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의 승리

2017.08.23
‘택시운전사’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배우 송강호의 세 번째 천만 영화이자, 배급사 쇼박스의 다섯 번째다. ‘택시운전사’는 개봉 이후 꾸준히 박스오피스 1위의 자리를 지켜 왔고, 실제 관람객들 사이에서도 호평 일색이라 천만 돌파는 어느 시점부터 예측됐던 일이다. 이제는 영화의 최종 스코어에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다.

‘택시운전사’는 8월 2일, 그러니까 천만 관객 돌파가 당연시 되는 분위기였던 ‘군함도’(7월 26일)보다 정확히 한 주 뒤 개봉했다. 개봉 첫날 관객 약 97만 명이라는 역대 오프닝 신기록을 세웠던 ‘군함도’의 급격한 침몰은 ‘택시운전사’에는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 역사적 고증보다 영화적 상상력에 무게를 둔 ‘군함도’의 내용은 관객들의 반발을 산 반면, ‘택시운전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 기대하는 충실한 고증과 신중한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대중의 호의와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5월 광주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다짐하고, 이후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것도 작품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영화 내부로 들어가보자. ‘택시운전사’의 목표는 명확하다. 시대와 세대를 넘어선 공감이다. 관객 중 대다수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익히 들어왔지만 실상을 정확히는 알지 못할 것이다. 보다 넓은 층의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택시운전사’는 관객과 비슷한 눈높이를 가진 인물을 중심에 둔다. 외부인인 만섭의 눈을 통해 5월의 광주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송강호가 가진 친근하고 서민적인 이미지에 적극 기대고 있는 만섭은 적당히 비겁하고 속물근성을 가진 소시민, 생계 때문에 어깨가 무거운 가장, 이념주의자가 아닌 현실주의자로, 누구나 쉽게 접속할 수 있는 특성으로 빚어낸 캐릭터다. 이는 518민주화운동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한국인이 사건 한복판으로 진입할 수 있는 꽤 합리적인 방식이다. 또한 만섭이 광주를 경험하고 각성한다는 극적인 이야기는 예외적이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이 아니다. 공감 받을 만큼 충분한 상황을 겪고 시간을 거쳐 환기되는 양심이다. 만섭은 상영 시작 90분쯤 되어서야 비로소 ‘유턴’한다. 이 영화가 518민주화운동을 주도하는 지도부를 재현하는 컷을 넣는 대신 평범한 택시운전사와 대학생, 시민들의 연대에 집중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당연한 선택이다. 또한 사복군인이 만섭 일행을 쫓는 밤거리 장면이나 후반부의 택시 추격 장면처럼 마치 이 영화가 스릴러나 호러, 액션 영화처럼 느껴지는 아슬아슬한 수위의 순간들도 있다. 영화 전체의 결과는 사뭇 다른 불균질한 이런 부분들은 기획 영화로서의 강박 혹은 의무가 느껴지는 장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기대하는 적절한 오락적 볼거리와 긴장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택시운전사’는 광주의 비극을 다루면서도 또렷한 승리의 서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화력이다. 만섭과 피터의 미션은 마침내 성공한다. 택시운전사는 목적지까지 손님을 데려다 주고, 기자는 진실을 보도한다. 이것은 특별하고 예외적인 승리가 아니다. 상식의 승리이다. 이 승리감은 촛불집회를 통한 정권 교체를 경험하고, 언론 개혁, 적폐 청산을 부르짖는 현 시국과 맞닿아 있는 정서이기도 하다. 택시운전사는 손님을 목적지까지 태워주고, 기자는 진실을 보도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들이 일상화될 때 역사는 전진한다. 지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연단에 올라 유가족을 껴안았다. 이것이 연출인가 아닌가 하는 여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이 장면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고 위로 받았다. 지난한 비상식의 시절을 통과해 마침내 상식이 복원되었음을 확인할 때 복받치는 감동과 안도감. 해소되는 서러움. 어쩌면 이 지점이 ‘택시운전사’가 관객과 공명하는 결정적 자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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