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① 당신은 일을 잘 하고 있습니까

2017.07.25


“모든 시작은 밥 한 끼다. 그저 늘 있는 접대가 아닌 한 번의 식사자리. 돌아가며 낼 수도 있는. 다만, 그날따라 내가 안냈을 뿐인 술값. 바로 밥한 그릇이, 술 한 잔의 신세가 다음 만남을 단칼에 거절하는 것을 거부한다.

 

tvN ‘비밀의 숲’에서 서부검찰 차창에서 청와대 수석비서관까지 오른 이창준(유재명)은 정의로운 검사가 되기를 원했다. 스승이자 억울하게 비리에 대한 누명을 쓰고 명예가 실추된 전 법무부 장관 영일재(이호재)를 여전히 존경하고, 김가영(박유나) 납치 및 살인미수 용의자로 의심받자 “우린 검사야 뇌물을 받기도 하고 접대를 받기도 하지. 하지만 우린 검사야.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단죄를 내려야하는 부류들과 다르다는 믿음. 아무리 느슨해져도 절대 타인을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이라며 검사로서의 직업윤리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과거 밥 한 끼 얻어먹다 더 많은 접대를 받게 되고, 결국 한 번 잡힌 약점으로 인해 비리를 저지른다. ‘비밀의 숲’ 초반 박사장(엄효섭)의 살인사건 수사를 뒤에서 조종하는 그의 모습은 이익만을 쫓는 악인처럼 보였지만, 스스로는 한 번의 유혹에 진 자신에 대해 자책한다.

 

단 한 번의 부정, 가벼운 비리, 또는 정에 의한 작은 도움. ‘비밀의 숲’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괜찮다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스스로 눈 감는 일들이 일으키는 파장을 보여준다. 규정상 60일인 CCTV 영상 보관일을 “지금까지 별 일 없어서” 15일 만에 지운 관리자로 인해 수사는 난항에 빠지고, 용산경찰서 형사 장건(최재웅)은 서장 김우균(최병모)가 CCTV영상 복사본을 달라는 요구에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여자 문제 일 뿐”이라 생각하며 줬다가 김가영을 납치했던 그가 빠져나갈 빌미를 제공할 뻔 했다. 박무성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거대한 비리의 숲을 수사하게 된 용산경찰서 경위 한여진(배두나)의 말은 ‘비밀의 숲’이 그리는 인간들에 대해 말한다. “사람들이 죄다 처음부터 잔인하고 악마여서 저러겠어요? 하다보니까. 되니까 그러는 거지.”

 

서부지검 검사 황시목(조승우)은 누구나 악마는 아니어도 악행은 저지를 수 있는 시계에 나타난 기준선 같은 존재다. 뇌섬엽 절제술로 감정적으로 좋고, 싫고를 판단하는 부분에 손상을 입은 그는 인간의 욕망을 건드리는 유혹들에 담담하다. 박무성이 한도 없는 신용카드를 건네줘도, 이창준이 권력을 약속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오직 자신 앞에 놓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산다. 자신의 직속 후배 영은수(신혜선)가 살해를 당하자마자 시신 앞에서 “피해자”라고 말할 만큼 어떤 순간에도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다. 모두가 악인이 될 수 있는 세상에서, 선도 악도 될 수 없는 그는 역설적으로 ‘비밀의 숲’에서 드물게 믿을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감정없이 “팩트”만을 쫓는 그는 팩트를 제시하는 인간을 보지 못한다. 그는 움직일 수 없다는 증거가 나왔다는 이유로 강진섭(윤경호)를 범인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강진섭의 감정에는 공감하지 못했고, 강진섭은 결백을 밝히기 위해 자살했다. 박사장의 어머니를 심문하며 “빚더미만 남기고 죽었는데, 그렇게 절절합니까?”라고 할 만큼 인간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그는 팩트 만을 쫓다 사람의 감정을 보지 못한다. 그것을 채우는 것은 옆에서 “범인에 희생당한 사람만이 희생자가 아니다. 범죄로 상처 입은 사람 모두 희생자다”라고 말하는 한여진이다. 수많은 인물들의 욕망과 부정과 관계가 섞여 있는 이 숲에서, 황시목은 주변에 눈 돌리지 않고 진실이라는 나무를 찾아간다. 반면 한여진은 팩트 주변에 있는 인간을 보며 함께 나아간다. 그는 수사 중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폭력을 휘두른 동료 형사의 잘못을 어떻게든 세상에 알린다. 직장 내에서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고, 일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갈 수밖에 없다. 황시목에게는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에, 한여진에게는 그것이 인간이 해야 할 도리이기 때문에.

 

물론 대다수의 인간은 황시목과 한여진이 아니라 그 중간의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이창준 처럼 법과 정의를 수호하려 하지만 유혹에 흔들리는 인간, 서동재(이준혁)처럼 팩트마저 자신에게 유리한 도구로 삼는 인간, 이창준의 장인(이경영)처럼 사람 하나 쯤 범인으로 몰아 죽이는 것 쯤 아무렇지도 않은 인간. 이런 인간들이 악마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법이다. 그러나 인간은 다시 법의 허점을 찾고, 박사장처럼 법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유혹하며 체계를 엉망으로 만든다. “아무리 도려내도 같은 자리가 계속 썩어 가는 걸 저는 8년을 매일 같이 목도”했다는 황시목의 말은 ‘비밀의 숲’ 속 서부지검뿐만 아니라 돈과 권력이 모이는 세상의 많은 조직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무엇일까. 감정 없이 진실을 추구해도 법은 패배한다. 한여진처럼 선한 마음으로 정의를 찾아도 법은 패배한다. 감정 없이 진실을 찾아가는 이는 정답이 오답에 밀려나는 모습을 반복해서 봤고, 정의로운 이는 악이 선을 이기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 환멸 속에서도, 그들은, 또는 우리는 해야 할 일을 잘 할 수 있는가. ‘비밀의 숲’은 그에 대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이런 장면은 있다. 한여진이 혼수상태에 빠진 박유나를 병원에 데려왔을 때, 그는 의사에게 “유일한 목격자니까 꼭 살려 주세요”라고 말한다. 의사의 답은 “최선을 다해야죠. 목격자든 아니든”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답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다만 이래야 세상이 돌아간다는 것은 분명하다. 억울한 사람들이 최대한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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