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① 워너원 현상

2017.08.01
보이그룹 워너원을 홍보 모델로 기용한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 매장 분위기는 최근 크게 바뀌었다. 아르바이트생 A씨는 “오픈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매장마다 좀 달랐다고는 하는데, 우리는 4~5명 연습생 포스터가 너무 일찌감치 동나서 많은 팬들이 돌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데뷔 전부터 아이돌 그룹이 확실하게 성공하리라고 단언할 수 있는 사례는 그리 흔치 않다. 그러나 워너원은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 정도다. 오랫동안 아이돌 그룹 홈마스터를 해오고 있는 A씨는 “최근 들어서 홈마스터들이 홈을 닫는다고 공지했다면, 거의 워너원으로 이동한 거라고 보면 된다.”며 “예전 동방신기 신드롬이 불었을 때가 생각난다. 요즘 ‘아이돌 그룹 팬’이라고 말하면 거의 ‘워너원 팬’이라는 소리로 알아들으면 되는 수준이고, ‘프로듀스 101’에 출연한 뉴이스트 W가 제일 핫한 신인 그룹처럼 팬을 끌어모은다.”며 최근의 팬덤 분위기를 전했다.

워너원의 파급력은 연예인의 인기에 가장 민감한 방송가에서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방송 작가 B씨는 “모이기만 하면 워너원 이야기를 한다.”며 “워너원 강다니엘을 섭외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검증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프로듀스 101’은 이들이 방송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기회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기존 신인 그룹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필요한 일종의 ‘평가 단계’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시청자 화제성지수와 같은 객관적 척도를 바탕으로 출연자를 섭외하는데, B에 따르면 “워너원 멤버들은 방송 시작과 동시에 화제성지수에서 ‘프로듀스 101 시즌 2’와 함께 계속 상위권”이었다고 한다. 뉴이스트의 JR(김종현)은 최근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밤도깨비’에 고정 출연했다. 비록 최종 멤버에서 탈락하기는 했지만, ‘프로듀스 101’을 통해 쌓은 인지도와 호감도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아이돌 팬덤의 규모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네이버 V앱은 워너원이 일으키는 현상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알려준다. 워너원은 첫 라이브 방송에서 무려 1백만 뷰를 기록했고, ‘좋아요’에 해당하는 하트를 8천만 개 이상 받았다. 엑소가 컴백 특집 방송에서 1억 개의 하트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정식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에게 이 정도의 반응은 상식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그만큼 열광적인 팬덤이 대규모로 형성된 것이다. 여기에 워너원은 남자 아이돌에 관심 없었던 대중의 관심까지 받았다. A씨는 “(워너원 포스터를 받으러 온 손님들 중) 유모차를 끌고 온 아기 엄마도 많았고, 이렇게 아이돌을 좋아해본 적 없어서 브로마이드 달라고 하기가 민망하다는 분들도 꽤 있었다.”고 말했다. “사장님이 손님들이 민망해하지 않게 먼저 적극적으로 누구를 원하는지 물어보라고 했다.”고 했을 정도다. 아이돌 그룹, 특히 보이그룹이 열광적인 팬덤이 중심이 된다면, 워너원은 거기에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갖췄다. 대다수 소비자 입장에서 온오프라인 콘텐츠는 여전히 별개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유튜버들이 TV로 진출한 사례가 있지만 눈에 띄게 성공한 사례는 없다. 반대로 TV 예능 프로그램이 인터넷으로 생중계된다 해도 같은 수준의 시청률과 화제를 이끌어낸 사례도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워너원은 제작자들에게 구미가 당기는 존재다. 그들은 아이돌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도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원픽’에 투표해본 경험이 있는 신인 그룹이다. 그동안 팬덤이 아닌 대중과 다소 멀어져 있던 보이그룹 시장이 다시 시선을 모았고, 그 가운데에 워너원이 있는 셈이다.

워너원의 인기와 별개로 그들이 기존 아이돌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 대형 음원 플랫폼 관계자 C씨는 “대중이 익숙한 이름이라 찾아 들을 수는 있겠지만, 아이돌은 아이돌이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고 해서 이 그룹이 기존 보이 그룹과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팬층을 끌어모을 것 같지 않다. 팬들이 차트 스트리밍으로 순위를 올리는 것도 기존과 같은 방식”이라고 전망했다. 팬덤 문화의 문제들이 바뀌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미 워너원 멤버들이 KBS ‘해피투게더 3’, MBC every1 ‘주간 아이돌’ 촬영 등을 위해 스튜디오에 오자 극성팬들이 이들을 따라와 녹화 진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지금까지 대중에게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아이돌 팬덤의 문제들이 보다 극단적인 방식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C씨는 “워너원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부터 각자 팬을 모아왔기 때문에 다른 아이돌 그룹보다 콘텐츠에 대한 반응도 빠르고, 오로지 팬들에 의해 소비되는 콘텐츠도 더욱 활발히 제작될 것이다. 지금보다 온라인 마케팅 시장이 커질 수 있다.”며 보이그룹 시장의 확장에는 긍정적이었다. 또 다른 음원 플랫폼 관계자 D씨도 “예상보다 팬들의 접근이 훨씬 공격적이고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프로듀스 101 시즌 2’ 회차마다 나온 음원도 모두 상위권에 랭크됐고, 뉴이스트 W와 MXM에 대한 반응도 매우 좋거나 예상보다 괜찮은 편이다. 결코 워너원만 잘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많은 문제들이 드러나겠지만, 동시에 보이그룹 시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연출한 안준영 PD는 인터뷰에서 “PD로서 시청률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보다 애들이 먼저 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서울경제)고 말했다. ‘프로듀스 101’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워너원만큼은 그의 바람대로 됐다. 보이그룹의 CF 계약이나 방송 출연 자체가 화제가 되고 있고, 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를 들썩거리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워너원이 공개하는 콘텐츠들은 끊임없이 대중의 참여를 독려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Mnet ‘워너원 고’는 ‘매칭 투표’를 통해 팬들이 멤버 조합을 선택하도록 했고, 개인별 티저 영상에서는 멤버들이 “넌 둘 중에 뭐가 좋아?”라며 타이틀곡까지 골라달라고 한다. ‘프로듀스 101’부터 지금까지, 워너원은 끊임없이 대중의 참여를 요구하며 화제성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중에게 새로운 접근법으로 다가서는 보이그룹이 나타났다. 과연, 앞으로의 아이돌 산업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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