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ragon 고별展│② 가사로 본 지 드래곤의 인생

2017.06.13
‘2001 대한민국 힙합 플렉스’에서 앳된 목소리로 랩을 하던 초등학생 권지용이 어느새 30대로 접어들었다. 꼬박 17년 동안 G-Dragon(이하 GD)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그는, 빅뱅으로 정식 데뷔한 뒤 유명 뮤지션이자 엔터테이너며 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사이 음악과 연예인으로서의 애티튜드는 조금씩 변화했고, 때로는 성장하고 때로는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작 12곡의 가사로 이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GD가 그동안 어떻게 그만의 역사를 써왔는지 짐작할 수는 있을 것이다.


내 나이 열셋’ (2001, 2001 대한민국 힙합 플렉스)
“내 나이 열셋 이 세계에 너무리다는 내 라임에 같이 빠져들어 볼래”

“어린 꼬마애가 랩을 하는데 저는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초등학생밖에 안 된 저 친구가 어떻게 저렇게 랩을 하고, 저런 패션과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MTV ‘리얼다큐 빅뱅’에서 지 드래곤의 첫인상을 이렇게 회고했다. GD는 열세 살에 한국 힙합 1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주도한 ‘2001 대한민국’ 프로젝트에 참여해 솔로곡 ‘내 나이 열셋(G-Dragon)’을 불렀다. “이 세계에 너무 어리다는 내 라임”처럼 단순한 현실 반영과 그에 반항하려는 태도가 가사의 주를 이루지만, 완성도를 떠나 이 노래는 ‘지 드래곤’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GD의 등장과 함께 YG 엔터테인먼트는 기획사의 연습생 육성 시스템 안에서 래퍼를 트레이닝하기 시작했다. GD는 힙합이라는 장르가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한 한국 음악산업에 제기된 첫 번째 질문과도 같았다.

‘This Love’ (2006, 빅뱅 데뷔 싱글 ‘Bigbang’)
“친구들이 나보고 병신이래 걔가 뭐가 그리 잘났냐고 정신 차리래”

2006년 8월 19일, GD는 그룹 빅뱅의 데뷔 싱글 ‘Bigbang’을 발표함과 동시에 데뷔했고, GD의 솔로곡 ‘This Love’는 데뷔 직전에 방영된 다큐멘터리에서 팬들의 반응이 좋아 수록될 수 있었다. “친구들이 나보고 병신이래.”라는 가사는 이 노래의 킬링파트로, 당시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대부분의 보이그룹에서는 나올 수 없는 가사이기도 했다. 옳은 표현이라고 할 수는 없고 지금 발표했다면 논란이 될 표현이었겠지만, 비속어를 사용하고 “September 19th 너의 생일”처럼 마치 연애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을 풀어놓은 것 같은 가사를 쓰는 아이돌의 등장은 새로운 충격이었다. GD는 힙합의 특성을 활용해 자기 자신의 서사를 아이돌의 노래를 통해 풀어나갔고, 이때부터 아이돌 시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거짓말’ (2007, 빅뱅 미니 앨범 ‘Always’)

“I'm so sorry but I love you 다 거짓말이야 몰랐어 이제야 알았어 니가 필요해”

‘거짓말’은 빅뱅을 최고의 보이그룹 자리에 올려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GD는 ‘This Love’에서 세심한 상황 묘사에 치중했던 것과는 달리 “니 생각에 돌아버릴 것 같애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대”와 같은 독백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를 통해 거친 반항아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빅뱅은 보다 대중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고, “I'm so sorry but I love you’나 ‘다 거짓말이야 몰랐어 이제야 알았어 니가 필요해” 같은 쉬운 가사는 쉬운 멜로디와 경쾌한 일렉트로닉 편곡과 어우러져 ‘거짓말’을 흥얼거리기 쉬운 곡으로 만들었다. 또한 아이돌의 셀프 프로듀싱이 하나의 제작 방식으로 자리 잡는 결정적인 계기이기도 했다.
‘Heartbreaker’ (2009, 솔로 정규 1집 ‘Heartbreaker’)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어 아직 쓸 만한걸 죽지 않았어”

‘Heartbreaker’의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어”는 GD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는 점에서 상징적이었다. 그는 도입부 내레이션에서 “brand new GD”라며 자신이 빅뱅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공표했고, 가사는 그 첫 번째 차이였다. ‘Heartbreaker’의 가사는 매우 직설적이고 신경질적인 어조로 자신이 “아직 쓸 만한걸 죽지 않았”으니 “그 가증스런 입 다물”라고 쏘아붙였다. 아이돌이면서 타인의 반감을 사는 것도 무서워하지 않는 듯한 악동의 탄생. 이와 같은 모습은 그가 당시에 불거진 표절 논란에 맞서는 태도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GD는 ‘쥐짜르트’, ‘권토벤’과 같은 비아냥거림에 시달렸지만, 얼마 뒤 음악방송에 모차르트를 연상시키는 가발을 쓰고 등장했다. GD가 무엇을 하든 인터넷이 터져 나가던 시절.

