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가짜 뉴스 시대, 언론사의 희망을 찾아서

2017.07.31

‘심슨’은 정말 2000년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는 것을 예언했던 걸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트위터에서는 ‘심슨’이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출마와 당선을 예언했다며, 현실의 트럼프 사진과 ‘심슨’의 캡처 화면을 비교하는 이미지가 돌아다녔었다. 아마 많은 사람이 ‘심슨’이 정말 미래를 예언했다며, 꼼짝없이 이미지를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심슨’이 예언을 했던 걸까? 답부터 얘기하자면, 아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비교 이미지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출마한 이후에 그려진 것이다. 이런 사례처럼, 어떤 이야기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 그게 정말 사실인지 알려주는 사이트가 있다. ‘스놉스’ 얘기다. “달라이 라마가 도널드 트럼프를 두고, 히틀러보다 나쁘고, 인류에게 위협이라고 말한 것이 사실일까?” (아니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들면 죽는 걸까?”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조사하는 특검 때문에 셀프 사면을 고려 중이라는 것이 사실일까?” (보도에 따르면, 사실이다.) ‘스놉스’는 사실이 아니지만, 어쩐지 믿고 싶어지는 질문들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내려주는 일종의 팩트 체킹 사이트다. 이런 ‘스놉스’가 독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스놉스’가 독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회사의 소유권 분쟁 때문에 ‘스놉스’의 광고 수익이 제대로 회사에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놉스’는 광고와 사이트 개발을 맡는 벤더인 프로퍼 미디어가 소유권 문제로 제때에 ‘스놉스’에 광고 수익을 주지 않았고, 이 때문에 사이트 운영 비용을 충당할 수 없어졌다고 말했다. 결국 ‘스놉스’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고펀드미’에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단 하루 만에 목표 금액인 50만 달러를 모금해냈다. 약 2만 명의 사람들이 사이트가 계속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돈을 모았다. 이 모금은 현재도 진행 중이며,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모금액이 66만 달러를 넘어섰다. 거짓말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고, 페이크 뉴스가 인터넷에 판을 치는 포스트 팩트의 시대에 여전히 팩트를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랄까?

이 코너를 처음 시작할 때 썼던 글은 피터 틸과 고커 미디어의 법적 분쟁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코너에 글을 쓴 지난 1년 동안, 믿을 만한 뉴스를 찾아 읽기란 좀 더 어려워졌다. 믿을 만한 뉴스조차도 상식인의 수준에서 믿기 힘든 소식을 전달했기에, 뉴스를 있는 그대로 신뢰하기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갔다. 이 코너를 통해 1년 동안 다양한 사건들을 글로 소개했지만, 이 코너에서 가장 주목했던 것은 사건 자체보다 어떤 사건을 미디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언론이라는 주제는 첫 글에서 그랬듯이, 이 코너의 마지막 주제로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버즈피드’는 미국인이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았을 때, 대중의 관심이라는 재화가 극적으로 부족해졌다고 말한다. 과거와 달리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궁무진해진 요즘은 굳이 뉴스를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언론사는 다른 언론사와 경쟁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페이스북, 유튜브와도 경쟁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의 트윗과도 경쟁해야 하고, 페이크 뉴스와도 대중의 관심을 쟁취하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믿을 만한 언론의 공적 기능을 생각하면 과도한 경쟁에서 우울한 미래를 그릴 수밖에 없는 언론계의 상황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스놉스’가 목표 모금액을 달성했다는 소식이나, ‘뉴욕 타임스’의 디지털 수익이 종이 신문의 광고 수익을 처음으로 넘어섰다는 뉴스는 희망적이다. 그래서 ‘스놉스’가 모금에 성공했다는 뉴스로 코너를 마무리하려 한다. 세상은 앞으로도 언제나 사건과 사고로 가득하겠지만, 그것을 전달해줄 사람 없이는 그 많은 사건과 사고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고 말 테니, 그들을 위해 희망적인 소식으로.

* ‘와일드월드’는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연재가 종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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