분으로 돌아온 이들은, 같은 소속사 후배 그룹인 세븐틴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안타까움을 샀다. 녹화 당시에 플레디스 연습생들이 등장하는 모습을 본 한 연습생은 “근데 좀 속상하겠다. 뉴이스트가 먼저 데뷔했는데 세븐틴이 잘됐잖아”라고 말했고, 이어진 장면에는 블레싱 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임우혁의 얼굴이 비춰졌다. 그리고 방송 직후 SNS에는 임우혁이 한 말이라는 추측이 기정사실처럼 떠돌았고, 이에 대해 많은 연습생 팬덤이 다짜고짜 그를 비난했다. 그리고 그는 결국 탈락했다. 하지만 임우혁은 한 인터뷰에서 “커뮤니티에서 이름을 검색해봤는데, 온통 욕이었다. 내 욕만 있으면 괜찮은데, 부모님 욕, 가족 욕 다 있었다. 그건 조금 힘들었다(‘위키트리’)”고 말했다. 애초에 이 정도 발언으로 다른 연습생 팬덤에서 그를 비난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 데다, 사실 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일에 대한 인격모독은 당사자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하지만 어떤 팬들은 그것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전광판 전쟁

지금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은 ‘프듀입구역’으로 불린다. 역사 내에 설치된 전광판 곳곳이 ‘101 시즌 2’ 연습생들의 모습으로 꽉 차 있다. LED 화면에 나오는 특정 연습생의 모습을 보기 위해 5분~10분씩 기다리는 팬들이 개찰구 인근에 서 있을 때도 있다. 이 외에도 강남역, 삼성역, 강변역, 건대입구역, 왕십리역, 신촌역, 합정역 등 인파가 많은 지역에 가면 수많은 연습생 응원 전광판을 만날 수 있다. 지하철 1호선에는 특정 연습생의 사진으로 채워진 ‘○○(연습생 이름) 칸’이 따로 있기까지 하다. 6월 현재 홍대입구역 전광판 광고를 하는 데에 드는 금액은 위치에 따라 월 300~600만 원 선을 오가는데, 금액 대부분은 SNS나 커뮤니티 상에서 진행되는 공개 모금을 통해 채워진다. 하지만 모든 팬덤이 이러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아이돌 팬덤과 마찬가지로 팬들의 머릿수나, 팬덤을 구성하는 나이대가 주로 어떠한지 등 다양한 조건에 비례해 빈부격차가 발생한다. 종종 기쁨에 찬 표정을 한 연습생들이 자신의 얼굴이 담긴 전광판 앞에서 ‘인증샷’을 찍어 올린다. 그럴수록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인기가 없는 연습생의 팬 A는 “아이돌 그룹에서도 인기도에 따라 멤버들끼리 위화감을 느끼기도 한다던데, 지금 순위 매기는 연습생들은 더하지 않을까 싶다. 무리해서라도 광고를 해야 할 것 같아 주변 팬들과 이야기 중”이라고 말한다.

데이터 판매

‘데이터’란 팬들이 스케줄 현장에서 직접 찍은 아이돌 사진을 일컫는 은어다. 보통 아이돌의 사진을 찍는 사람들 중에는 실제로 그 멤버의 팬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홈마스터도 있고,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인기 있는 아이돌을 골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은 다음 팬들에게 판매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요즘 이들의 관심사는 ‘101 시즌 2’ 시장이다. 그런데 ‘101 시즌 2’ 연습생들은 방송용 촬영을 제외하면 공식 스케줄이 거의 없고, 경연을 관람하기 위해 입장권을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판매자는 곧 경매자가 된다. 그가 “가격 제시해주세요”라고 외치는 순간, 홈마스터든 일반 팬이든 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사진을 사기 위해 달려든다. 통상적으로 아이돌의 사진 데이터는 스케줄 단위로 거래가 이루어지지만, ‘101 시즌 2’는 상황적 특수성 때문에 “극소량도 삽니다”, “장당 팝니다” 등의 방식으로도 거래된다. 거래 단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인기가 많은 연습생의 경우에는 스케줄당 데이터 가격이 100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심지어 장당 20만 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한 홈마스터는 과열된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가장 인기가 많은 방탄소년단은 레드 오션이고, ‘101 시즌 2’는 블루 오션이다. 지금 시작하면 나중에 이 연습생들이 데뷔하고 나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팬페이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못 들어가면 데이터를 사서라도 빨리 팬덤 내에서 자기 자리를 잡아야 한다. 지금 연습생들은 자기 전광판 보고 벌써부터 인증샷을 찍어준다.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 이들은 벌써부터 자신들의 영향권에 연습생들을 두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 사이에서 누군가는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연습생의 놀이공원 방문은 잘못인가
얼마 전, 큐브 엔터테인먼트 신인개발팀이 공식 인스타그램에 연습생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다녀왔다는 글과 함께 단체 사진을 게재했다. 이 사진 속에는 ‘101 시즌 2’ 출연자인 라이관린과 유선호가 다른 연습생들과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하지만 어린 여자 연습생들은 이미 두 사람과 같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SNS에서 온갖 비난을 받은 뒤였다. 또 라이관린과 유선호는 회사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 것인데도 불구하고 “F반이었던 주제에”, “이렇게 놀러 다니는 애들 왜 뽑아주냐”는 등의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이런 표현도 있었다. “둘 다 파양해야겠다.” 이 말은 팬들이 연습생들의 절실함을 다분히 시혜적 차원에서 소비하고 있으며, ‘권력자’의 입장에서 연습생들을 상대로 폭력에 가까운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연습생들을 좋아하고 아낀다고 해서 팬들이 그들의 스케줄 하나하나에 관여할 수는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다. 하지만 ‘101 시즌 2’의 어떤 팬들은 비상식적인 행동을 마음껏 하고 있다. 그들이 권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목록

SPECIAL

image 넷플릭스

MAGAZINE

  • imageVol.169
  • imageVol.168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