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따라 극장투어

2017.06.30
6월 29일 개봉하는 영화 ‘옥자’는 전국 83개 극장(6월 22일 기준, 넷플릭스 제외)에서만 볼 수 있다. 국내 3대 대형 멀티플렉스의 보이콧으로, 뜻밖에 주목받은 것은 ‘옥자’를 상영하기로 결정한 ‘비 멀티플렉스’ 극장들이었다. 이 중 대부분은 오래되었거나 규모가 작아 식당과 쇼핑몰,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모두 갖춘 멀티플렉스에 밀려 외면받던 곳들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그동안 멀티플렉스에 익숙해져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극장들과 그 밖의 즐거움에 눈을 돌려보자. 물론, ‘옥자’도 보고.


과거로의 초대, 대한극장

충무로에 위치한 대한극장은 1955년에 개관했다. 초창기에는 ‘벤허’, ‘사운드 오브 뮤직’, ‘마지막 황제’ 등 대작 위주의 상영을 고집했으나 멀티플렉스가 유행하기 시작하며 2001년 리모델링을 거쳐 11개의 상영관으로 재탄생됐다. 오래된 극장이지만 비교적 깔끔하고 편의시설이 많은 것이 특징. 구구석 의자를 설치해 관객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2층에는 대한극장 멤버쉽 회원을 위한 ‘오렌지 라운지’, 7층에는 발코니가 마련되어 있고 매점도 많은 편이다. 다만 평일에는 1층 매점만을 운영하니 참고할 것. 대한극장 멤버쉽에 가입하면 티켓 가격의 10%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는데, 2000포인트가 넘어가면 한 달에 한 편 영화 무료, 생일 축하 쿠폰, VIP 전용 좌석, 시사회 초대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예매는 대한극장 홈페이지, 전화, 모바일 앱에서 가능하며 포털사이트도 이용할 수 있다.

즐길 거리
충무로 주변에는 50년 이상 된 노포가 즐비하다. 대한극장 바로 앞에는 한정식 전문점 '대림정'이 있고, 도보로 5분 거리에 게장과 갈비로 유명한 '진고개', 미슐랭 가이드 2017에 수록된 평양냉면 전문점 ‘필동면옥’이 있다. 도보로 20분 거리에 70살이 넘은 빵집 ‘태극당’이 위치해 있으니 후식으로 ‘모나카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좋겠다. 낮에 영화를 보고 해가 떨어질 무렵 ‘남산골 한옥마을’에 들러보자. 이곳에서는 6월부터 매주 토요일 ‘1890 야시장’이 열리고 있는데, ‘조선말기 개화기 한양의 저잣거리’를 재연해 다양한 음식과 수공예품, 공연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운치 있는 밤의 한옥은 감탄을 자아내고 한복까지 갖춰 입은 상인들은 정말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든다.

숨은 핫플레이스, 서울극장

1979년 단 한 개의 상영관으로 시작한 서울극장은 세월이 흐르면서 11개의 상영관을 갖추게 됐다. 현재 한창 리모델링 중이라 다소 정신없는 분위기지만 5월에 완성된 매표소와 스낵박스는 세련되고 깔끔한 모습이다. 7월 중 1층에 멤버십 라운지 및 이벤트 홀을 개장하여 완전히 새로워진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해도 좋겠다. 특히 서울극장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마련되어 있고, 멤버쉽 할인 혜택이 많아 영화 마니아들에게 꽤나 사랑받는 극장이다. 신규 회원에게는 5천 원 영화권이 발급되며 매주 월요일 ‘멤버십 데이’에는 1인 5천 원, 매주 수요일 ‘브랜드 데이’에는 2인 1만 원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 또한 포인트를 모아 주중 영화권으로도 교환 가능하다. 1만 점 이상의 포인트를 쌓은 고객은 VIP가 되며, 무료 영화권을 비롯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예매는 홈페이지와 전화, 모바일앱, 포털 사이트 등을 이용하면 된다.

즐길 거리
서울극장에서 도보로 14분 정도 소요되는 ‘은주정’은 멀티플렉스의 깔끔한 식당들과는 상반되지만,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김치찌개 속 큼직한 돼지고기를 쌈에 싸서 먹는 메뉴가 대표적이며 저녁에는 삼겹살과 함께 세트로 먹을 수도 있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이 즐겨 찾았던 양대창 전문점 ‘양미옥’도 내공을 자랑하는 맛집이다. 근처 광장시장에는 빈대떡, 마약김밥 등의 별미가 가득하니, 활기찬 시장 분위기를 즐기며 식사를 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서울극장이 위치한 을지로 3가는 본래 오래된 상가 거리였으나 최근 몇 년간 ‘세운전자상가’에 청년 스타트업 기업들이 입주하며 세련된 가게들이 많이 들어섰다. 그중 ‘신도시’, ‘호텔수선화’, ‘커피한약방’ 등은 예술적 감성이 느껴지는 독특한 바와 카페로 인스타그램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마디로, 인증샷을 남기기에 최적의 장소란 뜻이다.

고요한 하루, 씨네큐브 광화문

씨네큐브 광화문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예술영화관이다. 두 개의 상영관에서 씨네큐브만의 기준으로 엄선된 영화만을 상영하며,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에서 상영관이 없거나 너무 빨리 내려서 볼 수 없었던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영화를 존중하는 공간이니만큼, 이곳에는 몇 가지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다. 상영관에는 물을 제외한 음료 및 음식물을 반입할 수 없고, 영화는 광고 없이 정시에 상영되며 시작 후 10분이 지나면 입장이 제한된다. 씨네큐브 회원카드를 만들면 결재한 금액의 10%가 적립되고 9000포인트부터 주중 상영작에 한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그 밖에 생일 해당 월에 영화 1편 무료 관람, 영화 관련 동호회 지원, 동일 영화 2회 이상 관람 시 3회부터 무료 관람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씨네큐브 홈페이지에서 영화 시작 30분 전까지 실시간 예매가 가능하며 포털사이트에서도 예매할 수 있다.

