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구글의 디지털 독점

2017.07.10

유럽 연합은 구글이 “검색 엔진으로서의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또 다른 구글 제품인 쇼핑 비교 서비스에 불법적인 이득을 줬다”는 이유로 27억 3천만 달러, 한화로 약 3조 1,500억 원 정도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역대 가장 많은 금액이다. 구글이 서비스하지 않는 다른 쇼핑 비교 사이트보다 자신들의 쇼핑 비교 서비스를 구글의 검색 결과에서 더 상위에 띄웠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구글 정도로 큰 기업에도 3조 원이 넘는 과징금은 부담이다. 하지만 과징금의 액수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반독점 규제가 유럽이 구글에 가하는 반독점 조사의 일부라는 점이다. 기업의 크기와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의 지배적인 위치와는 별개로 자국인 미국 내에서 상대적으로 반독점 규제에서 벗어났던 구글이기에, 이번 유럽 연합의 판결은 타격이 크다. 구글은 즉각적으로 성명을 내고 항소하겠다고 했지만, 유럽 위원회의 이번 판결로 인해 구글은 앞으로 계속해서 법적 분쟁을 이어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연합의 이번 반독점 규제 판결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분석가 벤 톰슨이 지적하듯, 유럽 연합의 이번 판결은 디지털 세상에서 독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정의한다는 의미가 있다. 디지털 세상에선 유통 비용과 거래 비용이 없다. 이런 세상에서 소비자들은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끌린다. 더 많은 소비자는 더 많은 하위 서비스 제공자들을 끌어 모으고, 결국 이는 더 나은 경험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을 끌어 모은다. 이러한 선순환 덕분에, 큰 회사들은 더욱 커진다. 이는 네트워크 효과를 형성하고, 다른 경쟁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기 힘들게 만든다. 더 많은 소비자가 검색 엔진을 쓰면서, 더 많은 광고주가 모이게 된다. 디지털 시장의 특징이 이렇기에 클릭 한 번만 하면, 혹은 주소만 바꿔서 치면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니 독점이 아니라는 말은 적절한 반박이 아니다. 유럽 연합은 네트워크 효과가 디지털 독과점의 기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흥미로운 점은 반독점 규제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접근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유럽은 구글이 웹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만, 미국은 유럽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복스’가 지적하듯, 유럽은 반독점 규제에 있어서 경쟁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하는데, 경쟁이 저해된다면 독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미국은 소비자의 권리, 특히 가격의 측면에서 독점을 바라본다. 미국에서 독점이란 상품의 가격을 올리는 일을 뜻한다. 그래서 공짜인 구글은 가격을 올리지도 않기 때문에 소비자에 반하지도 않고, 독점도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자국의 기업인 구글에 대한 유럽의 반독점 규제를 보호주의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다.


구글은 유럽 연합의 판결에 대해 자신들은 그저 소비자를 위한 최선을 선택했을 뿐이라며, 유럽 연합의 결론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하지만 구글이 검색 엔진의 독점적인 힘을 남용했던 전적을 떠올리면, 과연 정말 단순히 소비자를 위한 최선이었느냐는 질문엔 쉽사리 답을 하기 힘들어진다. 구글은 과거 자신들보다 더 나은 옐프, 트립어드바이저, 아마존을 상대로 비슷한 일을 했었다.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서비스 제공자들의 경쟁이다. 하지만 벤 톰슨이 지적하듯, 디지털 독점에서,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제품에 반대하는 것과 경쟁을 촉진하는 것 사이에서 적절한 지점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유럽 연합이 그 지점을 제대로 찾았는지, 그리고 구글이 이번 반독점 규제에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나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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