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의 검찰 vs 현실의 검찰

2017.07.20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1989년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서 개청했고, 1995년 현재의 위치인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신청사 준공과 동시에 이전했다. 마포경찰서, 서부경찰서, 은평경찰서, 서대문경찰서, 용산경찰서 등의 사건을 지휘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휘관서에 포함되는 식품의약안전 중점검찰청이다. 그런데 사실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서부지검은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검찰청이 아니라, 주말 저녁 tvN과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는 ‘비밀의 숲’  속 검찰청이다. 악당임이 분명하지만 쓰리피스를 기막히게 소화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운 이창준(유재명) 전 검사장, 감정을 못 느낀다면서 자꾸 웃었다 찡그렸다 해서 보는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황시목(조승우) 검사, 도무지 수습이 안 되는 것 같은 수습 영은수(신혜선) 검사, 나쁜 짓을 할 때마다 ‘남자답게’를 운운해서 과연 남자다운 게 뭔지 고민하게 만드는 서동재(이준혁) 검사 등이 이 검찰청 소속이다. 기왕 이들을 기다리느라 주말 저녁을 몽땅 바치게 된 거, ‘비숲지방검찰청’과 현실의 검찰청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한번 알아보자. 모르고 봐도 재미있지만 어차피 주말의 본방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Q. 이창준 차장검사 시절, 그가 용의자에 대해서 “범인”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의아하더라. 무죄로 추정하고 수사해야 되는 거 아닌가?
A. 그렇다.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제4항은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의 피고는 무죄로 추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무죄 추정의 원칙은 형사 사건의 피의자에게도 당연히 적용되며, 피의자나 피고인이 변호인과 접견하는 데 제한을 두지 못하게 하고 재판에 출석할 때 사복 착용을 가능하게 하는 규정 등으로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다. 형사 절차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을 “범인”으로 칭해서는 안 된다는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나, 검사라면 대부분의 경우에 피의자, 피고인, 참고인 등의 표현을 쓴다. “범인”이라는 표현을 반드시 써야 하는 경우라고 하면 아마 적용 법조가 ‘범인도피죄’일 때 정도이지 않을까? 형사 절차에서 검사의 역할이 피의자를 기소하고 형벌을 집행하는 것이기는 하나, 검사는 공익의 수호자로 인권을 보호할 의무 또한 가지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이 특정한 피의자에 대한 예단을 가지고 수사에 임해서는 안 된다. 본인이 이 사건의 흑막이기까지 하다면 더 말할 것도 없겠다.

Q. 이창준 차장이 서부지검을 자기 것처럼 주무르더라. 실제로 저런 사람이 검사장이 되면 어떻게 하나?

A.
위 상황은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설정이다. 실제로 검사들은 한 검찰청에서 2년 이상 근무할 수 없다. 이삿짐을 2년마다 쌌다가 풀었다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여차하면 황시목 검사의 아파트 거실처럼 미처 못 푼 짐과 함께 2년을 고스란히 보내게 된다. 검찰청을 옮긴 지 2년이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창준 검사장처럼 승진을 하면 반드시 다른 청으로 옮겨야 한다. 인사 정책의 공평함 등을 유지하고자 하는 목적의 장기 근무 금지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서울이나 수도권 등 근무지로 인기가 높은 청에 근무하고 있다 하더라도, 다음번 인사 때에는 연고가 전혀 없는 지역으로 발령이 나기도 한다. 자연히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검사들은 학교 문제로 고민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되기도 한다. 형사3부장검사와 황시목 검사가 동부지검에서 만났다 헤어진 뒤 서부지검에서 다시 만난 것처럼, 정들었던 사람들과 다시는 못 볼 것처럼 이별했다가 십수 년이 지나 우연히 다시 만나 함께 일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Q. 박 사장(엄효섭) 살인 사건, 수사는 황시목 검사가 했는데 공판은 영은수 검사가 담당하더라. 이것도 차창검사의 음모인가?
A.
그렇지 않다.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와 공판을 담당하는 검사가 별도로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국의 지방검찰청에는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부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공판부가 별도로 있다. 극 중에서 황시목 검사가 언급한 바와 같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인데, 구속영장의 시효가 임박한 사건 등을 수사하는 중인 검사가, 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하느라 장시간 자리를 비운다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물론 공소유지를 강화하기 위해 수사검사의 공판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기도 하고, 사안이 중대한 경우 수사검사가 공판에까지 관여하는 일도 드물지는 않다. 최근 검찰에서는 공판 검사의 역량 강화를 위해 프레젠테이션 교육, 스피치 교육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요즘 법정에서 검사가 직접 준비한 슬라이드를 이용해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가는 모습은 더 이상 미드에서나 가능한 장면이 아니다.

Q. 영은수 검사는 수습 검사라서 ‘잡범’만 주로 수사하는 것인가? ‘거물’ 수사는 언제 할 수 있나?
A.
매일 저녁 뉴스나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것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사건이지만, 검찰이 처리하는 대부분의 사건은 도로교통법 위반, 사기, 폭행 등 국민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던 가운데 발생하는 사고 내지 갈등과 관련된 사건들이다. 이런 사건들을 처리하는 부서가 형사부이고, 형사부 검사야말로 검찰의 기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스를 통해서만 검찰을 보면 모든 검사들이 정치와 연관된 사건의 수사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민들이 검찰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사건은 형사부에 배당되는, 너무 평범해서 뉴스에도 거의 나오지 않는 그런 사건들이다. 극 중에서 영 검사는 ‘잡범’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검사 출신의 아버지(이호재)에게 “세상에 그냥 잡범은 없어!” 하고 꾸중을 듣는다. 역시 수습 검사라 그런지 아직은 배울 것이 많아 보인다.