‘High High’ (2010, GD&TOP 정규 1집)

“진짜 놀 줄 아는 둘 제대로 터진 금술 everybody make it move”

빅뱅에서 최초로 유닛 활동을 시작한 GD&TOP의 로고는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 로고를 본따 만들어진 브이(V) 모양이었다. GD는 ‘High High’ 가사에서 멤버 탑과 자신을 “선수”, “진짜 놀 줄 아는 둘”이라고 칭했다. 팔을 높이 흔들며 ‘하이(high)’한 기분을 표현한 안무를 소화하는 GD의 모습은 “인생이란 한 방 이유 없는 반항”이라는 장난스러운 라임을 그대로 무대에 옮겨놓은 듯했다. 아이돌이 확고한 클러버(클럽에서 노는 문화를 즐기는 사람) 콘셉트로, 성적인 은유가 담긴 가사나 패션도 위트 있고 세련되게 소화했고, 클럽의 트렌드를 과감하게 받아들였다. 자신은 물론 빅뱅의 이미지에도 중요한 변화를 일으켰던 순간. GD&TOP 이후 아이돌 그룹들이 유닛 활동을 통해 팀에서 할 수 없는 보다 극단적이거나 색다른 시도를 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바람났어’ (2011, MBC ‘무한도전’ -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우린 좀 바빠 hey 민서 아빠 웃어봐 하하하하하하 허파에 바람 찼어”

GD가 국내외로 유일하게 고정으로 출연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무한도전’일 것이다. 2011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 ‘바람났어’로 처음 참여한 이래, 지금까지 두 번을 더 참가했다. 그리고 그는 ‘무한도전’을 통해 자신과 빅뱅의 이미지를 보다 대중적으로 풀어낸다. 그는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박명수와 파트너가 돼 “민서 아빠 웃어봐”라며 ‘아빠’ 박명수에게 “허파에 바람” 찰 기회를 주고, 박명수와 자신을 “우리”라고 칭하며 각자의 정체성과 상관없이 한데 어우러지는 상황을 능숙하게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GD는 보다 많은 대중에게 다가설 수 있었고, ‘바람났어’는 누구나 좋아하는 댄스곡으로 많은 사람이 빅뱅을 비롯한 보다 트렌디한 음악에 익숙해지는 계기가 됐다. 또한 GD는 박명수의 구박을 받거나, 이후 ‘무한상사’ 출연 등을 통해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GD가 ‘핫’한 동시에 범대중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계기.

‘Fantastic Baby’ (2012, 빅뱅 미니 5집 ‘Alive’)

“남들보다는 빠른 걸음 차원이 다른 젊음”

미니 5집 ‘Alive’로 빅뱅은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Fantastic Baby’에서 “이 난장판에 끝판 왕 차례, 땅을 흔들고 3분으론 불충분한 RACE”라고 외치는 GD의 모습은 한국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스트리트 브랜드를 입은 모습으로도 큰 화제가 됐고, 이후 GD는 전 세계적인 인기와 더불어 패션 아이콘의 자리를 굳힌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Fantastic Baby’에서 ‘모래 벌판 위를 뛰어봐도 거뜬한 우리 하늘은 충분히 너무나 푸르니까 아무것도 묻지 말란 말이야’라며 청춘의 폭발하는 에너지를 노래했다. 잘나가는 패션 아이콘이지만 정신없이 달리는 청춘의 에너지를 잃지 않는 모습은 GD와 빅뱅이 ‘Alive’ 이후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던 이유였다. 특히 ‘남들보다는 빠른 걸음 차원이 다른 젊음’은 스타 빅뱅으로서의 스웨그와 청춘으로서의 에너지를 동시에 담아낸 킬링 파트라 할 만하다.

‘One of a Kind’ (2012, 솔로 미니 앨범 ‘One of a Kind’)

“난 연예가 일급 사건 남다르니까 그게 나니까 뭐만 했다 하면 난리라니까 유행을 만드니까 다 바꾸니까”

‘One of a Kind’는 GD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각인시켰다. ‘거짓말’과 ‘Heartbreaker’가 달랐던 것 이상으로, ‘One of a Kind’는 그 전까지 빅뱅의 곡들과 달랐을 뿐만 아니라 힙합 뮤지션으로서 지 드래곤의 위상을 드높였다. 자신을 “연예가 일급 사건”이라 부르고, “내 비즈니스엔 money 꽃이 피지 (중략) 내 노랜 건물을 올리지”라는 자기 자랑은 드라마틱한 전개와 압도적인 사운드를 통해 입증된다. 또한 “이리저리 가는 곳곳 얘 음악 얘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고 하는 부분은 스웨그를 할 수 있는 래퍼이자 언제나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GD이기에 할 수 있었던 부분. ‘One of a Kind’로 그는 정말 다 가진 존재가 됐다.

