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살해 스트리밍│② 디지털 여성혐오 범죄들

2017.08.22
모든 정보가 인터넷 방송과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산되는 시대에, 여성에 대한 혐오와 범죄 역시 더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간다. 이제 여성은 유튜브 방송에 의도치 않게 출연했다가 살해당하거나, 한 번 신상이 공개되면 온갖 위협에 시달릴 수도 있다. 이런 일들은 대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최근 인터넷 방송과 SNS 상에서 심화된 여성혐오 범죄들과 함께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들을 정리했다.

8월 18일 구글(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코리아의 본사가 위치한 강남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디지털 성폭력 방치에 대한 규탄 및 가이드라인 제시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몰래카메라
2015년 ‘워터파크 몰래카메라’ 사건 이후, 몰래카메라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과 SNS가 활성화될수록 몰래카메라 수법은 더욱 다양하고 교묘해졌다. 특히 인터넷 방송의 경우 피해자들이 미처 손을 쓸 겨를도 없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2016년 5월에는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에서 여성들의 특정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해 실시간 방송으로 내보낸 20대 아프리카TV BJ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 17일에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의 신체 일부를 동의 없이 촬영해 실시간으로 중계한 30대 아프리카TV BJ가 불구속 입건됐다(‘연합뉴스’). 이러한 경우 BJ들은 피해자들에게 인터뷰를 빌미로 접근하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촬영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피해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처벌할 수 있을까?
몰래카메라는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해당된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최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된다. 또한 인터뷰를 가장한 사례처럼 촬영 당시에는 대상자가 동의했다 하더라도, 사후 촬영물을 보고 배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이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배포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따르면 피해 여성의 대부분이 몰래카메라가 유통되는 경로에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남성 지인들을 통해 피해 사실을 전해 듣는 실정이라고 한다. 또한 유포자의 처벌과 몰래카메라 삭제는 별개 문제다. 형사기관에서는 유포자의 처벌까지만 관여하기 때문. 신고 등을 통해 몰래카메라 영상이 일시적으로 사라진다고 해도, 사건의 시효가 지날 때쯤 해당 동영상이 다시 유포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보상금을 훨씬 뛰어넘어 끝없이 발생하는 영상 처리 비용은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 된다.

유출피해 영상 
일명 '리벤지 포르노'라고 불리는 누군가를 괴롭힐 목적으로 제작 또는 배포된 음란물을 뜻한다. 과거 개인의 성적 동영상 혹유출피해 영상은 일부 음란물 사이트를 통해 유통되었다면, 인터넷 방송과 SNS가 대중화되면서부터는 이를 유통하는 플랫폼이 더욱 일상화되고 확대됐다. 2013년 한 50대 남성은 내연녀가 결별을 요구하자 그가 휴대전화로 찍어 보냈던 나체 사진을 자신의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한 후, 내연녀 딸의 유튜브 동영상에 댓글을 다는 형식으로 공개했다. 최근에는 그 대상마저 확대되어 헤어진 연인 뿐 아니라 지인을 대상으로 개인의 성적 영상이나 사진을 유출을 목적으로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얼마 전 트위터에서 논란이 됐던 ‘지인 능욕’ 계정들은 의뢰자가 SNS를 통해 지인의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하면 제작자가 돈을 받고 음란물과 이를 합성, 게시자가 이를 공개 게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여성신문’).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피해자들의 신상정보를 함께 올리기까지 했다. SNS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성범죄가 등장한 것이다.

처벌할 수 있을까?
‘유튜브 댓글 사건’의 판결은 큰 논란을 불러왔다. 가해자가 게시한 사진이 피해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라는 이유로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기 때문. 따라서 이 사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이 아니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만 처벌이 가능했다. 처럼 개인의 성적 동영상 유출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촬영 당시에는 피해자가 촬영에 동의할 수도 있다. 영상이 유포된 맥락을 고려해야 하는데, 영상 속 피해자가 성행위에 적극적이라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나기도 한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 본인의 성기를 처한 사진 등이 자료로 제시되면서 피해자는 또 다른 고통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촬영에 합의했을 경우 처벌은 가벼워진다. 합의를 하지 않은 촬영물은 징역 5년, 벌금 1천만 원인 데 비해 합의된 촬영물은 징역 3년, 벌금 5백만 원이다. ‘지인능욕’ 계정의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14조’ 위반에 해당하나, 피해자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익명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가해자를 지목하기 더욱 어렵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모욕 및 영상 배포
지난 7월 유튜버 대한건아턱중은 자신의 채널에 모르는 여성들에게 물을 뿌리고 “꽃에 물을 준 것”이라고 말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각종 SNS를 통해 확산되었으며 일부 매체들에서는 이를 사회적 문제로 지적했다. 이처럼 거리를 지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은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여대의 경우 학생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BJ 및 유튜버 관련 주의사항’을 공유해야 할 정도다. 흔히 ‘얼평(얼굴평가)’, ‘몸평(몸매평가)’이라고 불리는 이 방송들은 여성들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이들의 외모나 행동을 평가하는 것을 재미 요소로 삼는다. 방송 진행자와 시청자들이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이 성희롱이나 인격비하에 가깝지만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는다.

