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② 음악부터 팥빙수까지, 더위에 맞서는 ‘원픽’ 아이템 6

2017.07.04
덥고 습하고 장마까지 오고 그래서 숨가쁘고 힘빠지는 여름. 그래도 우리를 살만하게 만들어줄 여름의 ‘원픽’ 아이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특히 그 아이가 1세와 4세라면, 30도를 웃도는 한여름에 종일 집에서 버티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아이들의 무시무시한 분주함은 나도 모르게 고주파음을 발사케 한다. 그래서 주말이면 향하는 곳이 있다. 나만의 한적한 몰, 여의도 IFC! “몰이 한적하다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금융기관, 방송국, 대기업 계열사가 즐비한 직장인의 메카 여의도는 주말이면 인파가 빠져나간 여유로운 풍경이다. 그러니 일단 출발하자. 여의도역 3번 출구에 내려 IFC 몰까지 이어지는 무빙워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그 끝에 있는 키즈 놀이터와 마주한다. 전략은 이것이다. 가능한 한 아이들의 에너지를 쏙 빼놓을 것. 한 두어 시간 붕붕카, 퍼즐을 오가며 아이들이 노는 것을 여유롭게 바라보면 어느덧 방전된 아이들의 낮잠 시간이다. 이때부턴 어른의 독무대. 곤히 자는 아이들을 데리고 L1, L2층에 입점된 자라, 망고, 마시모두띠 등을 훑으며 옷을 핏하거나 영풍문고에서 고상하게 책을 즐긴다. 몇 가지 득템으로 마음의 기쁨을 챙길 즈음 아이들의 기상 시간이 찾아오니, 재빨리 L3층 식당가로 향한다. 이곳에선 중식, 양식, 퓨전 등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고, 근처 올리브 마켓에서 장을 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간편 조리식부터 퀄리티 높은 피자, 수제어묵까지. 저녁거리도 사고 출출함도 채운 후, 근처 여의도 공원에서의 산책을 권한다. 소소히 펼쳐진 녹지 워킹로드를 맨발로 걷다 보면 깊은 마음의 쉼이 느껴진다. 물론 싱글인 당신에겐 큰 감흥이 없을 이야기. 하지만 좀 더 여유롭고 편안한 곳을 원하는 워킹맘들이라면 이곳이 천국이다. 그 작은 차이를 권한다.
글. 이승주 (여의도 죽순이 아리, 이준 엄마)

자외선 차단제

오래도록 국산 자외선 차단제 중 ‘이거다!’ 싶은 게 없었다. 백탁은 물론이고 그 지독한 ‘화장품 냄새’ 때문에 도저히 적량을 바를 수 없었고, 자외선 A 차단 기능을 뜻하는 PA가 떨어지는 제품도 많았다. 그래서 여름엔 일본 제품을 주로 사용했다. 습한 일본 기후 때문에 산뜻하고 투명한 제품 위주에 무향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PA 지수가 ++++인 것도 흔하고 말이다. 올해 출시된 해피바스 아쿠아 모이스춰 선로션은 그 제품들과 비슷한 수분 로션 제형이었다. 완벽하게 투명하고, 바를 땐 수분감이 있지만 잠시 후면 보송해진다. 시트러스 향으로 무향은 아니지만 곧 사라질 정도로 약하다. SPF 50+에 올해 바뀐 표기법의 최대치인 PA++++. 무엇보다 좋은 건 150ml라는 대용량. 자외선 차단제는 무엇이냐 보다 얼마나 바를 수 있고 유지되느냐가 더 중요해서 수시로 바를 수 있는 대용량이 필수적이다.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하다. 단, 일상생활용이어서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거나 운동, 물놀이를 할 때는 다른 내수성 있는 자외선 차단제를 써야 한다. 또한 여름이니 풋 릴리프도 써보자. 하이힐을 주로 신어서 저녁이면 발이 화끈거린다면 더욱. 아베다 풋 릴리프는 브랜드의 최대 장점인 천연 에센셜 오일들-페퍼민트, 로즈마리, 라벤더, 티트리, 멘톨, 캠퍼-이 칵테일처럼 들어가 바르는 순간 쿨 파스처럼 시원하고 오래도록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천연 AHA와 BHA가 들어 있어 두꺼운 발 각질을 어느 정도 정돈해주기도 한다. 제형도 건조한 발이라면 끈적이거나 번들거리지 않고 잘 흡수되는 걸로 느껴질 것. 풋 크림 중에선 고가 성분을 많이 넣은 것이라 ‘가성비’ 면에서도 값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글. 이선배 (뷰티․패션 컨설턴트, ‘잇코스메틱’ 저자)

셔터스톡
여행
트위터에서 여름의 교토에 절대 가지 말라는 경고를 본 적 있는데, 내가 경험한 ‘일본-여름-청춘’의 신남이 최고치를 찍은 것은 교토의 여름이었다. ‘氷(코오리)’라고 적힌 가게로 들어가면 빙수를 먹을 수 있다. 1일 5식이 가능하다면 여름의 홋카이도는 낙원이다. 다른 지역보다 건조하고 선선하다는 결정적인 장점에 더해 기차를 타고 다니며 산, 바다, 습지 등 다양한 자연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옥수수의 계절이라 오도리 공원 인근에서 삶거나 구운 옥수수를 파는 노점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다. 감자, 피망, 브로콜리, 당근을 비롯한 야채도 유난히 달고 맛있다. 이 모든 식재료가 다 들어간 음식이라면 역시 수프카레로, 겨울에 몸을 녹이는 음식으로 제격이지만 체력 떨어지기 쉬운 여름철에도 권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유바리 메론 역시 여름의 홋카이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환상의 과일이다. 유제품의 고장답게, 다양한 맛의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글. 이다혜 ('씨네21' 기자)

