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타일│③ ‘열정 같은 소리’는 어떤 소리를 하고 있나

2017.08.29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은 최근 ‘뜨거운 사이다’, ‘바디 액츄얼리’, ‘열정같은 소리’를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여성들이 모여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다루고(‘뜨거운 사이다’), 여성의 몸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며(‘바디 액츄얼리’), 젊은 세대가 바라보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열정같은 소리’)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TV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시도를 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뜨거운 사이다’의 경우 그 자체로 남성들 위주의 예능 프로그램의 문제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달 남짓 방송 중인 현재, 이 프로그램들은 지금 무엇을 보여주고 있을까. ‘아이즈’의 세 기자가 온스타일의 세 프로그램들에 대해 말한다.

온스타일 ‘열정 같은 소리’는 제목 앞에 ‘요즘 것들의 청춘진담’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쥐뿔도 모르면서 다 아는 척, 위하는 척, 잘난 꼰대들의 훈계질은 이제 그만! 청년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고 분노하며 ‘헬조선’의 씹고 뜯을 거리에 대해 소신 있는 의견을 전달”하는 프로그램. 그래서 래퍼 제리케이, 가수이자 ‘열정 페이’란 말을 만들어낸 김간지, 영화배우 김꽃비, 뮤지션이자 영화감독 이랑, ‘월간잉여’ 편집장이자 ‘흙수저 게임’ 개발자 최서윤 등 SNS를 통해 온라인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른바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들과 모델 심소영, 그리고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 출연자 장문복 등이 MC 허지웅과 함께 그들 세대의 이슈를 다룬다. 첫 회에서는 ‘수저론’과 ‘열정 페이’가 주제였고, 그 뒤로는 ‘개저씨’와 ‘젊은 꼰대’로 본 대학가의 군기 문화, 성형수술을 ‘스펙’으로 여기거나 연애를 권하는 사회와 데이트 폭력도 다룬다. 토크 중에는 청년들이 온라인에서 사회를 자조하며 지어낸 ‘헬조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요)’, ‘티슈 인턴(뽑아서 아무렇게나 쓰고 버린다는 의미)’, ‘2회말 3회초(대학교 2학년 말과 3학년 초가 연애를 놓치면 연애를 하기 어렵다는 의미)’ 등 20대가 만들어낸 단어를 통해 세상을 이야기한다. CJ E&M 라이프스타일 신종수 본부장이 지난달 31일 온스타일 개편 설명회에서 “온스타일이 메인 타깃으로 삼는 분들은 여자 20~34세다. 독립적인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비슷한 고민을 가진 여성들과 교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열린 태도를 가진 세대로, 일명 ‘밀레니얼(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의 주체적으로 ‘나답게’ 살고자 하는 가치관을 반영해 다양한 콘텐츠들을 선보일 계획이다.”라고 한 말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열정 같은 소리’에서는 중년 남성 위주로 진행되던 많은 예능이나 시사 프로그램에서 했던 이야기들이 통하지 않는다. 한 예로, 요즘 대학교에서 학교 연합으로 ‘중매 동아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이런 동아리가 있다면 들어갈 거냐”라는 물음에 장문복이 “아니다”라고 말하자, 김나훔은 “누가 ‘재미 좀 봤다’고 해도 안 들어갈 거냐”라고 말했다. 그러자 모든 출연진들은 그 자리에서 김나훔을 지탄하며 옳지 못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문복이 자신의 흑역사로 “모태 솔로”라고 말하자 이랑은 “모태 솔로인 것이 청년 문제와 무슨 관련이 있나?”, 김꽃비는 “모태 솔로가 왜 사회적 약자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무신경하게 넘어갔던 발언들이 ‘열정 같은 소리’에서는 잘못된 발언으로 비춰지고, 비판을 받는다. 허지웅이 첫 회에서 “여기서 내가 사회성이 가장 높은 것 같다”고 말했던 이유다.

‘열정 같은 소리’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첫 화에서 ‘수저 담론’을 화제로 올리면서, 제작진은 누가 더 불행한지를 전시하는 일명 ‘짠내 배틀’을 주문했다. 허지웅은 “자신의 불행을 전시하는 것은 건강하지 못하다고 말했지만 15년 후에 나는 ‘짠내 배틀’ 해요(라고 말하고 있다)”라며 진행을 시도 했지만, 김꽃비는 “이거 해야 합니까?”라고 반문했고, 김나훔이 “그래도 남의 행복을 보는 것보다 불행을 보는 게 낫다”고 말하자 김간지는 “굉장히 나쁜 생각이다”라고 받아친다. 허지웅은 20분 넘게 이것을 해야 하는 당위를 설명하다가 실패하고 제작진은 “그냥 접을게요”라며 코너를 끝냈다. 자막으로 “다시는 이런 거 안 할 거야”라는 말과 함께. 자신을 ‘흙수저’라고 인식하는 것은 의미 있지만, 서로 배틀을 붙는 방식은 폭력적이라고 생각하는 패널들에게 제작진은 그 폭력적인 방식으로 예능을 풀어간다. 연애능력평가나 야자타임처럼 제작진이 준비한 다른 아이템들 역시 출연자들의 사적인 일들에 개입하려 하고, 출연자들은 끊임없이 “폭력적이다”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열정 같은 소리’의 출연자들은 새로운 기준으로 이야기를 나누지만, 정작 제작진은 그들이 반대하는 방식의 아이템을 강요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 결과 ‘열정 같은 소리’는 그들의 타깃 연령이 알고 있는 말을 다시 반복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수저론’에 대해 자신의 불행을 인증하는 방식은 이미 꾸준히 문제가 되어온 것이고, 국회의원 심상정과 취업 준비생들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는 ‘외모권력’에 대한 피상적인 내용과 국회의원 정책 홍보 이상이 되지 못했다. 4회의 ‘연애강박’에서는 데이트 폭력까지 주제가 확장됐지만 편집 과정에서 흐름이 끊겨 ‘연애 권하는 사회’에서 갑자기 데이트 폭력으로 넘어간다. 제작진이 편집을 통해 토론의 흐름을 정리하거나 통계 자료 등으로 의미를 되짚어주는 친절함도 찾아보기 어렵다. 젊은 세대의 현재를 반영하겠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의 맥락은 잘 짚지 못하고, 그 결과 예능적인 재미를 위해 출연자들의 생각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소신 있는 의견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지금의 ‘열정 같은 소리’는 패널들이 SNS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TV로 전달하는 정도에 머문 것처럼 보인다. 정말 SNS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다면, 이슈 이상의 ‘소리’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말 그 ‘소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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