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잠시 잊게 만드는 다섯 개의 전시

2017.08.11
요즘 같은 날씨에는 집안에 있는 것이 더 괴롭다. 그렇다고 매일 근처 카페에 가서 진을 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쾌적한 실내온도와 편의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더위를 피해 하루를 보내기에 좋은 장소다. 소원했던 문화생활까지 누릴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더운 여름날을 알차게 보낼만한 다섯 가지 전시를 소개한다.


지금 가장 뜨거운 예술가들을 만나다
하이라이트

날짜: 2017. 5. 30 ~ 2017. 8. 15
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주말, 공휴일 오후 7시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입장료: 무료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1984년부터 전 세계 다양한 분야에 걸친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해온 단체로, 이번 전시에서는 재단의 지원을 받거나 협업을 통해 인연을 맺은 세계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순수미술가뿐 아니라 영화감독, 대중음악가, 도시학자, 생태음향가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틀에 박히지 않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반면 하나의 테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하이라이트’들을 모아놓은 전시이기 때문에 다소 통일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3층 전체에서 상당히 많은 수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어, 꼼꼼하게 관람하는 편이라면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방문하는 것이 좋다. 하이라이트 QR 코드를 입력하면 작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으며 전시를 감상할 수 있어 편리하니 참고할 것. 다리가 아프다면 미술관 곳곳에 위치한 의자에서 쉬어도 되지만, 미디어 작품을 상영하는 작은 극장 내부에도 의자가 마련되어 있으니 이곳에서 한숨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추천하는 스폿은 버니 크라우스의 ‘위대한 동물 오케스트라’다. 산호초와 벌목된 섬, 가뭄이 든 물가 등의 소리 변화를 녹음한 작품으로, 환경 파괴에 대한 어떠한 경고보다 엄중하고 서늘하다.

TIP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하이라이트’ 외에도 ‘난지 10년: SeMA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아카이브전’,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 ‘가나아트 컬렉션 앤솔러지’ 등 다양한 전시를 하고 있다. 박물관에서 고스란히 하루를 보내도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 2층과 3층 사이에 위치한 서점에서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아트북을 구입할 수도 있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이 덕수궁 돌담길과 인접해 있고, 나무 그늘이 많아 산책하기에도 좋다. 근처에 추천할 만한 맛집으로는 콩국수와 김치볶음밥이 유명한 ‘진주회관’이 있다.

꿈을 찾아 떠난 여성들의 흔적을 따라가다
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어

날짜: 2017. 6 .27 ~ 2017 .9 .3
시간: 오전 9시~오후 8시(주말, 공휴일 오후 7시까지)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입장료: 무료

1960~1970년대 한국의 산업화가 진행되던 시기에 가족 또한 자신의 미래를 위해 독일로 떠난 여성들의 삶을 다뤘다. 국내에서는 ‘파독간호사’, 현지에서는 ‘노란 천사’라고 불렸던 이들은 훗날 독일 사회 내 한국교민 1세대를 형성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전시는 이들의 여정을 차근차근 따라가는 느낌이다. 전시 초입에는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 그려지는데, 다양한 서류와 사진, 옷가지 등을 통해 새로운 땅으로 떠나는 설렘과 두려움을 엿볼 수 있다. 비행기 모양을 한 통로를 따라 들어간 다음 구간에서는 독일에서 그들이 감내해야 했던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삶을 즐기는 여성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특히 1970년대 독일 정부의 외국인 고용 중단에 맞선 한인 여성들의 투쟁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준다. 전시의 마지막은 이들의 현재를 보여주는데, 벽면 가득 걸려 있는 사진에서 여성들은 하나같이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전시품만 보면 지극히 평범하지만, 깊은 울림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다. 

TIP 서울역사박물관은 입구부터 볼거리가 풍성하다. 석조다리를 형상화한 도로는 마치 고궁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며, 야외 전시장에는 ‘철거 광화문의 주요 부재’와 ‘조선총독부 청사 철거 부재’ 등이 전시되어 있다. 내부에는 ‘우당 6형제의 독립운동-민국의 길, 자유의 길’, ‘한영수 사진전-서울 기억과 풍경’ 등이 전시 중이며 기증품 전시관에서는 디자이너 앙드레김과 최경자의 옷을 볼 수도 있다. 조선시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모습을 담은 상설전시도 한 번쯤 둘러볼 만하다. 근처 맛집으로는 강원도 향토음식 전문점 ‘나무가 있는 집’과 이탈리안 레스토랑 ‘terrace222’가 유명하다.

따라 하고 싶은 삶을 엿보다
토드 셀비의 ‘The Selby House: #즐거운_나의_집’

날짜: 2017. 4. 27 ~ 2017. 10. 29
시간: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목, 토요일 오후 8시까지, 월요일 휴관)
장소: 대림미술관
입장료: 성인 6000원, 학생 3000원, 미취학아동 2,000원(온라인 회원 가입 시 20% 할인)

포토그래퍼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토드 셀비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 전시는 6가지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자신을 비롯한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사진과 일러스트를 통해 표현했다. 그의 사진은 몇 해 전 크게 유행했던 ‘킨포크’와도 비슷하지만 좀 더 자유분방하고 재기발랄한 느낌이 강하며, 막연히 어릴 적 꿈꿔왔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만든다. 특히 칼 라거펠트, 크리스찬 루부탱, 루 드와이옹 등 유명 인사들의 방을 엿보는 재미까지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Selby The Storyteller’ 섹션으로, 직접 찍은 사진에 사진 속 인물의 특징이나 스토리를 담은 일러스트레이션이 그려진 프레임을 결합한 작품들로 꾸며져 있다. 예를 들면 세계적인 DJ 스티브 아오키의 사진에는 전용 제트기와 음반, 샴페인 등이 담기는 식. 또한 토드 셀비의 어릴 적 꿈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마지막 섹션 ‘Selby The Dreamer’는 인증샷을 찍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니 놓치지 말 것.

