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이상해│② 변혜영의 말하기

2017.07.18
대가족이 모여 살고, 식구들이 모두 같이 식사를 하며, 따뜻한 정을 나누며 다복하게 사는 풍경. 8시 주말드라마에서 이상적으로 그리는 가족상이다. 그런 가족상을 주로 그리는 8시 주말 시간대에 방영되는 KBS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변혜영은 변호사다. 그리고 기존의 주말드라마 안에서 변혜영(이유리)은 이질적인 존재다. 개인이 개인으로 존재하지 못하게 만들며, 모든 것을 ‘정’으로 퉁치는 주말드라마 구조 안에서 변혜영이 살아가는 법을 배워보자. 아주, 법적으로.


변혜영의 행복추구권

아빠(한수): 대체 나이가 몇인데, 혜영이 너는 (동생이 몰래 백을 들고 나갔다고) 동생의 옷을 망가트려? 라영이(혜영의 동생) 너는 언니가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했으면 들었어야지. 그리고 백을 같이 들면 큰일 나는 거냐?
혜영: 싫다니까요. 나는 내 물건을 누가 만지는 것도 싫어요. 나는 내 물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있다고요. 아빠, 이건 내 취향이고, 내가 사는 방식이라고요. 헌법에도 나와 있는 행복추구권! 타인의 권리를 해하지 않는 한에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요. 아무리 가족이라도 그것까지 강요할 수 없잖아요.

변혜영의 투표권

아빠: 혜영이가 강남에 사는 친구 오피스텔로 독립을 하고 싶어 해. 그래서 가족들 의견은 어떤가 한번 물어보고 싶어서.
(중략)
오빠(준영): 저도 반대예요. 여자가 집 나가는 거 너무 위험해.
혜영: 전 찬성이요.
엄마(영실): 넌 투표권 없어.
혜영: 왜요? 나도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명백한 유권자인데. 비록 비밀선거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지만, 직접·평등·보통 선거의 원칙에 따라서 저도 투표권이 있어요. 대통령 선거도, 국회의원 선거도 후보자들 다 투표하잖아요. 후보자인 동시에 유권자이니까!

변혜영이 건물주의 갑질에 대처하는 방법

혜영: 지금 빨리 저희 어머니께 사과하시죠. 지금 증거도 없이 저희 엄마를 도둑 취급하며, 형용할 수 없는 불쾌감과 인격말살로 몰아가며 모욕감을 주셨어요. 특히 제삼자가 보는 앞에서 제 엄마의 명예를 훼손하셨어요. 이건 법적으로도 명백한 명예훼손입니다. 얼른 사과하세요.
건물주(복녀): 하! 훼손할 명예가 어디 있다고.
(중략)
혜영: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정식으로 고소하는 수밖에. 법정에서 뵙죠. 저기 CCTV 있네요. 제가 혹시 모르실까 봐 설명을 드리자면, 명예훼손에는 공연성 즉, 제삼자의 동석 혹은 목격이 필요합니다. 어제 손님 두 분 계셨죠? 어떻게 사과하실래요? 법정에서 뵐까요?
건물주: 나한테 협박하는 거야, 지금?
혜영: 아니요. 알려드리는 거예요. 외람되지만 아주머니께서 사람간의 예의와 경우를 너무 모르셔서요. 제가 인내심 끌어 끌어 모아서 어떻게 오해까지는 할 수 있다고 쳐도, 반지 찾으시면 사과를 먼저 하셨어야죠. 그게 인간의 도리고 상식 아니에요? 사과하세요. 당장!
건물주: 못 해!
혜영: 결국 법정에서 뵙겠네요. 그리고 이 건물 위아래 훑어보니까 불법증개축 사례가 발견되더라고요. 아셨어요? 저 옥탑이랑 베란다?

변혜영의 폭력 가해자에 대한 입장

혜영: 잘 웃네. 보통 웃는 얼굴에 못 뱉는다고 하잖아. 그런데 나는 뱉어. 경우에 따라. 너, 네가 지은 죄는 반성은 하고 있니? 너 우리 미영(혜영의 동생)에게 제대로 사과해. 만약 미영이가 너의 사과를 받아주고 마음을 푼다면 나도 넘어가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좌시하지 않을 거니까. 너 미영이한테 왜 그랬어? 왜 그렇게 괴롭히고 따돌렸냐고!
유주(미래의 올케): 매일 정성스럽게 아버지가 도시락을 싸다 주는 미영이가 너무 부러웠어요. 저는 부모님이 이혼하고 새엄마랑 살면서 매일이 지옥 같았는데, 그런 집안 이야기를 밝히고 싶지가 않았어요. 그런데 미영이 때문에 학교에 소문이 나버렸어요. 그래서 미영이가 너무 밉고 싫었어요.
혜영: 그래서 괴롭히고 따돌렸다고? 그건 보복성 폭력이야. 네 상처에 대한 분풀이고. 상처를 받는다고 모든 사람이 너처럼 행동하지 않아. 그건 네 비뚤어진 행동에 대한 합리화고 정당화야. 그 어떤 경우에도 왕따는 용납될 수 없어.

