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살해 스트리밍│① ‘여성혐오’라는 수익모델

2017.08.22
유튜브에 콘텐츠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유튜버 갓건배는 게임 ‘오버워치’를 하면서 남성 게이머에게 들었던 욕을 그대로 되돌려 주곤 했다. 이른바 ‘미러링(타인의 행동을 그대로 반전시켜 반복하는 행위’)였다. 그 과정에서 6.25 참전 용사를 비하하는 발언 등을 했다는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남성들의 분노를 샀고, 지난 9일 유튜버 신태일은 갓건배로 추정되는 여성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게시일 3일 만에 조회수 200만이 넘었고, 유튜버 김윤태는 구독자들의 후원금을 받아 목표금이 달성되면 추격전을 펼치겠다고 예고했다. 실제로 그는 갓건배의 집으로 추정되는 곳을 찾아가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방송했다. 그는 영상에서 갓건배가 말을 예쁘게 하지 않으면 “그럼 내가 징역 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폭행 또는 살인을 암시하는 말도 했다. 그러나 누군가의 신고로 김윤태가 경찰에 잡혔을 때, 그는 경범죄로 범칙금 5만 원을 처벌받았다.

갓건배가 성소수자나 장애인 등 각종 비하 발언을 한 것은 당연히 비판받을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남성 유튜버들의 협박을 정당화할 수 없는 것 역시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협박에도 사실상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은 여성에 대한 혐오와 협박을 마치 엔터테인먼트처럼 퍼뜨리게 만든다. 신태일과 김윤태 같은 유튜버들은 여전히 방송을 하고, 영상이 유통된다. 김윤태뿐만 아니라 다른 남성들도 갓건배의 집이라 생각되는 곳으로 가서 인증 사진을 남겼고, 신태일은 19일 ‘또 다른 저격할 X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까지 올렸다. 디지털 성범죄 아웃(이하 DSO)의 썬 모니터링 담당자는 “이런 식의 무차별적인 신상털이는 페이스북에서 흔한 일이다.”고까지 말했다. 남성들의 자의적인 기준에서 행동이 바르지 못한 사람으로 인식될 경우 ‘00녀’ 혹은 ‘문란한 여자’ 같은 딱지가 붙는다. 남녀 문제를 토론하는 EBS ‘까칠남녀’의 김민지 PD는 “여자 출연자는 얼굴이 밝혀지면 신상이 털려 공격받곤 한다. 같은 질문에 대해서도 남자들은 떳떳한데, 여자들은 모자이크를 해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여성이 이런 식의 신상털이를 당하는 경우, 여성은 자신이 딛고 있는 사회적 기반이 모두 무너진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 여파의 말은 여성들에게 ‘신상털기’가 어떤 여파를 갖는지 보여준다. 페이스북의 ‘성예분’이라는 계정에서는 “어떤 여성의 영상을 풀 거다”라며 여성의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예고를 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신상이 공개된 여성은 신상 정보 혹은 페이스북 계정과 사진, 영상, 확인되지 않은 행적이 게시글로 올라가고,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이 마치 게임처럼 그를 공격하는 것을 즐긴다. 카카오톡 문자가 폭탄처럼 쏟아지고, 전화로 성희롱을 당하기도 하며, 심지어 해당 여성의 집에 찾아가는 일도 생긴다. 그러나 갓건배의 일처럼 이런 사건에 실질적인 처벌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썬 모니터링 담당자에 따르면 “신고하려고 경찰에게 가도 ‘페이스북은 해외 기업이니 해외에서 벌어진 일’, ‘증거 효력이 있는 증거를 더 수집해 와라’ 등의 반응이 돌아온다”고 한다.

