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 SM이 갔던 곳

2017.08.31
지금 SM엔터테인먼트는 어떤 레이블인가? 이제 끝을 향하는 여름을 보자. 여름의 시작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넉넉히 6월로 잡으면 효연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에는 이 회사가 매 주 음원을 발표하는 SM스테이션을 통하여 UV와 신동, 그리고 비니셔스가 나옸다. 그리고 NCT 127의 “Cherry Bomb”가 나오고, 또 다시 SM스테이션으로 아스트리드 홀리데이가 데뷔한다. 여기까지 보름 정도가 걸렸다. 여기에는 댄스 중심의 팝, 복고풍 개그 트랙, 미드 템포의 일렉트로닉, 해외 아티스트의 포크가 섞여 있다. 한편 NCT 127, 곧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엔트리 중에서도 가장 새로운 팀은, 그 회사의 전통적 스타일을 업데이트한다. 흥미로운 것은 NCT 127조차, 대중적 어필을 노린다는 적극적 의도는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수준의 팝 음악을 수집하고, 그것을 비주얼과 컨셉을 포함한 최종 결과물, 요컨대 K-POP으로 만들어내는 일에 아주 오랫동안 투자했다. 2013년을 전후로 하는 시기에 그 전략은 결정적 순간을 맞이하고, 회사의 차원에서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경지에 이른 것으로 보였다. 예를 들어 ‘으르렁’ 당시의 엑소는 하나의 상징이다. 그 시기의 샤이니 혹은 그 멤버들의 솔로 작업, 또는 소녀시대는 어떤가? 개별 아티스트의 성과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어도 ‘레이블’로서 에스엠은 이상하게 강했다. 무엇보다 한국 음악계로 한정하여 평가할 이유가 없는 단단한 완성도가 그에 걸맞은 대중적 반응과 함께 했다. 이를 가리켜, 이른바 ‘취향을 선도’하거나 ‘반 발짝 앞서는’ 감각으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17년의 시점에서 볼 때, 당시의 ‘반 발짝’은 정교한 속도 조절의 결과가 아니라 끊임없는 가속의 과정에서 맞닥뜨린 조우 같다.

SM엔터테인먼트는 그 이후로도 더 좋은 음악, 비주얼, 컨셉이라는 기술 발전을 늦춘 적이 없다. 그것들의 집합인 뮤직비디오가 최종 생산물처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Cherry Bomb’은 여름 내내 SM엔터테인먼트의 주요 작품이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는 청사진에 해당한다. 평면적인 공간에 레이어를 이용하여 깊이를 부여하고, 일본 중심의 서브 컬쳐가 취향의 밑바닥에서 작동하는 최근의 디자인 경향이 살아있다. 여기에 채도 높은 선명함과 연출된 현장감이라는 SNS 시대의 유행까지 갖춘다. 그리고 K-POP 특유의 멤버별 콘셉트와 의상, 안무가 더해진다. 이 조합은 레드벨벳, 엑소, 소녀시대의 작업에서 다양한 형태로 재등장한다. 소녀시대의 10주년은, 가사나 뮤직비디오, 또는 예능 활동까지 그들의 주체성이라는 큰 테마로 해석된 바 있다. 여기에 ‘All Night’을 아이돌 뮤직비디오의 본분과 메시지의 전달 사이에서 화면비부터 편집까지 세심하게 선택한 요소로 꽉 채운 공로는 가볍지 않다. 곡 전체의 후렴을 말 그대로 ‘날려버릴’ 비장의 무기였을 드랙퀸이 등장하기 무섭게 단체 안무로 대체되어 김이 빠지는 어쩔 수 없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뮤직비디오는 참 많은 일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성과를 대중적 지표로 측정한다면 아쉬워 보인다. 보아의 ‘CAMO’ 같은 올해 여성 솔로의 가장 빛나는 작품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레드 벨벳의 ‘빨간 맛’ 정도를 제외하면 폭 넓은 대중에게 각인된 노래가 있을까 싶다. 이것을 단지 회사의 프로모션 전략 혹은 성의의 문제로 풀어내기는 어렵다. 그보다 시대의 변화가 더 커 보인다. 아이돌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심해진다. TV와 같은 전통적 매체의 영향력이 사라지고 SNS처럼 따로 신경 써야 할 접점은 갈수록 늘어난다.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과점하는 매체는 없다. 좋은 결과물을 지배적인 매체로 전시하여, 즉시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모든 이들이 어느 날 가요 프로그램에서 S.E.S.를 보고 사랑에 빠졌던 집단의 기억은 재현되지 않는다. 이 환경의 변화에서, 음악 시장을 해치는 ‘붕어’로 폄하되는 역사를 겪었던 SM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는, 퀄리티에 대한 천착이 경지에 오른 순간 시장에서 과거보다 다소 존재감이 부족해진 모순을 겪는다.

SM스테이션은 시즌2를 맞이하면서 기획의 폭과 깊이를 더하고 있지만, 지난 시즌 같은 화제성은 없다. 일종의 수직계열 체계를 포기할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여기에도 장점이 있고, 브랜드의 가치도 건재하다. 어느 때보다 다양한 음악을 내놓지만, K-POP 또는 아이돌 중심의 회사라는 것이 변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NCT처럼 멤버 구성이 자유로운 유동적 개념이 소비자 지향이 아니라 공급자 편의라는 것을 알아차릴 만큼 똑똑하다. 여기에 적절한 서사를 덧붙여 포장할 필요가 없을 만큼 시장은 뻔뻔하게 돌아간다. 지금 에스엠은 어떤 레이블인가? 다음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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