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타일│① ‘바디 액츄얼리’, 낯선 신세계

2017.08.29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은 최근 ‘뜨거운 사이다’, ‘바디 액츄얼리’, ‘열정같은 소리’를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여성들이 모여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다루고(‘뜨거운 사이다’), 여성의 몸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며(‘바디 액츄얼리’), 젊은 세대가 바라보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열정같은 소리’)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TV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시도를 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뜨거운 사이다’의 경우 그 자체로 남성들 위주의 예능 프로그램의 문제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달 남짓 방송 중인 현재, 이 프로그램들은 지금 무엇을 보여주고 있을까. ‘아이즈’의 세 기자가 온스타일의 세 프로그램들에 대해 말한다.

온스타일 ‘바디 액츄얼리’의 홍보 문구는 ‘당연한 걸 당당하게’다. 이 말처럼, 프로그램이 여성의 몸을 보여주는 방식은 거리낌이 없다. 생리컵을 끼우고 빼는 과정을 보여주고, MC는 질염 검사를 위해 산부인과 의자에 눕는다. 유튜브 온스타일 공식 계정에 게재된 각종 클립 영상에는 “한국인데 이런 걸 왜 하는 건지 궁금하다.”는 댓글이 달린다. 반면 “신세계다.”라는 댓글도 존재한다. 그만큼 ‘바디 액츄얼리’는 여성의 몸에 관해 낯설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중이다.

“우리 프로그램이 중고등학교 성교육 시청각 교재로 쓰였으면 좋겠다.” MC 정수영의 말은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이고, “학교에서는 자궁만 보여준다. 그래서 클리토리스가 뭔지 모른다.”는 청소년 시청자의 댓글 반응은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다. 2015년에 방송된 ‘겟 잇 뷰티’에서는 ‘남자를 경악하게 만드는 여자의 그곳’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바디 액츄얼리’는 여성의 신체 기관에 관련된 용어를 정확하게 짚어나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사유리가 굳이 번화가 한복판에서 “클리토리스를 그려주세요.”라고 요구하는 것도 그래서다. 남녀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성기를 그려달라는 요청에 불쾌감이나 당혹감을 느낄 수 있지만, 방송에 등장한 여성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상황에 대해 수많은 남성 네티즌들이 “여자라고 내숭 떤다. 어떻게 자기 걸 안보냐.”고 반응했다. 이런 현실에서, ‘바디 액츄얼리’는 여성의 신체는 거울 없이 자신의 성기를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자세히 설명한다. 산부인과에 놓인 ‘굴욕의자’의 생경한 감각을 전달하려 노력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산부인과 의자에 앉는 것 자체가 남성들은 모르는 굉장히 폭력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그런 숏을 썼다.”는 이지윤 PD의 말은, 그동안 한국 사회가 외면해온 실제 여성들의 삶을 대변한다.

낯설지만 새로운 시도는 여성들이 스스로 가진 고정관념을 직시하도록 만든다. 방송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들 중에는 플러스 사이즈라는 이유로 모델인 김지양의 직업을 유추하지 못한 사람이 많고, 어떤 여성은 “여자라면 겨드랑이 털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방송은 이런 말을 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바디 액츄얼리’ 이지윤 PD는 “터부를 깬다기보다는 당신들(여성들)이 모르는 사이에 터부가 만들어져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여성의 신체와 심리는 사실적으로 보여주되, 잘잘못을 가리거나 가치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그저 “나다운 것”을 강조하며 선택지를 여성 시청자들에게 넘긴다. 그래서 자신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고민은 시청자인 본인 몫이 된다. 그간 대다수 뷰티 정보 프로그램들은 시청자에게 선택지를 주는 듯하면서 엉뚱한 선택지를 제시해왔다. 다른 프로그램들이 제모를 쉽게 하는 팁을 가르쳐줄 때, ‘바디 액츄얼리’는 여성의 제모가 선택사항일 뿐이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고 결론짓는다. ‘겟 잇 뷰티’와 ‘바디 액츄얼리’가 같은 채널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남친의 시선을 사로잡는 메이크업’,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헤어’ 등 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던 뷰티 프로그램 뒤로 여성이 직접 자신의 몸에 대해 말하고 결정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다만, 최근 ‘바디 액츄얼리’ 측은 정수영이 질염 검사를 받는 과정을 담은 영상 클립에 ‘무삭제판’이라는 용어를 썼다. 단어의 의미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온라인상에서 ‘무삭제판’이란 단어가 음란 동영상의 종류를 언급할 때 쓰인다는 점을 비판하는 시청자들이 있었다. 또한 페이스북 온스타일 스튜디오 페이지에는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다니고 싶다.”고 말하는 여성의 멘트가 담긴 ‘나답게 나로 서기’ 캠페인 영상과 ‘겟 잇 뷰티’에서 알려주는 가슴 볼륨업을 위한 마사지법 영상이 공존한다. 프로그램 제작진과 마케팅팀 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해 벌어지는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지윤 PD가 “사실 이런 반응은 방송 일을 하면서 처음이다.”라고 할 만큼 ‘바디 액츄얼리’에 대한 관심과 반응은 이미 크다. 여성의 몸에 대해 사실적인 관점을 취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대중이 여기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여성이 자신의 몸을 통해 세상의 변화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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