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스플레인

운동하며 나이들기

2017.08.07
세상의 온갖 주제에 대해 알고 생각하는 것을 다양한 필자들이 자유롭게 말하는 ‘아이즈’의 새로운 코너. 기준은 딱 하나, 여성이 쓴다. 

셔터스톡
‘상쾌한 아침’보다 더한 형용모순은 없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숨이 턱턱 막혀왔다. 식은땀을 흘리다가 눈앞이 하얗게 변한 채로 주저앉곤 하는 증상의 이름이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는 것도 모른 채, 20대의 여름이면 가끔 이런 날을 겪었다. 또 언젠가는 정형외과 물리치료실의 커튼 안에서 친구의 전화를 받다가 엉엉 울었다. 옷을 갈아입느라 팔을 뻗었을 뿐인데 어깨를 삐끗한 후로 사소한 일상의 움직임도 고통스러웠다. 회전근개 건증과 부분파열 진단을 내린 의사는 건조하게 ‘퇴행’과 ‘노화’라는 단어들을 언급했다. 피부 노화 외에는 아직 먼 일인 줄 알던 30대 초반의 어느 날이었다. 컨디션이 바닥을 기면 내 미래도 깜깜해 보였고, 어깨 통증은 억울함이나 외로움의 감정과 함께 왔다. 혹시 지금 어디선가 몸이 힘들어서 마음까지 약해진 누군가가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운동을, 특히 근력운동을 시작하기에 아주 좋은 때라고.

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앞서 왜 하는지 생각해보자. 이런저런 몸의 고장을 겪으며 나는 알게 되었다. 운동은 살 빼려고가 아니라 살려고 하는 것이다. 날씬한 몸이 보상처럼 따라오기도 하지만 그럴 바에는 식이 조절에 노력을 들이는 편이 효과적이다. 면과 빵과 밥에 대한 사랑을 멈출 길이 없으며 맥주는 어른의 탄산음료, 닭고기의 맛은 껍질과 튀김옷에 있다고 믿는 나는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포기하기가 어렵다. 스토브리그 때의 야구선수처럼 벌크업이 되고, 식단일기를 적어가며 트레이너에게 야단맞으면서도 바뀌지 않고 바꾸기 싫을 바에야 스스로를 긍정했다. ‘뚱뚱해도 좋다, 건강하게만 늙어다오’라고 할까. 음식도 운동도 삶의 활력을 얻는 방식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면서 스트레스 대신 에너지의 총량이 꾸준히 늘어났다.

부익부 빈익빈은 근육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얘기다. 근육량이 늘면서 신비로운 점은 일상생활에서, 그리고 운동 자체를 할 때도 피로를 덜 느낀다는 것이다. 초심자들은 체력을 키우겠다고 운동을 하는데, 운동을 하고 나면 더 피곤해져서 이게 과연 건강의 길인가 골병이 드는 것인가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수영이나 러닝, 요가나 테니스…. 자신의 취향과 흥미에 따라 잘 맞는 운동이 다르겠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면 좋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운동-휴식-피로회복-운동의 안정적인 사이클에 올라서기까지는 적응 시간이 걸리는데, 절대적으로 근육량이 부족한 경우 앓아눕는 시간이 너무 길다. 체력자본 없이 처음 시작하는 사람일수록, 몇 달 동안은 전문 트레이너에게 1 대 1로 배우는 시기를 거치기를 권한다. 바른 자세와 정확한 동작, 다양한 기기와 도구들을 이용하는 방법, 섭식과 영양, 칭찬을 통한 동기 부여까지 여러 가지를 집중적으로 얻을 수 있다. 비용이나 시간의 문제로 언젠가부터는 혼자 해나갈 수밖에 없는데, 이때의 기초지식은 두고두고 도움이 된다. 물론 강압적이지 않고 성실하며 자신과 잘 맞는 트레이너를 만나는 일에도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부위별로 단련할 수 있게 운동 영상이 넘쳐나는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홈트’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런 채널들을 구독 신청하는 것만으로도 할 일을 다 한 듯 만족하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 기본적으로 운동은 귀찮은 일이어서이기도 하지만, 레티나 디스플레이 속 멋진 몸을 가진 사람들을 보고 있을수록 나와 먼 존재, 불가능한 성취로 느껴지니까. 남들은 매끄럽게 완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의 매일은 덜컹대는 과정이다. 이럴 때는 차라리 모니터를 끄고서 국민체조라도 한 번 하는 편이 낫다. 배워서 남 주냐고들 하는데, 운동은 철저히 나만 위하는 일이다. 아름다운 몸을 가진 누군가와 비교할 이유도, 실력이 뛰어난 누군가에 주눅들 필요도 없이 어제의 나보다 1년 전의 나보다 조금 기운차고 힘이 세지면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국민체조 따위로 운동이 되겠느냐고? 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확실히 낫다. 우리는 모두 너무 장수할까 봐 걱정인 시대를 살고 있고, 아주 가늘고 길게 운동할 수 있는 지구력이 필요하다. “늙으면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아나? 체력이다.” 칠순에 인생 최고의 체력을 누리고 계신 내 친구 어머니의 말씀처럼, 진짜 노후 대비는 돈보다 근육을 모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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