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또 나왔다

2017.07.13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 또 나왔더라. 누가 다 읽는지?” 한탄의 이유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희대의 다작을 한다는 것이다. 2017년 7월 ‘위험한 비너스’와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이 출간되었는데, 3월에는 ‘수상한 사람들’이, 2월에는 ‘기린의 날개’와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한국에 처음 소개된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가장 문제적(?)이었던 일은, 2014년에는 아홉 권이 한 해에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1999년 ‘비밀’, 2000년 ‘백야행’이 번역·출간된 뒤 2000년대 초반의 일본 소설 붐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작가는 또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번역된 책만 해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80종에 가까운 책을 썼다. 1958년생으로, 1985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해 한 해에 적게는 한 권, 많게는 다섯 권씩 작품을 발표해왔다. 여기서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쓰는 사람도 대단하지만 독자들이 읽는단 말인가? 히가시노 게이고라면 ‘용의자 X의 헌신’ 같은 미스터리 소설 작가인데, 써먹을 사건과 트릭이 그렇게나 많단 말인가?

출간되자마자 인터넷서점 알라딘 종합 탑100, 예스24 문학 9위에 이름을 올린 ‘위험한 비너스’는 고양이의 등장으로 막을 연다. 수의사인 하쿠로는 항문낭 파열이 문제가 된 고양이와 함께 온 보호자를 흘끗 보고 상당한 미인이라고 생각한다. 독신인지 궁금하지만, 그의 일을 돕는 서늘한 미인형의 여성 조수가 그런 질문에 질색할 게 뻔하기 때문에 참기로 한다. 그리고 걸려온 전화를 받는데, 상대의 말은 이렇다. “저는 아키토 씨의 아내예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아주버님!” 하쿠로는 결혼한지도 몰랐던 동생이 행방불명되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화가였던 그들의 아버지에 대해 떠올린다.

하쿠로와 아키토는 아버지가 다른 형제다. 하쿠로는 화가를, 아키토는 의학계 명문가 출신을 아버지로 두었다. 어머니가 의문사 한 뒤 그 집안사람들과 연을 끊었던 하쿠로는 일가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을 접하고 혼란스러워진다. 동생은 어디로 갔나. 어머니의 사고사는 이유가 무엇이었나. 어머니의 유품에 있던 아버지의 그림은 어디로 갔나. 단서를 찾아 해결될 듯하던 사건은 엎어지기를 반복한다. 복잡할 수 있는 전개를 이어붙이는 것은 홈드라마 같은 가족 이야기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애증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살인사건과 기가 막히게 접목시킨다. 약간의 진부함과 약간의 새로움. 3할 타자, 드물지 않게 장외홈런을 날린다. ‘또’ 히가시노 게이고인가 하고 별 기대 없이 시간 보내려고 ‘위험한 비너스’를 펼쳤다가 그날을 넘기지 않고 다 읽어버렸다. 떠올려보면 안 그런 적이 드물다.

아사히신문은 히가시노 게이고를 일컬어 “일종의 브랜드”라고 한 적이 있다. 신뢰할 만하다는 것이다. 또한, 공산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정도로 표본이 많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브랜드라고 칭한다면, 그에게로 가는 진입장벽이 낮고, 오랫동안 활동을 지속해온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신뢰를 쌓을 수 있으며, 몇 권의 ‘선명한’ 대표작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스터리 장르로만 읽었을 때 히가시노 게이고는 지나치게 드라마 중심적인 데다가, 아름다운 여성과 그녀를 사랑하는 순정남을 중심으로 한 신파극적 요소가 너무 강할 때가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히트할 만한 요소들-강력한 캐릭터, 결말이 궁금한 전개, 진한 여운-을 갖춘 그의 작품들은 실제로 일본 드라마 ‘갈릴레오’, ‘신참자’, 영화 ‘비밀’, 한국 영화 ‘용의자X’, ‘방황하는 칼날’을 비롯한 영상물의 원작이 되어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브랜드를 더욱 확장시켰다. 2012년에 출간되어 여전히 인터넷 서점들 ‘주간 베스트’에 올라 있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점을 잘 보여준다. 지나치게 드라마 중심적이라고? 드라마가 중심에 있어서 사랑받는다.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눈물과 한숨, 웃음의 이야기를 어느 잡화점을 둘러싼 이야기로 풀어내 큰 사랑을 받은 것이다. ‘용의자 X의 헌신’이 기발한 트릭만큼이나 애절한 순애보로 사랑받은 것처럼. 히가시노 게이고는 단순히 브랜드가 아니라 꽤 신뢰받는 브랜드다. 재미없는 작품이라고 망작 수준이 아니고, 대체로 끝까지 읽게 만들며, 가끔은 기억에 오래 남는 소설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 또 나왔더라. 누가 다 읽는지?” 그 ‘누가’가 바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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