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타일│② ‘뜨거운 사이다’, 계속 되어야 할 여성들의 이야기

2017.08.29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은 최근 ‘뜨거운 사이다’, ‘바디 액츄얼리’, ‘열정같은 소리’를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여성들이 모여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다루고(‘뜨거운 사이다’), 여성의 몸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며(‘바디 액츄얼리’), 젊은 세대가 바라보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열정같은 소리’)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TV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시도를 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뜨거운 사이다’의 경우 그 자체로 남성들 위주의 예능 프로그램의 문제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달 남짓 방송 중인 현재, 이 프로그램들은 지금 무엇을 보여주고 있을까. ‘아이즈’의 세 기자가 온스타일의 세 프로그램들에 대해 말한다.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는 출연진 전원이 여성으로, 그들의 시선으로 사회현상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뜨거운 사이다’가 계속 방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첫 번째 ‘뜨거운 이슈’로 ‘여성 중심 예능의 부재’를 다루며 제시된 26 대 3이라는 숫자가 보여주듯, 2017년 방송된 남성 중심 예능과 여성 중심 예능은 8배 이상 차이가 난다. 출연진은 그나마도 1년 이상 방송 중인 여성 중심 예능이 MBC every1 ‘비디오스타’밖에 없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씁쓸해했다. 김지예 변호사가 “외압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방송 전 SNS를 탈퇴했다고 한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을 만큼, ‘뜨거운 사이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들이 다루는 이슈와 상관없는 비방이 쏟아지기도 한다. 첫 회부터 종영에 대한 불안을 드러내는 ‘뜨거운 사이다’의 상황 자체가 TV에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숙이 증언하듯, 그가 개그맨 시험을 쳤던 1994년에는 여성 방송 제작자 자체를 찾아보기조차 어려웠다. 이는 방송가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여성을 둘러싼 사회 전반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뜨거운 사이다’에서 아무리 많은 이야기가 오간들 속 시원한 ‘사이다’에 이르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런 사회에 오랫동안 적응해온 여성 출연자들은 근본적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기도 한다. 첫 회에서 ‘여성 중심 예능 프로그램의 부재’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김숙은 이를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봤다. 김지예 변호사는 로타의 사진 속 여성에 대해 “수동적으로 보이고 싶은 여성도 일부 존재할 것이다. 여성이 적극적이거나 능동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도 강박관념”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가 “만약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적극적 이미지이라면 그런 주장이 타당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말은 기계적 중립일 뿐”이라고 지적했듯, 개인이 사회 구조의 문제를 인식하기란 어려운 일이고, 1회에서 출연진 중 일부는 이런 한계를 보여줬다. 2회에서 출연진이 직접 언급한 것처럼 “뜨거운 사이다가 아니라 미지근한 사이다”라는 시청자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2회부터 ‘뜨거운 사이다’는 제작진과 출연진이 모두 여성이기에 가능한 접근 방법을 보여준다. ‘김기덕 감독 성추행 논란’을 다루며 배우 이영진은 촬영 현장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을 털어놓았고, ‘몰래카메라와 화학적 거세’ 이슈를 다룰 때는 출연진이 스튜디오에 설치되어 있던 몰래카메라를 발견하고 충격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1회에 로타를 섭외해 비난받았던 것과 달리, ‘문제적 인물’의 방향성도 달라졌다. 손혜원 의원은 여성 기업가이자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삶과 철학을 들려주었고, 3회에서는 영화 ‘불온한 당신’의 이영 감독이 성소수자의 현실을, 4회에서는 직장 내 성추행 전문 이은의 변호사가 “예민함은 건강한 용기다”라고 이야기했다. 방송을 통해 여성들의 경험이 공유되면서 의미 있는 담론을 형성한 것이다.

‘뜨거운 사이다’에서 다루는 이슈의 범위가 여성 문제뿐 아니라 사회현상 전반이라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뜨거운 사이다’에서 3회에서는 첫 번째 ‘뜨거운 이슈’로 ‘유튜버 살해 협박 사건’이, 두 번째로는 ‘반려동물과의 공공장소 공유’가 거론됐다. 상당한 온도 차를 지닌 두 가지 이슈를 동시에 다루면서 ‘뜨거운 사이다’는 다양한 사회현상을 여성의 시각으로 봤을 때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날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이 사회가 얼마나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지, 공존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유튜브 살해 협박’에 대한 토론에서는 “남성들이 몰래카메라나 TV 등을 통해 대상화된 여성들의 모습에 익숙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1회 로타와의 논쟁에서 끝내 다다르지 못했던 문제의 원인에 자연스럽게 접근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점층적으로 쌓여야만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래서 ‘뜨거운 사이다’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왜 TV에서 계속되어야 하는지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의 성패는 앞으로 얼마나 수준 높은 콘텐츠를 내놓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이는 온전히 제작진과 출연진의 몫이다. 다만 TV에서 여성이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고, 그들이 하는 발언이 쌓일수록 논의의 폭은 넓어질 것이다. 그 시간까지, ‘뜨거운 사이다’가 버텨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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