변혜영의 동거

엄마: 그렇게 부모를 생각하는 계집애가 동거를 하고 다녀?
혜영: 엄마 아빠가 속이고 말씀 안 드린 건, 제가 잘못했어요. 그 부분에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요. 하지만 동거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그렇게 죽을죄를 지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동거가 왜 나빠요? 서로 좋아하는 남녀가 같이 지내는 게 나쁜 일은 아니잖아요. 미성년자도 아니고, 30대의 성숙한 성인이잖아요. 동거가 그렇게 부도덕하고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엄마 아빠가 생각하시는 것보다 세상이 많이 변했어요. 많은 젊은 사람들이 동거를 해요. 결혼 전에 미리 맞춰보기 위해서 동거를 하는 커플도 있지만, 좋아서 혹은 경제적인 이유로든 동거를 하는 커플들이 많아요. 변해가는 가치관을 왜 인정하지 않으세요? 엄마 아빠 세대의 가치관과 우리 세대 가치관이 달라요.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는 것을 왜 인정하지 않으시고, 제가 무조건 틀렸다, 잘못했다고 윽박만 지르시냐고요.

변혜영의 혼전계약서

혜영: 각자 원하는 것을 합의해서 기록하는 거야. 나부터, 결혼 인턴 기간 1년 동안은 임신은 하지 않는다. 주거를 포함해서 결혼식 비용은 반반씩 부담한다.
(중략)
혜영: 선배는 요리 설거지 어때? 청소 빨래는 내가 할게. 그리고 부부싸움은 양가를 개입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은 꼭 사랑한다고 말한다. 부모는 스스로 챙긴다. 대리효도를 요구하지 않는다.
정환: 다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며느리, 사위 노릇은 한다.
혜영: 잠깐, 이거 합의가 필요할 것 같은데. 그 선배 생각하는 상식적인 수준이 어디까지인데?
정환: 설, 추석, 부모님 생신 챙기기. 한 달에 한 번씩 양가 부모님 방문 정도?
혜영: 좋아. 그러면 격주로 시댁 친정을 방문하는 셈이네. 양가 집안 행사는 합의하에 합리적으로 행동한다. 썸. 정신적 육체적 외도 시 결혼관계는 즉시 종료한다. 그리고, 살찌지 않는다. 나, 남자들이 결혼 후에 느슨해져서 배 나오는 거 싫다. 뭐 더 추가 할 거 없어?
정환: 매일 영원할 것처럼 꿈꾸고, 매일 죽을 것처럼 사랑하기.
혜영: 더 추가하고 싶거나 빼고 싶은 게 있는지 검토해봐. 이제 양가 허락만 떨어지면 여기에 사인하고 공증만 받으면 돼.

변혜영의 졸혼
시아버지(규택): 오늘 가족 모임을 소집한 것은 어머니와 나의 거취 문제 때문인데, 난 네 엄마와 졸혼을 해야겠다. 38년 동안 남편 노릇, 정환이 아버지 노릇, 사위 노릇, 한 가정의 가장 노릇을 난 충실히 해왔다고 생각해. 난 그 모든 임무와 속박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 나는 이미 살 집을 구했어. 당신이 내 퇴직금을 안 준다고 해서 내 명의로 된 마포 상가로 대출을 받았으니까, 당신이 갚아. 당신이 내 퇴직금을 안 주니까 그런 거야. 그리고 이제부터 내 연금 내가 관리할거야. 그런 줄 알고 오늘 회의는 끝내. (손바닥으로 탁자를 세 번 친다.)
시어머니(복녀): 안 돼요! 나는 이 졸혼에 동의할 수 없어요!
혜영: 아버님, 이대로 집을 나가시면 이건 졸혼이 아니라 별거인데요? 제가 아는 한 졸혼은 부부 쌍방의 합의하에 결혼을 졸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머님이 반대 의견을 피력하셨는데, 아버지께서 졸혼을 강요하신다면, 이것은 엄연히 졸혼이 아니라 별거입니다. 제 짐작이 맞다면 어떻게든 별거를 하고 싶은데, 사회적 도덕적으로 비난받고 싶지 않으셔서 졸혼이란 단어를 악용을 하시는 것 같아요. 이혼은 번거롭고, 이혼남이란 타이틀은 싫고. 어떻게 보면 실패한 인생으로 비춰질 것 같아서 사회적 시선은 부담스럽고. 그런데 요즘 핫 키워드인 졸혼을 하게 되면 모든 번거로움과 사회적 시선을 회피하면서 성공적인 별거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졸혼이란 단어를 사용하시는 거 같은데요. 이건 엄연히 졸혼이 아니라 별거입니다. 그리고 어머니. 만약 어머니 동의 없이 아버지가 별거를 강행하신다면, 가정파탄의 원인이 아버님께 있으므로 어머니는 즉시 위자료와 이혼을 청구하실 수 있습니다.
시아버지: 야! 너! 저번부터 버르장머리 없이 어른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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