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② ‘비밀의 숲’ 사람들과 같은 직장이라면

2017.07.25

tvN ‘비밀의 숲’은 서부지검과 용산경찰서 사람들이 “박사장”으로 불리는 박무성(엄효섭)의 죽음으로 인해 살인사건부터 과거의 비리사건까지 수사를 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기승전연애’로 끝나는 많은 한국 드라마들과 달리 정말 일만 하고, 그들의 캐릭터는 곧 그들의 일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의 일하는 방식을 통해 각자 어떤 사람들인지 살펴봤다. 만약 내 곁에 있다면, 그들은 좋은 동료일까.
 


올라운드 플레이어, 한여진

박무성 살인사건에서 새로운 단서를 찾아낸 용산경찰서 강력계 경위 한여진(배두나)은 공조 수사를 하는 검사 황시목(조승우)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일 밖에 모르는 황시목이 “대체 불가능 한 사람”이라고 했을 만큼 수사에 매달리고, 어린 시절부터 좋은 작품들을 읽고 자라 사람에 대한 믿음과 배려가 있다. 동료들이 “범인을 못 잡았을 때나 가는 것”이라는 피해자의 장례식장에 찾아가 위로를 하고, 오갈 곳 없어진 박무성의 어머니에게 오히려 “집밥 먹고 싶어요.”라는 부탁을 하며 자신의 집에 들인다. 적당한 유머 감각도 있고, 공감능력도 좋아 사람을 편하게 해주기에 조직에 있다면 좋은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불의를 못 참고, 자신의 일이 아니라도 관심을 보이는 성격이다 보니 뒤가 켕기는 상사들은 그를 불편해할 수도 있다. 주변에 “일도 잘하고, 성격 좋고, 성실한데, 왜 만년 대리지?”라는 말을 듣는 누군가가 있다면, 잘해주도록 하자. 그는 잘못한 것이 없다. 열심히, 양심적으로 살았을 뿐.

취급주의: 뜬금없이 데즈카 오사무의 말을 인용하며 “모든 것을 다 그려도 되지만 사람의 인권을 해치는 것은 그리면 안 된다고 했다.”고 말하거나, “요즘 애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쿠하네 짱’을 알고 있다. 방 안의 만화책과 피규어는 “애기들”이라고 부른다. ‘몬스터’, ‘슬램덩크’와 같은 명작반열에 올라선 작품부터 최근 만화/애니메이션까지 알고 있고, 자신의 취향마저 확실하다. 그러니 정치 이야기는 해도, 작품관과 캐릭터 해석으로 싸우지는 말자.


가는 게 있어도 주는 거 없는, 황시목

“남들은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데, 넌 입 한 번 놀릴 때마다 만 냥을 빚지는구나.” 이창준(유재명)이 황시목을 평한 말이다. 그밖에 “아주 독한 놈”,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인물”, “좋은 말도 본인 위주로 하는 사람” 등 악평이 자자하다. 하지만 서부지검 최고의 “브레인”이고, 뇌 절제 수술로 인간적인 감정이 상당부분 제거 돼 언제나 냉정하게 증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검사가 된 이유가 일에 감정이 필요 없기 때문 아닐까 싶을 정도. 그러나 타인의 감정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한여진 경위를 처음 만났을 때는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거나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했다. 또한 자신을 밀어주든 무시하든 미워하든 상관하지 않아 주변에 사람이 없다. 덕분에 박사장이 “7년 동안 각계각층에 접대를 한 사람 중 거절한 유일한 두 사람”으로 말했을 정도로 깨끗한 검사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종종 감정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다만, 오직 자신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하기에 가는 게 있어도 오는 건 없지만 가는 게 없어도 의외로 뭔가를 줄 수도 있다.

