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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빈, 악녀의 탄생

2017.06.14
‘악녀’의 주인공 숙희, 김옥빈은 끝없이 사람을 죽인다. 그 얼굴은 피범벅된 채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있다. 사람을 죽이다보니 어느새 짐승의 얼굴을 갖게 된 여자.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관객이 상상하기 어려웠던 여자의 얼굴이 김옥빈을 통해 비죽 튀어 나왔다.

김옥빈의 데뷔를 생각해 보면, ‘악녀’에서 그의 얼굴은 상징적인 사건처럼 보이기도 한다. 2004년 제1회 네이버 얼짱선발대회에서 네이버(1등)상을 받으며, 말 그대로 ‘얼굴’로 데뷔한 것이 김옥빈이었다. 하지만 그 때 김옥빈은 4만 명의 참가자 사이에서 주목 받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전략 회의를 했고, 그 결과 막춤을 추다 돌려차기를 하는 액션을 보여주며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데뷔 뒤에는 ‘다세포 소녀’에서 원조교제로 가족을 부양하는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부터 ‘악녀’의 숙희에 이르기까지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을 연기했다. 영화 ‘박쥐’의 태주는 무기력하게 살아가다 뱀파이어가 되면서 자신의 욕망을 알아가며 활력이 가득한 얼굴을 보여줬고, JTBC ‘유나의 거리’에서는 소매치기 전과를 안고 사는 여성의 고단한 얼굴을 보여줬다. 김옥빈은 예쁜 얼굴 때문에 주목 받았지만, 출연한 대부분의 작품에서 그것 외에 자신을 주목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캐릭터를 골랐고, 점차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어딘가 독특한 면모를 보여주고, 그것이 개성이 되어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시체가 돌아왔다’에서 그가 연기한 한동화는 사장에게 아르바이트비를 떼먹히자 사장의 결혼식에 찾아가 캠코더를 들고 “월급 언제 줄거예요?”라고 물었다. 그 때 무기력하던 그의 눈동자는 상대를 잡아먹을 것처럼 돌변했다. 어느 순간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얼굴을 가진 배우. 그리고 김옥빈은 ‘악녀’에 이르러 인간의 양면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까지 오는데 13년이 걸렸다고도 할 수도 있겠다. 김옥빈은 합기도 3단, 태권도 2단에 무에타이도 가능한 배우지만, 그의 능력을 선보일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 “너무 재미있게 연애를 했고,마지막 공개 연애 때는 거짓말하기 싫으니까 맞다고 했다”(‘보그’)고 말할 수 있는 태도 역시 한국에서는 튀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가 그동안 연기에서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얼굴에 한정 돼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김옥빈은 얼굴 뿐만 아니라 온 몸을 쓰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어필할 수 있는 순간을 맞이했다. 그는 물론 한국 영화에 있어서도 새로운 탄생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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