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조승우, 냉정과 열정 사이

2017.07.12
“웃으니까 이쁘네.” 한여진(배두나)만의 심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tvN ‘비밀의 숲’ 6화에서 살짝 미소를 지었던 황시목(조승우)은 8화에서는 약간 더 크게 웃었고,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미스테리한 과거를 가진 황시목은 가끔 소시오패스로 느껴질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언성을 높이거나 흐트러지지 않는다. 남자 주인공이 감정을 폭발시키고, 고성을 지르는 것이 하나의 멋으로까지 소비되는 한국 드라마에서 황시목은 오히려 차분하고 냉정하기에 시선이 가는 캐릭터다. 그리고 조승우에게는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많은 작품에서 조승우는 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영화 ‘클래식’의 준하는 쇠똥구리를 가지고 놀던 순박한 소년이었다가 친구의 약혼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 ‘타짜’의 고니는 철없는 시골 청년에서 악랄한 타짜로 거듭난다. ‘말아톤’의 자폐아 초원은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주변 사람들까지 변화시켰다. 뮤지컬에서는 더욱 역동적인 동시에 모험적인 시도를 하곤 했다. 25살에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선배 배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킬 앤 하이드’를 선택해 오만하고 폭력적이지만 수없이 자괴감에 시달리는 복잡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트랜스젠더가 뭔지도 몰랐”던 시절에도 망설임 끝에 ‘헤드윅’을 선택한 뒤 대본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각종 애드리브로 세 시간이 넘는 공연을 소화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연기 스타일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조승우는 “처음부터 이건 뮤지컬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더뮤지컬)”며 로커이자 소수자인 헤드윅이 내뿜는 즉각적인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했다. 2016년 ‘헤드윅’ 마지막 공연에서는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는 마치 고니처럼 도박이라고 해도 좋을 상황에 자신을 던지고, 그때마다 의미 있는 반응을 끌어내면서 자신의 역량을 증명했다. 데뷔작 ‘춘향뎐’ 오디션에 지원할 때 아무렇게나 대충 찍은 사진을 제출해 오히려 임권택 감독의 시선을 끈 일화는 조승우의 일면을 엿보게 한다. 그는 선택의 기로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카드로 극적인 결과물을 끌어내곤 했다.

그래서 황시목은 조승우가 열정으로 빚어낸 가장 차가운 인물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극적인 열연을 보여줬던 배우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선임 검사들이 부당한 거래를 제안하거나 강한 협박을 해도 표정 변화조차 없다. 한여진이 용의자에게 폭력을 휘두른 경찰들을 폭로하겠다고 화를 낼 때도, 그는 한 발짝 물러서서 시민활동가를 동원하는 치밀함을 보인다.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작에서, 그는 모험적인 시도를 침착하게 해낸다. 가장 열정적인 배우의 냉정한 승부수는, 이미 그의 승리로 끝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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