취급주의: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타입. 일할 때는 잠을 자는 것도 배가 고픈지도 모르니, 주변에서 챙겨야한다. 감정을 못 느낀다고 하지만,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절할 수도 있다. 지나치게 높은 집중력으로 운전 중 멍을 때리니 정말로 주의해야한다. 게다가 불편하거나 거슬리는 것이 있으면 밥도 못 먹으니 식사 시간이 되면 국밥을 먹여야 한다.


내 편이 아닌 직장상사, 이창준

서부지검 차장검사에 검사장까지 하고, 사임하자마자 바로 청와대의 부름을 받아 수석비서관까지 됐다. 재벌집안을 처가로 두고 있고, 장인(이경영)에게 매번 잔소리를 듣는다. 한때 황시목이 본받아야할 검사로 생각했을 정도로 실력 있고, 바른 인물이었지만 어느새 유혹에 빠져 장인에게 약점을 잡혔다. 10년이나 같이 일했던 영일재(이호재) 전 법무부 장관을 모함하고 배신하기도 했지만, 영일재 마저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사람을 죽이거나 찌를 근본 바탕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인물. 아내를 사랑하기에 장인의 개 노릇을 하지만, 여전히 영일재 전 장관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고, 동시에 출세에 대한 욕망도 있다. 욕망과 양심이 뒤엉킨 복잡한 내면에 굉장히 똑똑하고 처세에도 능하다. 이창준의 장인이 이창준보다 더 머리가 좋다고 인정한 황시목 정도가 아니라면 엮이는 것 자체를 피하는 것이 좋은 학력, 인맥, 처세 ‘만렙’. 직장 상사라면 출세 해보겠다고 주변을 맴돌거나 하지 말자. 언제 먹은 걸 토해내야할지 모른다.

주의사항: 약점이 두 가지 있다. 자신의 아내 이연재(윤세아)가 자신과 권민아(본명 김가영/박유나)와 연결시키는 것을 매우 신경 쓴다. 또한 자신이 아무리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검사로서의 자존감을 잃고 싶지 않아한다. 그런데 황시목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건드리고 있다. 이창준이 황시목에게 끊임없이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드라마 퀸, 서동재

설정 상 40대 초반이지만 장신에 잘 관리된 얼굴을 자랑하는 서부지검의 최고미남 부부장검사였다. 말끔하게 생긴 외모와 다르게, 지방대출신이라는 이유로 자격지심이 있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증거를 조작하거나, 무릎을 꿇고 비는 등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러니 “재판에도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니까. 무엇을, 언제, 어떻게, 쾅! 터트리느냐.”라며 재판을 자신이 주목받을 수 있는 드라마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군복무 중이던 박무성의 아들 박경완(장성범)을 범인으로 몰아가면서 사건에 군대기강 문제까지 끌어들여 여론의 주목을 한눈에 받는다. 잘생긴데다 눈치도 엄청나게 빠르고 임기응변까지 좋으니 첫인상에 속아 같이 일을 도모하면 그가 주인공인 드라마의 조연이 될 확률이 높다. 후배들에게 무리하게 일을 시키고, 전달 받은 보고서나 PPT를 자신의 이름으로 바꿔 낼 바로 그 타입. 이런 상사나 동료가 있다면 자신이 만든 문서를 메일로 보낼 때 팀원이나 상사의 메일 주소까지 함께 추가해 보내도록 하자.

취급주의: 여성 아이돌을 좋아하고, 성매매 업소에 다니는 여성에게 막 대하며 언제나 “남자답게”라는 말을 달고 산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에 “자식새끼”와 “나밖에 모르는 어머니”도 있지만 부인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같이 회식을 하게 되면 가장 먼 곳에 떨어져 앉자.


