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욱이 입는 옷

2017.07.07
지창욱은 최근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서 내놓은 드라마 배우 평판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KBS ‘웃어라 동해야’의 성실한 청년 동해가 어느새 로펌 대표를 연기하면서, 드라마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 중 한 명이 된 것이다. 데뷔부터 10여 년 동안 그는 야채가게 주인, 원나라 황제, 청와대 경호원 등 여러 가지 역할을 소화하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나갔고, 그것은 일일 드라마를 기점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가 사극, 액션, 로맨스 등을 거치며 자신의 폭을 넓혀온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는 그만큼 다양한 옷들을 입었고, 그 옷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연출했다. 지창욱이 연기한 캐릭터만큼이나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그의 옷 입기.


수트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SBS ‘수상한 파트너’에서 그가 연기하는 노지욱은 검사였다가 로펌 대표가 된 인물이다. 책상에서 일하는 장면이 많다 보니 클로즈업에 가까운 바스트 숏이 심심찮게 등장하는데, 넓은 어깨와 목선에서부터 팔 아래로 떨어지는 라인이 단정한 수트를 통해 캐릭터의 믿음직스러운 성격을 보여준다. 지창욱은 뮤지컬 ‘그날들’에서 사랑하는 여성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청와대 경호원을 연기하거나 SBS ‘다섯 손가락’에서 열등감에 시달리는 피아니스트를 연기하며 연주회마다 깔끔한 수트 핏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tvN ‘THE K2’는 그의 수트 패션의 완성판이라 할 수 있는데, 그가 연기한 전쟁 용병 출신의 청와대 VIP 경호원 김제하는 직업적 특성상 계속 검은 수트를 입었고, 이를 통해 캐릭터의 강직한 성격이 표현됐다. 지창욱의 스타일리스트 지상은 실장은 “몸의 비율도 그 자체로 좋은데, 특히나 어깨가 넓어서 수트 핏이 예쁘게 잘 받는다”며 “어깨가 워낙 넓다 보니 상의 사이즈와 하의 사이즈 차이가 많이 나서 거의 수선을 해서 입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성적인 모습부터 날렵한 액션까지 모두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트는 지창욱의 유니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상복

성실하고 마음이 따뜻한 청년. ‘웃어라 동해야’ 이후 지창욱에 대해 대중이 가진 이미지 중 하나다. 이미 KBS ‘솔약국집 아들들’(2009)에서 마음 여린 재수생 막내아들을 연기하던 그는 출연작 중 드물게 소소한 동물이나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으며 캐릭터를 표현했다. 주로 얇은 티셔츠에 점퍼를 걸치거나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어 패션에 무지한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기도 했고, 동시에 뜨개질이나 수예, 아기 돌보기를 좋아한다는 설정을 살리기 위해 오히려 남성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점퍼를 입어 그 간극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입는 옷으로 캐릭터의 성격을 다듬은 것. 그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린 ‘웃어라 동해야’에서는 미국 부부에게 입양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성실하고 착한 조리사 지망생을 연기하면서 단색 티셔츠나 목폴라에 야상이나 활동성 좋은 점퍼를 매치했고, 동시에 세련된 느낌을 주는 셔츠와 니트, 코트도 종종 활용하며 미국에서 건너온 ‘훈훈한 청년’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또한 채널A ‘총각네 야채가게’(2011)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청년 한태양을 연기하면서 활동성을 강조한 패딩점퍼와 청바지로 직접 영업을 다니며 물건을 파는 배역의 설정을 살렸다.