Q. 검사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할 수 있나? 법원에 청구하는 것 아닌가?
A.
극 중 ‘부장검사-차장검사-검사장’의 결재로 ‘압수명령’이라는 서류가 등장한다. 일단 위 서류는 압수수색영장이 아니다.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 압수수색영장 등의 서식은 온라인에서 검색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러한 영장에는 피의자의 죄명과 유효기간 등이 표시되어 있어야 하고 유효기간이 경과하면 집행에 착수하지 못하며 영장을 반환하여야 하는 등 준수사항이 기재되어 있으며, 반드시 판사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 시청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모든 강제수사는 이러한 영장에 의해서 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극 중에 나온 경우와 같이 영은수 검사의 수사 협조 요청을 당사자인 서동재 검사와 황시목 검사가 수긍하고 응했다면, 이는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 임의수사를 실시하는 경우이므로 영장 없이도 서류 등을 제출받을 수 있다. 따라서 위 서류는 굳이 없어도 되는 문서다. 극 중 상황에 따라 전방위로 가해져 오는 서 검사에 대한 압박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Q. 황시목 검사가 특임 검사가 되더라. 특임은 특검과 비슷한 건가?
A.
특검과 특임은 다르다. 특별검사제도를 먼저 설명하면, 이는 또다시 상설특검과 ‘특별법 발의에 의한 특검’(가까운 예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꾸려진 특검)으로 나뉜다. 상설특검은 특검 추천위원회가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가운데 1명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특별법 발의에 의한 특검은 여야 합의로 추천한 특검 1명을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편, 특임검사는 검사의 범죄만을 수사 대상으로 하며 현직 검사 중 수사 대상 검사의 소속과 직위 등을 고려해 한 명을 지정하게 되어 있고 검찰총장이 임명권자다. 검사의 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특임 검사는 원칙적으로는 수사 대상과 다른 청에 근무하는 검사를 지명하는 것이 보통이다. 서부지검 검사에 대한 사건을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수사하려면, 아무래도 서부지검 소속 황시목 검사보다는 다른 검찰청 소속 검사에게 특임 검사를 맡기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더불어 극 중 이 특임팀에는 용산경찰서의 경찰 2명이 파견되어 오는데, 영화 ‘공공의 적 2’가 개봉했던 90년대 당시까지만 해도 관할서 경찰관이 검사실에 파견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검사실의 수사관(극 중 ‘계장님’으로 나온다)들이 해당 업무를 담당하며, 특임팀에 외부 인력 파견을 받는 일은 흔하지 않다.

Q. 대체 저 보자기는 뭔가? 검찰청에서 지급하는 물품인가?
A.
‘비숲지방검찰청’의 검사들이 법원에 갈 때 즐겨 사용하는 핑크색 보자기가 많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과거에는 실무관들이 문구점 등에서 위와 같은 보자기를 몇 장씩 구입해 두면 검사들이 그것으로 기록을 묶어 들고 법원에 가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아쉽게도 대부분의 검사들이 깔끔한 브리프케이스를 이용하고 있다. 뉴스를 통해 알려졌다시피 요즘은 한 사건의 수사 기록이 1톤 트럭 분량을 넘는 일도 종종 있어, 저렇게 보자기 한 장에 쌀 수 있는 정도의 기록이라면 굉장히 단출한 편이다. 보통은 기록의 양이 방대하므로 손수레에 실어 법정으로 이동한다. 최근 한 검찰실무관의 제안으로 기록 운반 전용 수레가 제작되기도 했는데, 혹시나 모를 개인 정보 유출이나 우천으로 인한 기록 훼손 등을 방지하기 위해 덮개를 씌울 수 있게 되어 있고 사건 기록을 운반 중임을 표시하기 위해 검찰 CI를 부착해 만들었다. 법복을 입은 검사가 서류가방을 들고, 수사관이나 실무관 등이 수레에 어마어마한 분량의 기록을 싣고 검찰청과 법원 사이로 난 통로를 부지런히 오가는 모습은 검찰청사 특유의 풍경이다.

Q. ‘비밀의 숲’에서 현실의 검사와 가장 닮은 캐릭터는 누굴까?
A.
‘비밀의 숲’ 팬이라면 다들 짐작했겠지만 ‘오랜만에 경제통’ 강원철 형사3부장검사(박성근 분)가 유력한 후보다. 강 부장은 스스로의 영웅적인 면모에 도취되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악한 속내를 품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아무에게나 간이며 쓸개며 다 내주는 호인은 아닌데 그렇다고 길을 헤매는 후배를 못 본 체할 만큼 무책임한 사람도 아니다. 그는 무슨 일이 벌어지건 그냥 ‘늘 하던 대로’ 자기 일을 한다. 화가 날 때는 화를 내고, 의심해야 할 때는 의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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