포기를 모르는 하룻강아지, 영은

경력이 부족해 실수가 잦지만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전 법무부 장관의 영일재 딸로, 영일재가 비리에 억울하게 연루 돼 버스비도 못 받고 다닐 만큼 어렵게 공부했다. 아버지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비리를 조작할 때 돈을 댔던 박무성을 찾아가 아버지의 무고함을 밝혀 달라고 찾아가거나, 특임팀이 영일재의 비리의혹에 대해서 수사하기 위해 사과상자 배달자를 찾아다닐 때, 도망가는 그의 트럭에 몸을 던지기도 한다. 서동재가 권민아를 죽인 범인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 만큼 물불을 안 가린다. 게다가 검사직에서 잘릴 위기에 처하자 “억울해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세 식구 먹고 살아야 한 단 말이에요.”라는 말을 한 것처럼, 집안의 가장으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력하다. 일반 회사였다면, 실수는 종종 해도 상사가 원하는 업무 태도를 가졌다는 평가를 들을 법 하다.

취급주의: 절대로 만만하게 보이지 말자. 8년 선배 황시목에게 “상처에 소금뿌리기는 상처를 받아야 가능한 거잖아요. 선배, 상처 안 받으시잖아요.”, “다른 남자한테 자존심 상일 일도, 앞으로 얼굴 볼 일이 걱정인 일도 선배한텐 괜찮잖아요.”같은 말을 던질 정도다. 약간의 빈틈이라도 보이는 순간 무슨 말을 듣게 될지 모른다.


상식이 통하는 상사, 강원철

서부지검 형사 3부 부장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강원철(박성근)은 서부지검에서 가장 예측가능하며 상식적인 말과 행동을 한다. 승진에도 큰 관심이 없고, 평범한 직장 생활을 꿈꾸며, 조직에 대한 애정과 직장동료 및 후배들을 챙긴다. 잘못 했을 때는 혼내고, 사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는 후배에게는 “잘 해줘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황시목을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아하지만 특임팀이 해체되려고 하자 안승호(선우재덕) 검찰총장 앞에서 직언을 하며, 이창준 검사장이 사임을 한다고 했을 때는 사임 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책임을 지라고 말하는 등 할 말은 한다. 평범한 듯 하지만 사실 주변에서 찾아보면 정말 없는 유형의 상사. 딱히 눈에 띄게 불성실한 태도만 보이지 않는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취급주의: 황시목이 독단적으로 아침방송에 나와 ‘특별기획 후암동 사건, 검사에게 묻다’에 출연했을 때 가장 화를 냈다. 튀는 행동을 싫어하고, 안정적으로 조직을 꾸려가고 싶어 한다. 잘 보이고 싶다면 윤세원(이규형) 과장처럼 묵묵히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다.


깔끔하게 일하는, 윤세원

주로 “사건과 윤과장”으로 불리는 윤세원은 현실의 서부지검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인물이다. ‘비밀의 숲’에서는 4급 공무원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사건과에서 4급 공무원은 서울중앙지검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사건과에서 과장은 대부분 50대는 되어야 가능하다. 책상에 앉아 있을 때는 검사처럼 일하고, 사람을 쫓을 때는 형사처럼 몸을 날려 발차기를 해서 용의자를 잡는다. 특임팀에서 황시목과 일하며 자신이 뒷조사를 했던 것을 황시목에게 말하는 것을 보면 성실하게 일 잘하는 좋은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윤과장을 아끼는 강원철 부장에게는 황시목에 대해 “평범하다.”고 말했으나, 차장검사 시절 이창준에게 황시목이 어떤 수술을 했는지에 대한 사실을 알리는 것을 보면 이중성도 있다. 게다가 ‘인간병기’로 불리는 한국군 특수부대 UDT 출신이지만, 절대 티를 내지 않는다. 비밀은 많은데 드러내지는 않고, 감정 표현도 드물어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다.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에게도 원만하고 좋은 관계로 지내다 웃는 얼굴로 뒤통수를 칠지도 모를 스타일. 이런 동료가 있다면 특히나 예의에 신경 쓰자. 그 역시 그렇게 대할 것이다.

취급주의: 깔끔한 정장에 안경을 끼고 조용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만만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만만한 게 아니라 조용히 할 일만 하겠다는 강력한 의사표시다. 접근하려면 대체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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