TIP 매표소가 있는 1층에서 토드 셀비 전시 굿즈를 비롯해,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의 소품들이 판매중이다. 판에 박힌 전시 기념품과는 달리, 아기자기한 생활용품이 많으니 필요한 것이 있다면 쇼핑을 해도 좋겠다. 대림미술관은 앞서 소개한 다른 미술관과는 달리 규모가 작은 편이다. 대신 바로 옆에 ‘미술관 옆집’이라는 카페 겸 편집숍이 있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곳으로 식물원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가 아름답고, 다양한 디자이너 상품을 팔고 있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영감을 준다. 서촌에는 이름난 맛집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봉피양’이 아주 가깝고, 골목에 숨은 홍차 전문점 ‘마 샹스’도 찾아가볼 만하다.

작은 단추를 통해 거대한 역사를 보다
프랑스 근현대사 복식, 단추로 풀다

날짜: 2017. 5. 30 ~ 2017. 8. 15
시간: 월, 화, 목, 금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수, 토요일 오후 9시까지, 주말, 공휴일 오후 7시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입장료: 성인 9000원, 중~대학생 8000원, 초등학생 7000원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프랑스 근현대 복식과 단추를 통해 당시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전시다. 전시품 1800점은 프랑스 장식예술미술관 박물관 소장품으로, 2011년 프랑스 주요문화자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프롤로그 섹션에서는 프랑스 복식에 대한 여러 가지 이미지와 함께 소재에 따라 구분되어 있는 다양한 단추들을 만나볼 수 있다. 비치된 돋보기로 단추의 디테일을 들여다보는 순간, 이것이 하나의 작은 예술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본 전시라고 할 수 있는 1부에서는 신분에 따른 단추의 차이를 볼 수 있으며, 2부에서는 혁명 이후 산업화를 맞이한 프랑스의 변화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3부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특히 눈여겨봐야 할 섹션이다. 폴 푸아레와 엘자 스키아파넬리, 마들렌 비오네 등의 드레스와 함께, 디자이너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예술적인 단추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들의 드레스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관람 가치가 충분한 전시다. 

TIP 현재 특별 전시 중인 ‘아라비아의 길-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와 패키지 티켓을 구매하면 1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두개의 전시를 볼 수 있다. ‘아라비아의 길-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 전시는 ‘프랑스 근현대사 복식, 단추로 풀다’에 비해 웅장한 맛이 있으며, 의외로 굿즈가 귀엽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편의시설과 조경이 잘 되어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특히 박물관 정면에 위치한 ‘거울못’의 풍광은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박물관 근처 이촌동 역시 나들이하기에 좋은 동네다. 스타들의 맛집으로 알려진 베트남 음식점 ‘르번미’가 있고,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헬 카페 스피리터스’도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해가 저문 뒤 이촌 한강공원에서 맥주를 한잔 즐기는 것도 여름에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술을 만난 패션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날짜: 2017. 6 .24 ~ 2017. 10 .07
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장소: 한가람미술관
입장료: 성인 13000원, 청소년(만13세-18세) 11000원, 어린이(만3세-12세) 9000원

보그 패션 사진과 명화를 연관시켜 보여주는 색다른 전시. 초상화, 정물화, 로코코, 풍경화, 아방가르드와 팝아트, 마지막으로 보그 코리아 특별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섹션의 주제에 맞게 명화와 사진을 매치하다 보니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빠르고 변화무쌍한 패션과 고전 중에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명화의 닮은꼴을 찾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세계 3대 패션 사진작가로 알려진 파울로 로베르시, 피터 린드버그, 어빙 펜 등의 사진은 물론 명품 드레스 및 오브제 등을 전시하고 있어 볼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이 전시는 세계적인 패션지 보그 125년의 역사를 총망라한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TIP 한가람 미술관이 위치한 예술의 전당은 전시뿐 아니라 각종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 하루를 보내기에 충분한 장소다. 바로 옆 오페라 극장에서는 한국 창작 뮤지컬 중 손꼽히는 수작인 ‘아리랑’이 공연 중이다. 밤에 조명이 들어오는 세계음악분수도 꽤나 볼 만하다. 단, 주말에는 운영을 하지 않으니 참고할 것. 그 밖에도 다양한 문화행사가 수시로 열리니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를 미리 살펴보면 좋다. 예술의 전당 근처 추천할 만한 맛집으로는 ‘루엘 드 파리’가 있다. 프랑스 밀가루와 감자물을 사용해 현지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크루아상이 유명하며, 조금만 늦어도 빵이 떨어지기 일쑤니 헛걸음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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