‘늴리리야’ (2013, 솔로 정규 2집 ‘쿠데타’)

“어렵지 않지 차트 위 줄 세우는 일 내겐 간단 missy와 나 들어봤나 (중략) 이건 랩으로 하는 국제외교”

정말로, GD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GD의 솔로 정규 1집 ‘Heartbreaker’가 이른바 ‘차트 줄세우기’에 성공한 이래, 그는 정규 2집 발매와 동시에 차트 상위권에 줄줄이 곡을 올렸다. 더불어 지금처럼 한국 음악시장에 해외 아티스트들이 관심을 갖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랩으로 하는 국제외교”라는 가사 한 줄은 당시 그를 중심으로 한국 대중음악 산업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GD는 ‘늴리리야’에서 미국의 전설적인 여성 래퍼 미시 엘리엇(Missy Elliot)과 함께했고, 미국 래퍼 겸 프로듀서 디플로(Diplo)는 이 앨범의 첫 번째 트랙 ‘쿠데타’에 참여했다. 그 당시 GD이기에 가능했던 특별한 일들 중 하나.

‘LOSER’ (2015, 빅뱅 정규 4집 ‘MADE’)

“너나 나나 그저 길들여진 대로 각본 속에 놀아나는 슬픈 삐에로 난 멀리 와버렸어”

빅뱅이 8년 만에 내놓은 정규 앨범 ‘MADE’에는 ‘Bang Bang Bang’처럼 여전히 스웨그를 보여주는 곡, ‘BAE BAE’처럼 야릇한 사랑 노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눈길을 끄는 곡 중 하나는 “외톨이”, “센 척하는 겁쟁이”의 노래였던 ‘LOSER’다. GD가 스웨그 대신 일상과 사랑에 무뎌진 모습을 자조하는 듯한 내용을 담은 이 곡은 슈퍼스타로 사는 GD의 또다른 모습을 엿보게 한다. “각본 속에 놀아나는 슬픈 삐에로”라는 비유나, “멀리 와버렸어”라고 이야기하는 태도는 자연스럽게 GD와 빅뱅 멤버들이 살아온 화려한 삶의 이면을 떠오르게 만든다. 슈퍼스타인 동시에 상처받은 청춘의 모습은 GD가 어필하는 고유의 매력이기도 하다. 또한 ‘Loser’에서 드러나는 외로움은 ‘Last Dance’의 “이 노랠 들으며 마지막 춤을 출 거”라는, ‘마지막’의 정서와도 연결된다.

‘팔레트’ (2017, 아이유 정규 4집 ‘팔레트’)

“지은아 오빠는 말이야 지금 막 서른인데, 나는 절대로 아니야 근데 막 어른이 돼 아직도 한참 멀었는데”

2001년에 ‘내 나이 열셋’을 부르던 초등학생은 2017년에 이르러 30대로 접어들었다. 그는 자신이 새로운 타임라인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지만, 나이가 드는 것을 부정하면서 “막 어른이 돼”버린 자신 때문에 겁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GD는 또 다른 슈퍼스타인 아이유에게 조언한다. 25살이라는 나이를 “스물 위, 서른 아래 고맘때”라 재치 있게 표현하며 “그저 ‘나’일 때 가장 찬란하게 빛이 나”는 법이고, “어둠이 드리워질 때도 겁내지 마”라고 다독인다. GD가 아니라면 아이유에게 누가 이런 조언을 할 수 있을까.

‘INTRO. 권지용(Middle Fingers-UP)’ (2017, 솔로 EP ‘권지용’)

“사주 팔자, 유명인사. 잠깐 STOP ‘권!지!용!’”

앨범 제목부터 인트로까지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이 앨범에서 GD는 시작부터 “엄지 검지 약지 새끼 접고 중지 세워”라고 외친다. 또한 “역대급 순 최근에 실례”라며 최근 시국을 언급하기도 하고, “점점 줄어드는 개인, 대인관계”라고 인간관계에 대한 피로를 토로하기도 한다. 제목 ‘권지용’이 암시하듯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쏟아놓는 이 정신없는 가사의 향연은 단 한 줄로 설명된다. “요즘 같은 때에 제정신 어디 있겠어.” 하지만 그는 “요즘 같은 때”에 새로운 앨범을 냈고, 그 자신의 존재감만으로도 세상을 더 시끌벅적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그런 팔자를 타고났다고 해도 믿을 GD, ‘권지용’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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