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어게인’, 음악이라는 여행

2017.07.21
JTBC ‘비긴어게인’은 영화 ‘원스’의 OST ‘Falling Slowly’를 버스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아일랜드에서 한국의 유명 뮤지션들은 버스커로 ‘다시 시작’한다. 이국적인 풍경과 잠시 발길을 멈춰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처럼 아름답게 그려진다.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비긴어게인’은 사실상 판타지에 가깝다.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의 경력을 합치면 70년이다. 인생의 절반을 프로 뮤지션으로 살아온 이들이 버스커가 되는 것은 자연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비긴어게인’에는 ‘이들이 왜 버스킹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비긴어게인’은 기존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과 차별화된다. 과거 이소라와 윤도현은 MBC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시즌 1’에 출연해 매주 자신의 모든 기량을 쏟아부은 무대를 선보이고, 이를 대중들에게 평가받아야 했다. 하지만 ‘비긴어게인’에서 음악은 미션이 아니라, 여행의 일부처럼 다뤄진다. 당초 제작진은 ‘하루에 한 번 버스킹’이라는 원칙 외에는 아무것도 정해놓지 않았다. 아일랜드에서의 첫째 날은 프로그램의 이름처럼 단순하게 음악 영화 속 명소들을 방문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유희열과 윤도현은 ‘원스’에 등장했던 월튼 악기사에서 “이 자리에서 몇 명이나 노래했을까?”라며 민망해하면서도 진지하게 ‘Falling Slowly’를 합주했고, 주인공들이 점심을 먹던 카페에 앉아 무명 시절을 떠올렸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귀결된다. 이를 통해 ‘비긴어게인’은 음악 자체가 곧 세 사람의 여정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비긴어게인’이 아름다운 아일랜드의 풍경보다, 좁은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출연자들의 모습을 더 자주 비추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행은 뮤지션들이 음악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장치일 뿐이다. 여행 전 이소라는 완벽한 버스킹을 위해 세션을 데려갈 것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때문에 거친 락 스타일 기타 주법에 익숙했던 윤도현은 ‘청혼’을 연주하기 위해 떠나기 전까지 매일 보사노바 주법을 연습해야 했다. 아일랜드에 와서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노랫소리, 혹은 연주소리가 들리면 자연스럽게 거실로 모여들 만큼 연습에 몰두한다. 여행을 통해 경력 20년이 넘는 뮤지션으로서는 좀처럼 보여줄 수 없었던 시행착오가 처음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첫 버스킹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이들은 숙소에 돌아와 새벽까지 쉬지 않고 연습을 하는가 하면, 늦은 시간에도 관객들이 좀 더 호응할 수 있는 새로운 곡을 준비한다. 완성된 것처럼 보였던 뮤지션들이 사실은 여전히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여과 없이 비춰진다.

개인이 완벽하지 않기에 곁에 있는 동료의 역할은 더욱 부각된다. 몇 번이나 ‘바람이 분다’에 대한 부담감을 표현했던 이소라는 슬래인 캐슬에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노래를 불렀다. 머뭇거리는 이소라에게 유희열은 “방송에 안 써도 되니까 해볼래?”라는 말로 독려하면서도, ‘노래는 곧 나’이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부를 수 없다는 이소라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했다. 시끄러운 펍에서 이소라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었던 것은, 용기를 내서 바람잡이를 자처한 윤도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소라는 열심히 준비한 첫 버스킹이 별다른 호응 없이 끝났음에도 “최고였어. 그런 상황이어서 동료들과 더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어”라고 밝게 웃었다. ‘비긴어게인’은 음악이 끝없는 여행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함께 길을 걷는 동료라는 사실까지도. 그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에게 이들의 음악이 여느 때처럼 완벽하지는 않아도, 새롭고 아름답게 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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