니트와 셔츠

드라마 제작 관계자 A씨는 “지창욱의 얼굴 생김새는 굉장히 클래식하다. 이목구비가 또렷한 고전적 미남형이라는 뜻도 있지만, 단순히 잘생긴 걸 떠나서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이 강하다”고 말한다. 이런 지창욱의 매력은 단색 니트나 셔츠를 코디했을 때 도드라진다. 그는 KBS ‘힐러’에서 연예부 인턴 기자로 위장 취업했을 때, 주로 니트에 면바지를 착용해 또렷한 이목구비와 전체적으로 말끔한 느낌을 살렸다. SBS ‘수상한 파트너’에서는 검사에서 로펌 대표로 변신하면서 주로 파스텔톤에 가까운 단색 셔츠를 입는다. 법조인이라는 직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부드럽고 편안한 인상을 주면서 단정한 얼굴을 부각시킨 것. 스타일리스트 지상은 실장은 “‘수상한 파트너’는 로맨스와 스릴러를 결합한 장르라, 다양한 부분을 고려한다”면서 “변호사로 일을 할 때는 살짝 남성미가 풍길 수 있게 의상을 고른다. 반대로 로맨틱한 면을 보여줄 때는 컬러를 이용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부드럽게 보일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전투복

밤심부름꾼, FPS 게임 속 캐릭터, 전쟁 용병. 지창욱은 여러 차례 많은 격투가 필요한 특수한 일을 하는 캐릭터들을 연기했다. 그래서 ‘밤심부름꾼’ 서정후를 연기한 ‘힐러’에서는 밤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검은색 니트와 검은 가죽점퍼를 입었고, 그중에서도 얼굴이 노출될 위험을 막기 위해 주로 목 끝까지 올려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을 택했다. 몸에 밀착되는 점퍼와 바지로 긴 다리와 탄탄한 상체를 부각시키면서, 전투 신에서는 영리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실루엣을 강조하는 효과를 냈다. 또한 영화 ‘조작된 도시’에서 가상의 FPS 게임 속 캐릭터를 연기하며 SWAT 요원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잭나이프를 꺼낼 수 있고 총알 장전이 가능한 정석적인 전투요원의 모습을 선보였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창욱의 액션이 계속된 ‘THE K2’는 초반에 전쟁 용병 출신이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밀리터리 룩을 입었다. 이때 민소매 셔츠에 군용 바지를 입고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는 시골길을 걷는 모습에서 반복되는 싸움에 지친 용병의 심리를 표현했다. 드라마 전체적으로는 전투복보다 수트를 입었지만, 초반의 땀에 흠뻑 젖은 낡은 군복은 캐릭터가 가진 근본적인 정체성을 보여주는 장치였다.

곤룡포

지창욱은 ‘기황후’에서 애정 결핍에 시달리는 철없고 난폭한 군주 타환을 연기했다. ‘웃어라 동해야’, ‘총각네 야채가게’ 등에서의 단정한 청년 이미지를 깨는 모험이었다. 당시 그는 이런 철부지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온갖 화려한 색감의 곤룡포를 입었다. 사치스럽고 향락적인 시대 분위기를 묘사하기 위해 의상에는 여러 가지 디테일이 동원됐는데, 당시 MBC 미술센터 의상미술부에 근무하던 봉현숙 국장은 “‘기황후’에서는 디테일에 아플리케 기법, 레이스 장식, 자바라 장식, 심지어 원석의 구슬과 금속 장식을 가식하여 의상의 품위와 입체감을 주어 캐릭터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방송문화, 2014년 2월호)”고 설명했다. 눈썹 뼈에서부터 콧날로 내려오는 골격이 매우 뚜렷한 지창욱의 얼굴은 화려한 의상과 무리 없이 조화를 이뤘고, 막무가내로 승냥(하지원)을 자기 곁에 두고자 하는 황제가 자신의 권위를 애써 강조하려는 심리를 잘 설명하기도 했다. 드라마는 방영 전부터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고,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포함한 전반적인 고증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지창욱은 ‘기황후’를 통해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 후 ‘선풍소녀 2’, ‘나의 남신’과 같은 중국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을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고, 한국 배우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해외 팬을 보유한 배우 중 하나가 됐다. 동해부터 타환을 지나 노지욱까지, 지창욱은 필요할 때 과감하게 자신의 옷을 갈아입으며 10년 전에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영역에 도착한 것이다.




목록

SPECIAL

image 비밀의 숲

MAGAZINE

  • imageVol.170
  • imageVol.169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