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효리네 민박’의 운영법

2017.07.19
JTBC ‘효리네 민박’의 배경은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민박을 연 제주도다. 그러나 방영분에는 좀처럼 제주도의 풍경이 나오지 않는다. 부부나 민박 손님들이 외출을 할 때도, 주로 나오는 것은 이동 중인 차 안에서의 대화다. 주로 나오는 것은 부부가 집에서 경험하는 소소한 일상이다. 민박을 하니 살던 집을 손님에게 어울리는 공간으로 정리해야 한다. 손님 맞을 생각에 신경을 쓰면서 몸 상태가 안 좋아질 수도 있다. ‘효리네 민박’은 제주도를 풍경 좋은 관광지가 아닌 두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다룬다.

오랫동안 제주도에서 살았으니 제주도의 풍경을 처음 본 것처럼 감탄할 일은 없다. 오랫동안 함께한 반려동물이나 자주 들르는 가게 주인의 새로운 면을 잡아내 캐릭터화시킬 일도 없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다. 또한 그들의 민박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연예인이 아니라 정말 여행을 하려는 사람들이다. 방송 분량을 뽑아내기 위해 무엇을 부탁할 수 없다. 딱 민박집 주인으로서 할 일을 하면 그만이다. 이효리-이상순 부부는 첫날 손님들을 받은 뒤 “잠자리 깨끗하게 해주는 게 다네?”라고도 말했다. 손님들을 위한 음식 준비가 중요하지만, 준비 과정이나 음식 솜씨가 엄청나게 중요한 것처럼 묘사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여행지에서 살아온 민박집 주인이 평소 하던 것을 신경 써서 내놓는 정도. ‘효리네 민박’은 그 시각으로 두 사람의 생활을 보여준다.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텃밭이 있는 넓은 집에서 민박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유명하고 돈 많은 스타이기에 가능하다. 그들을 돕는 직원이 아이유인 것은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전제가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다만 ‘효리네 민박’은 애써 그들이 일반적인 시청자들과 같다고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설정을 일반적인 시청자들과 전혀 다른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한다. 이효리는 열여섯에 데뷔한 아이유를 통해 스물에 데뷔했던 자신의 과거를 되짚는다. 그 과정에서 아이유에게 데뷔 전 친구들과 다른 삶을 살게 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효리-이상순 부부에게도 그들의 집에 아이유가 와서 일을 돕고, 처음 보는 사람들을 손님으로 맞이하는 것은 인생에서 자주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차분하고 반복적인 일상이라는 안정감에 약간의 기대와 긴장을 섞은 일이 찾아왔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쉽게 알 수 없었던 유명인의 생각들이 밑줄 긋기 해야 할 구절들처럼 이어진다. 일상에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배경과 인물들.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카메라가 꺼진 뒤에도 이어질 것처럼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효리네 민박’은 프로그램에서 가장 다큐멘터리적일 수 있는 순간을 가장 재미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효리네 민박’이 완전히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효리네 민박’의 설정 자체가 나영석 PD가 tvN에서 연출한 몇몇 여행 및 음식 예능 프로그램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다만 ‘효리네 민박’은 최근 여행 예능 프로그램의 어떤 요소들을 뒤집으면서 이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주인공을 여행 보내는 대신 그들이 살던 공간에서 여행객을 맞이하게 했다. 출연자들을 굳이 유사가족처럼 가까운 사이로 설정하거나, 재밌는 부분을 발견해 캐릭터로 만들어줄 필요도 없다. 집 주인은 손님을 위해 할 일을 하고, 손님은 각자 여행을 한 뒤 집에 돌아오면 된다. 연예인 출연자들처럼 모여 방송 분량을 뽑기 위한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된다. 제작진과 출연자, 출연자와 출연자 사이의 적당한 거리가 느슨하고 한시적인 공동체를 만든다. 이런 현실적인 분위기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어떤 모습들이 시청자들에게 생각하는 재미를 준다. TV가 여행을 다루는 약간 다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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