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이소라, 예민함의 이면

2017.08.02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멋있지는 않을 거야”. JTBC ‘비긴어게인’에서 유희열이 처음 ‘바람이 분다’를 요청하자 이소라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신에게도 항상 벅찬 노래라며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슬래인 캐슬에서 거듭된 요청에 결국 그는 ‘바람이 분다’를 불렀다.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음향을 체크한 한 뒤 한 소절 한 소절 온 힘을 다해서. 파리한 눈가에는 온갖 감정이 스쳐지나갔고, 마지막 소절을 부를 때는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모두가 숨죽인 채 지켜보게 되는, 유리처럼 섬세한 아티스트의 모습이었다.

“살아가는 이유나 존재 가치가 노래밖에 없는데, 이걸 그냥 해버리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거야”라는 이소라의 말은 그가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이런 기질은 과거 예상치 못한 돌발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KBS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진행하던 시절에는 여러 차례 방송을 펑크냈고, 2009년 ‘소극장 콘서트-두 번째 봄’에서는 마지막 곡을 마친 후 “오늘 내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아 관객들에게 미안하다”며 티켓 비용을 전액 환불해주기까지 했다. MBC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시즌1’에서는 김건모의 탈락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비긴어게인’에서 이소라는 예민함의 이면을 보여준다. 자신의 앨범을 셀프 프로듀싱하는 그는 유희열과 윤도현에게도 엄격한 디렉팅을 한다. 슬래인 캐슬에서 윤도현의 ‘To find you’를 듣고 이소라는 “연습 좀 더 해야겠다”라고 쓴 소리를 했고, 이에 유희열은 “누나 때문에 도현이 가슴에 칼이 200개는 꽂혔을 거야”라는 농담을 던졌다. 그 말을 들은 이소라는 윤도현이 자신의 말에 상처를 입었을까 걱정하며 사과하다가 급기야 유희열에게 서운한 감정을 왈칵 쏟아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만큼, 남의 감정에도 민감하다. 날씨 문제로 버스킹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자리에서 유희열과 윤도현이 상반된 의견을 내놓자 이소라는 두 사람의 생각을 끊임없이 물어보며 “한 사람이라도 섭섭한 감정이 남는 게 싫어서”라고 말했다. 밤늦게까지 연습을 하던 중 노홍철이 ‘Rainy days and Mondays’ 듣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이소라는 그가 무리한 요구를 했다며 민망해하는 것을 눈치 채고, 몰래 그 곡을 연습해 들려준다. 영국에서 솔로 버스킹을 끝낸 윤도현에게 일부러 ‘이 나라의 화폐 단위 중 가장 높은 지폐’를 건네는 것도, 감정에 충실한 이소라만의 진심어린 표현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소라의 노래를 사랑하는 것은 그 안에 놓치기 쉬운 찰나의 순간이나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까지도 섬세하게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긴어게인’에서 유희열과 노홍철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으며 가사를 음미했다. ‘나는 모르겠어 윤오의 진짜 마음을’ 이라는 가사처럼 이소라는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인다. 노홍철이 “누나를 알고 난 후 노래를 들으니 전과 다르게 들린다”라고 감탄했듯이, 이제야 그의 노래가 가슴을 울리는 진짜 이유를 알아가는 중이다. 독특한 음색과 뛰어난 보컬실력보다 특별한 재능은 바로 그 예민함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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