즐길 거리
광화문에서는 ‘먹을 걱정’만큼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한식을 좋아한다면 슴슴하고도 깊은 맛의 전골이 일품인 ‘평안도만두집’을 추천한다. 아기자기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아하바브리카’나 태국에서 20년간 거주했던 대표가 운영하는 ‘아로이 타이레스토랑’도 인기 있으며, 비엔나 커피로 유명한 ‘커피스트’도 근방에 위치해 있다. 또한 광화문에는 영화 외에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많다. 씨네큐브에서 도보로 5분 이내 거리에 위치한 금호아트홀에서는 다양한 음악 공연을,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소박한 유물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과 전시를 비롯해 각종 문화행사를 접할 수도 있다. 고궁과 빌딩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광화문에는 구석구석 운치 있는 장소가 많은데, 날이 저물면 청계천이나 덕수궁 돌담길을 거닐며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을 것이다.

젊음의 거리, KU 시네마테크

건국대학교 문화예술대 안에 있는 KU 시네마테크는 2011년 영화 제작자 및 교육자들이 힘을 모아 설립한 극장이다. 이곳에서는 영화의 다양성과 관객의 선택권을 중시하겠다는 설립 취지에 따라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에서 밀려났던 소규모 영화들을 위주로 상영한다. 상영관은 단 하나뿐이며 입구에 길고양이를 위한 밥그릇이 놓여 있을 정도로 소박하고 풋풋한 분위기. 하지만 영화 관계자들이 만든 극장답게 상영관의 컨디션만큼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멀티플렉스 상영관 250석 규모의 공간에 152석만을 배치해 넓고 편안한 좌석과 안정된 경사도를 갖췄으며 최신 영사기와 서버, 12m의 넓은 스크린을 통해 어떠한 비율의 영상도 왜곡 없이 상영한다. 건국대학교 학생 및 타교 영화전공 학생의 경우 2천 원 할인을 받을 수 있으며 그 밖에 경로우대, 복지할인 등의 혜택이 있다. 예매는 주로 현장 구매로 이루어지며, 포털사이트에서도 예매할 수 있으나 좌석 지정은 맥스무비 사이트에서만 가능하다.

즐길 거리
건국대학교 근처에는 그 유명한 ‘양꼬치 골목’이 있다. 이미 방송을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된 ‘매화반점’을 비롯해 같은 골목에는 싸고 맛있는 중국요리집들이 넘쳐난다. 양꼬치가 거북한 사람에게는 꿔바로우나 매운 가재를 추천한다. 꿔바로우는 중국식 탕수육으로 대부분의 식당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사천식 양념에 버무린 매운 가재의 경우 근방에서는 ‘해룡마라소륭샤’라는 식당이 유명하다. 조금 가벼운 음식을 먹고 싶다면 극장에서 도보로 15분 이내에 위치한 ‘커먼그라운드’의 푸드 트럭을 찾아가 보자. 이곳에서는 다양하고 재치 있는 길거리 음식들을 맛볼 수 있으며 식사 후에는 신진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의 창작물로 가득한 전 세계 최대 규모의 팝업 컨테이너 쇼핑몰을 둘러보거나 수시로 열리는 전시 및 공연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로수길 데이트, 이봄씨어터

가로수길 초입에 위치한 이봄씨어터는 59석 규모의 아주 작은 극장이다. 본래 배급사인 ‘조이앤시네마’가 운영하던 곳으로, 올해 초 이봄씨어터로 이름을 바꾸었다. 포털사이트에서는 아직 조이앤시네마로 등록되어 있으니 참고할 것. 지하에 위치해 있지만 아늑한 느낌이어서 ‘가로수길 비밀극장’으로 불리며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알음알음 사랑받아 왔다. 공간이 워낙 작아 어느 각도에서든 화면이 잘 보이며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다. 상영작 역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소규모 영화들이 대부분으로, 오래된 영화를 재개봉하는 경우도 많다. 편의시설은 매표소를 겸한 조그만 매점과 상영관 내 작은 테이블이 전부지만, 영화를 즐기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상영 시간표는 이봄씨어터 네이버 카페에 공지되고,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즐길 거리
가로수길과 세로수길, 그리고 압구정 로데오 거리까지 도보로 이동 가능해 선택의 폭이 넓다. 극장 근처의 맛집으로는 도보 5분 이내에 ‘길버트버거 앤 프라이즈’가 있다. 지하에 위치한 미국식 펍으로, 육즙이 흐르는 미국식 수제버거와 바삭한 프렌치 프라이를 다양한 맥주와 함께 먹을 수 있다. 이곳에서 2분 거리에는 ‘델리 민주’로 알려진 유민주 셰프가 디렉팅한 ‘펌킨 테리어’가 있는데 케이크는 물론 아이스 음료의 퀄리티가 특히 뛰어나다. 또한 이 근방에는 최근 신사동에서 가장 ‘핫한’ 빵집 중 하나인 데니쉬 식빵 전문점 ‘88브레드’도 있다. 다만 늦게 갈 경우 식빵 구경도 할 수 없으니 주의할 것. 식사를 마친 후 가로수길을 거닐며 구석구석 개성 있는 로드숍들을 구경하거나 쇼핑을 즐기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목록

SPECIAL

image 김생민의 영수증

MAGAZINE

  • imageVol.171
  • imageVol.170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