처벌할 수 있을까?
이 같은 방송에 대해 아프리카TV 관계자는 “야외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행위 자체를 규제할 법안은 없다”, “영상 URL과 본인임을 증명할 사진을 보내면 영상을 삭제하고 BJ에 경고를 준다”고 설명했다(‘머니투데이’). 또한 이러한 방송의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14조’를 적용할 여지가 없다면 초상권 침해, 명예, 모욕죄 등으로 민사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이때 해당 영상은 중요한 증거가 되는데, 실시간 방송은 종료와 함께 내용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진행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참고로 물을 뿌린 경우는 폭행죄에 해당된다. 단, 장난으로 눙치고 넘어가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요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작년에도 유튜버 릴마블이 TV조선과의 인터뷰 중 걸그룹 레인보우의 오승아에게 똑같은 발언을 하며 물을 뿌렸지만, ‘담당 PD와 합의된 사항’이라며 사과 영상을 올리는 데 그쳤다.

7천 명이 목격한 살해 협박
지난 10일 새벽, 유튜버 김윤태는 ‘갓건배 집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내보냈다. 갓건배가 ‘남성을 비하한다’는 이유로 몇몇 유튜버들이 그를 공격했고, 김윤태는 그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게다가 그는 누군가에게 제보받은 주소로 향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내가 너 밟아 죽일 거야”, “내가 여자 하나 잡으려고 여러 명 달고 가냐”, “일단 부천 먼저 출발할 거고, 그다음에 성동구 출발할 거예요. 누나, 한 30분 정도 걸릴 거예요”라는 발언까지 했다. 당시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얼른 죽여라”라고 부추겼고, 이 방송의 최대 시청자는 7000명이었다.

처벌할 수 있을까?
이날 김윤태는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행위로 범칙금 5만 원을 통고받고 귀가했다. SNS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됐고, 많은 여성단체들이 항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형법상 살인은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고, 범죄 방법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으면 성립하기 어렵다고 한다. 또한 김윤태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거나 그를 부추긴 사람들 또한 그가 처벌받지 않는 한, 방조범으로 처벌받기 어렵다. 법에서 처벌하기 어렵다면, 미디어 측에서는 어떤 제제를 가할 수 있을까. 취재 결과 유튜브에서는 “개별 채널에 대해 코멘트를 하지는 않습니다. 유튜브에서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지키는지에 대해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라는 입장만을 내놓았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직접 나서서 규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정 권고를 할 수 있다. 국내 사업자의 경우 직적접으로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는데, 유튜브 같은 해외 사업자의 경우 우리 법이 그 사업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상털기
유튜버 김윤태에 앞서 신태일은 방송을 통해 갓건배의 얼굴을 공개하겠다며 한 여성의 영상을 내보냈다. 갓건배와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지목된 이 여성은 ‘피해자입니다’라는 트위터 계정을 개설해 “모르는 사람들에게 단톡방 초대를 받아 인신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유튜브를 통해 짧은 영상이 공개된 것만으로 카카오톡 아이디와 같은 개인 정보까지 인터넷상에 유출된 것이다. 지난 7월에 벌어진 ‘왁싱샵 살인사건’의 경우에도 3월 유튜버 남순의 방송을 통해 매장 정보와 피해자의 근무 형태가 노출됐고, 이는 사건이 일어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벌할 수 있을까?
타인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특히 실제 공격과 연결된 경우라면 그 공격의 방조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만일 이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고 싶다면, 해당 유튜브 영상을 증거로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몰래카메라, 합성음란물 등을 유포하며 신상정보를 함께 올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서는 “이는 여성의 사회적 기반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다. 피해 여성들은 학교나 회사를 그만두거나 가족에게조차 연락하지 못한 채 완전히 고립된다”고 설명했다. 지금 한국은 여성이 신상정보가 공개될 위협에 처해 있을 뿐만 아니라,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실질적인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사회다.




목록

SPECIAL

image 20대에 연예인으로 살기

MAGAZINE

  • imageVol.171
  • imageVol.170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