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마당도서관을 생각하다

2017.06.16
별마당도서관을 찾았다. 첫인상은 대단하다, 볼만하다, 사람들이 참 많군, 일단 도서관이 주목받아서 좋군, 이었다. 이 도서관이 문을 연 날, 우연히 참고했다는 일본 타케오시립도서관을 방문했었다. 참고한 도서관보다 더 멋져 보였다. 만일 시끄럽지만 자유로운 도서관 공간을 만들어보고자 했다면 일단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별마당도서관이 자리 잡은 곳은 많은 사람이 찾는 코엑스에서도 가장 붐비는 곳이다. 이미 많은 주목을 받은 이 도서관에서 가장 의미 있는 점이라면 바로 이것, 도서관은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서울시 한복판에 자리한 서울도서관과 같이 도서관 입지의 중요성을 새롭게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상업적 공간에 가장 비상업적인 도서관을 만든 것, 시민들이 책과 도서관을 새롭게 발견하도록 한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둘러본 다음 든 의문은 왜 ‘도서관이어야 했을까’였다. 도서관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도서관의 기본 이념이나 철학, 원리 같은 것을 고려했으면 한다. 도서관은 시설/공간, 장서, 사서 등의 직원, 이렇게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각각의 요소별로 별마당도서관은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시설/공간은 새롭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사정과 비교해 보면 이런 입지와 규모, 공간감 등은 부럽다. 평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하는 도서관도 멋진 시설이나 공간감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이번 별마당도서관이나 다른 기업이 만든 도서관들이 좋은 시사점이 되기를 바란다. 시민들도 세금으로 이런 수준의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도록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요구하고 지원해주면 좋겠다. 다만 전체 중 일부 공간은 상업 공간을 통해 지나가거나 아예 별도로 출입하도록 되어 있는 점은 좀 의아했다.

장서 측면에서 보면 거대한 책장에 책이 멋지게 꽂혀 있어 책의 아름다움이나 가치를 되짚어보고 시민들을 책으로 이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런데 책장에 가까이 다가가면 책은 그냥 책장에 꽂혀 있다. 5만 권이나 되는 책 가운데 어느 책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비록 도서관이 책의 ‘우연한 발견의 가치’도 중시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본은 도서관 안에 있는 책들은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분류가 정확하게 적용된 것 같지도 않다. 그러다 보니 책을 그저 사람들을 상업적 공간으로 모으는 도구로 쓴 것이라는 비판의 근거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별마당도서관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궁금하다. 다만 다양한 잡지가 많은 것은 앞으로 다른 도서관들이 참고할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은 사람과 사람이 책을 매개로 만나고 소통하는 공공의 공간이고 서비스다. 그런데 별마당도서관에는 책을 보고 이용하러 온 사람들은 많은데, 이들을 만나서 적절한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람, 즉 도서관 사서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못 본 것일까? 그런 거라면 다행이다. 도서관 이름을 단 서비스라면 적어도 최소한 이 분야 전담 전문가들이 전면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이들의 요청이나 요구를 파악하고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당장의 상황에서는 사서들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앞으로 도서관답게 전문 직원들을 전면에 적극 배치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번 별마당도서관 마련에 참고한 곳들은 자리한 지역이 원래 조용한 곳이다. 그래서 도서관이 그 지역에 활력을 주고자 소란함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코엑스는 이미 충분히 소란하다. 어찌 보면 이 별마당도서관은 소란한 코엑스 안에서 진짜 ‘멈춤’과 ‘비움’의 공간이 되어도 좋겠다 싶다. ‘도서관은 또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문’이라고 말한다면, 그 문으로 들어서려면 책을 읽고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어쩌면 깊은 침묵도 중요하지 않을까? 부디 귀한 공간에 마련한 도서관인 만큼 시민들이 책을 통해 시민의 역량을 키우도록 돕는 진짜 도서관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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