셔터스톡
팥빙수

개도 안 걸린다는 오뉴월 여름 감기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 눈으로 애타게 슬근슬근 대패에 갈아 쌓은 얼음 위에 글로시하게 올린 나른한 졸인 팥과, 망고나 멜론이 큼직한 큐브 형태로 올려진 그런 팥빙수를 찾아다니고 있다. 매년 팥빙수를 주제로 원고를 청탁받는다. 외식 산업이 점차 발달하면서 디저트는 단순히 후식이 아닌 식문화의 한 부분으로 스며든 지 오래. 매 여름마다 팥빙수의 얼음의 질감, 빙삭기, 팥의 농도, 산지, 곁들여지는 비기의 포인트들이 업그레이드된다. 얼음 위에 팥과 과일 칵테일, 빨간 체리가 올려진 어린 시절 팥빙수는 어느새 잊혀졌다. 고려당과 신라명과에서 먹던 하얀 생크림 폼이 올려진 빙수만으로도 꽤나 큰 충격이었는데 어느덧 몸값 비싼 돔페리뇽 샴페인 얼음이나 제주 애플망고가 올려진, 한 끼 식사 가격을 능가하는 고급스러운 빙수를 호텔 라운지에서 즐기는 것 또한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하지만 항상 다급한 갈증 끝에 떠올리는 나의 궁극의 팥빙수는 진주 수복빵집의 거친 물얼음 위로 나른히 퍼진 계피 풍미의 그것, 단순한 그 자태가 내게는 가장 직관적인 여름의 쾌락이다. 
글. 김혜준 (‘김혜준 컴퍼니’ 대표)

음악
여름 날 토요일 낮에 창문을 연 채 잠을 자다 깼을 때, 일어나서 곧 있을 약속에 나가려고 옷을 고를 때, 저녁에 떠들썩한 거리를 걷고 있을 때,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에어컨을 켜고 누웠을 때. 타히티80의 ‘Puzzle’은 모든 여름의 일상에 들을 수 있는 완결된 플레이리스트다. 첫 곡 ‘Yellow Butterfly’처럼 속삭일 때도, 그들로서는 나름 거칠게 밀어붙이는 ‘Revolution 80’을 연주할 때도, 이 프랑스 밴드의 그루브한 리듬감은 날씨 좋은 날 여름의 흥겨움을 만들어내고, 펑크(funk)의 땀 냄새에서 습기만 제거한 것 같은 보컬리스트 자비에르 부와예르의 목소리는 그들의 모든 곡에 청량한 서늘함을 더한다. 특히 ‘Heartbeat’는 아무리 덥고 습하고 어지러운 날에도 듣는 사람을 두근거리는 로맨스가 넘실대는 파라다이스로 데려다놓는다. 여름의 나쁜 것들을 빼고 좋은 것들만을 노래로 만든다면 아마도 ‘Puzzle’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거리를 혼자 걸을 때 특히 추천한다. 낮에는 더위를 잊게 하고, 밤에는 청량한 기분 속에서 사색에 잠기게 할 수 있는 음악이란 정말 귀하다.
글. 강명석

호텔

호텔은 가사노동의 반대말이다. 휴식을 위한 최소한의 집기만 갖춰진 미니멀한 공간에서, 나의 노력을 투입하지 않아도 고도의 쾌적함이 유지된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각 맞춰 정리된 침구와 제때 채워진 새 타월이 기다리고 있는 호사스러움이라니. 수영장이나 체육관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호텔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즐겨 마땅한 최고의 액티비티는 조식 뷔페다(패키지에 따라 저녁 시간에 주류와 음식이 제공되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서비스도). 나머지 시간에는 먹은 걸 소화시키고 방을 어지르는 일 외엔 가급적 뭘 안 하는 편이 좋다. 무엇보다 이 장마와 무더위의 한가운데 최적의 온도와 습도에 맞춰 마음껏 에어컨을 틀어놓고 (고양이 털도 묻지 않은) 묵직한 80수의 호텔 베딩 속에 쏙 들어가 뭘 읽거나 폰을 보거나 멍때리는 것보다 더 큰 사치는 없을 테니까. 체인 호텔인 신라 스테이는 생긴지 얼마 안 되어 여러 지점의 시설이 모두 깨끗하며, 부산 웨스틴 조선에는 홈페이지 예약 전용으로 저렴하고 훌륭한 패키지 상품이 간혹 올라온다. TV와 침대, 넷플릭스만 있으면 세상의 끝날까지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라면 트렁크에 크롬캐스트를 챙겨가길 권한다. 그곳이 어느 먼 도시가 아니라 서울일지라도, 호텔에서의 하룻밤은 알려준다. 게으름이야말로 우리가 돈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럭셔리라는 사실을.
글. 황선우 (‘W Korea’ 피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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