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이스트가 ‘101 유니버스’에서 다시 쓴 소설

2017.08.09
“5천만 하트? 그거 되게 많은 거 아니에요?(강동호/백호)” “(5천만 하트를 넘겼다는 소식에) 이런 순간이 오긴 오네요.(김종현/JR)”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부터 최근의 네이버 V앱까지, 뉴이스트 멤버들의 발언들을 모아보면 한 권의 소설 같다. 5천만 하트를 걱정하던 이날 방송에서 현재 보이그룹 워너원으로 활동하는 멤버 황민현을 제외한 유닛 뉴이스트W는 그 2배가 넘는 1억 개 이상의 하트를 받았다. 현재 한국 남자 아이돌의 두 강자, 방탄소년단과 EXO에 이은 세 번째 기록이다. 지난 7월 25일 저녁 6시에 발표한 싱글 ‘있다면’은 멜론 실시간 스트리밍 차트에 4위로 진입했다. 남자 아이돌 그룹에게 좀처럼 자리를 허락하지 않는 멜론 실시간 차트 상위권으로 진입할 만큼, 그들은 상당한 팬덤을 확보했다.

뉴이스트의 최근 인기는 물론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여파다. 그리고 이것은 방탄소년단과 EXO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슈의 중심에 들어온 남자 아이돌 그룹의 등장이기도 하다. EXO는 데뷔 당시부터 판타지적인 세계관을 만들었다. 방탄소년단은 ‘학교 3부작’과 ‘화양연화’ 시리즈로 멤버들이 활동하며 음악과 SNS, 유튜브의 동영상 등을 통해 표현해온 정서적인 바탕을 가상의 스토리와 연결시켰고, 이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는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들 이후 아이돌 그룹은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러나 뉴이스트는 현실 세계에 뛰어들면서 오히려 ‘스토리 부자’이자 그들만의 세계관이 생겼다. 강동호는 ‘프로듀스 101 시즌 2’ 첫 화에서 “세븐틴처럼 되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고, 황민현이 팀 미션 곡을 선택하기 위해 달려가면서 “(세븐틴의 히트곡인) ‘만세’만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들은 소속사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에 함께 소속된 보이그룹 세븐틴보다 먼저 데뷔했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동시에 세븐틴의 리더 에스쿱스가 ‘프로듀스 101 시즌 2’ 마지막 회에 뉴이스트 멤버들을 응원하러 갔을 만큼 오랜 친분 관계가 있기도 하다. 이런 관계들로 인해 세븐틴과 뉴이스트의 1995년생 멤버들은 인터넷상에서 ‘95즈’로 묶여 불리기도 한다. 두 팀에게는 우정과 경쟁이 뒤섞인 오랜 관계와 스토리가 있고, ‘프로듀스 101 시즌 2’는 그들의 역사를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올해 들어 뉴이스트의 팬이 된 A씨는 “일본 활동 영상은 마음이 아파서 두 번은 보기 힘들다. 하지만 그런 시절을 겪은 팀이기 때문에 더 애정이 생긴다.”고 말한다. ‘프로듀스 101 시즌 2’ 이후 뉴이스트가 지난 몇 년간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어색한 일본어로 말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새로 생긴 팬들을 통해 발굴됐다. 하지만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그들의 안타까운 과거를 알고 있는 팬들은 이를 기쁜 마음으로만 소비하지 못한다. 그리고 안타까움만큼 ‘꽃길’에 대한 염원은 간절해진다.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마지막 회와 그들이 과거에 발표한 ‘여보세요’는 그들의 서사에서 또 다른 절망이자 새로운 시작이었다.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JR과 백호는 마지막 11번째 멤버 후보에 올랐지만 최종 탈락했고, 이를 보고 절망한 황민현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역주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던 그들의 옛 노래 ‘여보세요’가 정말로 역주행을 하기 시작했다. 극적인 스토리 끝에 그들이 가진 진가가 발견됐고, 멤버들의 감정에 깊게 이입한 팬들은 엄청난 열성으로 뉴이스트 멤버들의 활동 재개를 요청했다. 뉴이스트 멤버들의 캐스팅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멤버들에게 괜히 연예인을 하라고 한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시절이 지금 뉴이스트와 팬들의 관계를 더욱 밀착시키는 스토리의 시작이 됐다.

최근 뉴이스트의 모든 콘텐츠가 그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있다면’의 가사는 뉴이스트라는 팀의 현재다. ‘다른 길을 걸어도 시간은 같이 가 / 다른 풍경을 봐도 하늘은 같이 봐 / 함께 그려졌었던 도화지에 너란 색 / 채워지지 않았어 지금 이 그림에.’ 이 가사를 통해 뉴이스트W(waiting)는 그들의 팀명이 왜 만들어져야 했는지 대중을 설득해낸다. 그들은 팬을 만나기 위해 절망에 가까운 순간들을 겪었고, 동시에 ‘함께 그려졌었던 도화지’ 황민현과는 잠시 ‘다른 길’을 걷는 중이다. 또한 그들이 과거의 곡들을 4인조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첫 곡은 ‘여보세요’였고, ‘있다면’이 발표되는 날에는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팬들이 했던 지하철 응원 광고를 반대로 하면서 팬들에게 감사를 표현했다. 팬들은 실시간으로 응원하는 팀의 멤버들이 그들과 함께 스토리를 써가는 광경을 보고 있다.

뉴이스트의 드라마는 ‘101 유니버스’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본격적인 시작이다. 워너원과 뉴이스트를 비롯,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출연자들은 방영 기간 동안 자신들의 희노애락을 시청자에게 노출했다. 시청자들은 출연자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상상하기도 하고, TV 밖 그들의 모습까지 관심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출연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만들어졌고, 그것은 수많은 캐릭터와 스토리가 있는 하나의 세계가 됐다. 출연자들은 뉴이스트나 출연자들 중 일부가 모여 결성을 추진 중인 보이그룹 JBJ처럼 ‘프로듀스 101 시즌 2’로부터 나온 스토리가 활동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세븐틴처럼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출연자들과 연결되는 팀들 역시 이 스토리의 일부일 수 있다. 면밀한 기획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생긴 실제 상황이 많은 남자 아이돌을 하나의 관계망 안에 묶는 계기가 됐다.

방탄소년단과 EXO와는 또 다른 유형의 세계관이 등장했고, 산업은 더욱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뉴이스트처럼 현실과 드라마를 합친 것 같은 팀도 등장한다. “3년 정도 됐는데 못 뜨면 사실 기대를 버려야 한다고 봤지만, 뉴이스트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라고 말하는 아이돌 소속사 관계자 B의 말은 최근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이 산업 안에 들어왔다. 그래서 뉴이스트와 같은 소속사 가수 한동근의 노래는 이제 뉴이스트, 그리고 ‘프로듀스 101 시즌 2’와 관련된 모든 팀들에 관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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