유튜브는 김윤태의 콘텐츠를 내렸지만, 신태일의 방송은 여전히 공개돼 있다. 콘텐츠를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이성우 유해정보팀 담당자는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심의만을 할 수 있다. 사람과 사이의 일은 경찰에서 판단을 해줘야 우리가 접근할 수 있다”며 “혐오 표현의 경우는 법적으로 구분하기 애매하기 때문에 심의위원회가 회의를 거쳐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범위인지 판단하게 되는데, 지금 심의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지 않아서 우리가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현재 방통위에서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성우 담당자는 “방통위는 자체가 이행에 대한 강력한 권한이 없다.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만 판단할 수 있다. 국내 사업자의 경우 직접적으로 시정 요구와 처분 내용을 결정해서 통보를 하게 되는데, 국외 사업자는 우리의 법이 적용되지 못하고 자율 규제에 맡기고 있다. 사업자들이 협조를 해줘야 하는 문제다”고도 말했다. 아프리카 TV BJ 철구가 이번 사건을 정리하는 방송을 하며 “근데 아프리카TV도 수위만 된다면 저격하고 다 할 거야. 그런데 유튜브랑 아프리카 티비는 수위 자체가 달라요. (중략) 유튜브와 아프리카는 극과 극이에요. 지금은요.”라고 말한 이유다. 아프리카TV의 ‘밴’(방송 정지)은 철구도 이런 사건에 나서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유튜브, 구글, 페이스북, 텀블러 등 해외 기업들은 한국에서 이런 제재에 소극적이다. 그사이 피해 여성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남성들은 온라인상에서 여성에게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둘러도 괜찮다는 인식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돈까지 벌 수 있다는 유혹이 이어진다. 페이스북은 구독자 수와 ‘좋아요’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광고를 달 수 있고, 유튜브에서는 ‘슈퍼챗’(아프리카TV에서 현금 대신 쓰이는 별풍선 같은 개념)이나 후원계좌를 열어 돈을 벌 수 있다. 유튜버 김윤태는 “떡볶이 가게 사업 자금은 1인 미디어 영상을 찍어서 (광고 수익이나 후원금 등) 발생하는 수익으로 돈을 벌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공약 같은 것을 많이 하고 시비를 많이 걸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뜨기 위해서였고, 사람들이 알아봐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거죠.”(‘미디어썰’)라고 말했다. 철구 역시 “막말로 이거 조회수 어그로 안 끌면 참전했을 거 같아? 반응이 좋으니까 덩달아서 올린 거야.”라고 했다. 무엇을 하든 관심을 모으면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에서 김윤태 같은 유튜버들은 여성혐오를 이용해 ‘어그로’를 끌어 돈을 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의 여성혐오는 문자 그대로 엔터테인먼트로서 수익구조까지 갖게 됐고, 그만큼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페북에서 활동했을 때는 다양한 연령대, 아니 성인분들이 제 동영상을 시청했었는데, 페이스북 계정을 팔고 유튜브로 넘어온 현재 급통령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유튜브 시청 연령대는 초중딩들이 90% 이상입니다.” 신태일의 말은 이제 돈을 버는 수단까지 된 여성혐오의 문제가 초래하는 또 다른 문제를 집약한다. 초등학교 교사 A는 “남자 학생 중에 장래희망이 BJ가 가장 많다. 왜냐고 물으면 ‘돈을 많아 벌어서’가 1순위고 그다음이 ‘인기가 많아서’라고 답한다.”며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 “학기 초에 관심 없던 남자애들도 다 게임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어서 그들만의 문화가 만들어진다. 80% 정도가 그렇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유튜브를 많이 보는 아이들은 어머니에 대한 욕이나, 계속 여자 학생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용어를 쓴다.”고 말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여성혐오가 어린 학생들에게도 노출되면서, 그들은 여성혐오를 자신도 모르게 받아들인다. 중학교 교사 B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수업시간의 경우 쉬는 시간에 남자 학생이 유튜브의 야동을 보다가 걸린 경우도 있다. 그만큼 접근이 쉽다”며 “(이런 경험들이) 학생들 간 성추행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같은 반 여학생에게 지속적으로 자고 싶다는 카톡을 보내거나 자리에 찾아와 조르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태일은 갓건배를 저격한 초등학생 유튜버 영상을 편집해 그들을 장려하기까지 했다. 유튜버들은 여성혐오를 전파하며 돈을 벌고, 그 결과 10대 남성에게도 여성혐오가 마치 놀이처럼 자리 잡는다.

한 저학년 여자 초등학생의 ‘엉덩이 이름 쓰기’라는 콘텐츠에는 “벗어야 팔린다”라는 댓글과 “(일명 몸캠을 하려고) 틱톡아이디를 알려달라”는 글이 달렸다. 여성혐오가 만연한 현재의 인터넷과 그것이 돈이 되는 상황이 빚어낸 끔찍한 현실이다. 유튜버나 BJ를 꿈꾸는 아동들은 여성혐오, 더 나아가 여성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을 받아들여야 돈이 되는 구조에 휘말린다. 그 결과 여자는 공포에 떨면서 인터넷상에서 신상을 숨기고, 얼굴을 가리며, 입을 다문다. 이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엄연한 범죄에 대한 처벌과 혐오 행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진 제재가 필요하다. 지난 18일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열린 ‘기업은 여성을 보호하라’ 시위에서 DSO는 구글(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본사에 면담과 간담회 요청서를 전달했다. 대표로 나온 짐 샤프 구글의 보안팀장은 요청서를 받으면서 “이미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튜브 홍보팀에서는 갓건배 살해 협박 이슈 관련 구글 공식 입장에 대해 “개별 채널에 대해 코멘트를 하지는 않습니다. 유튜브 팀에서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지키는지에 대해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라는 답변만을 남기기도 했다. 정말 묻고 싶다. 할 수 있는 말이 그것뿐인가. 정말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일인가.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몰카 영상물 유통 사이트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고 영상물 유포자에게 기록물 삭제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 등 전방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방통위는 대대적인 음란물 단속에 나섰다. 누군가의 한마디로도 할 수 있었던 일. 왜 그것을 안 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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