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 이효리와 아이유의 대화

2017.09.01
“결국에는 내가 다 하란 이야기 아니야. 슈퍼스타 두 분을 모시고 내가.” JTBC ‘효리네 민박’에서 민박집 회장 이효리와 사장 이상순이 고생하고 있는 사이, 직원으로 아이유가 오자 이상순이 한 말이다. ‘슈퍼스타’란 말을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두 사람이 제주도에 모였으니 이상순의 걱정도 당연하다. 실제로 아이유는 민박집에 처음 왔을 때, 무엇을 할지 몰라 당황한다. 어떤 것이 세제인지 섬유유연제인지 구분조차 할 줄 모르고, 이효리나 이상순이 일을 시키지 않으면 뒤통수를 보며 일을 시키는 것을 기다리고 있기도 한다. 반대로 2~5시까지 쉬는 시간이라고 말을 해도 언제나 설거지를 하고 있다. “돈만 벌어봤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이효리의 말처럼, 10대부터 스타로 살아온 아이유는 언제나 자신의 일을 중심에 두고 살았다. 언제나 자신의 일에 대해 머릿속에 ‘ON’ 버튼이 눌려 있고, 원래는 식사를 천천히 하지만 밥 먹을 시간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아 입을 다물고 오물오물 먹는 것이 몸에 배었다. 그런 아이유에게 이효리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말하고 싶어서, 밥을 엄청 빨리 먹었다.” 누구도 좀처럼 공감할 수 없는 아이유의 삶에 대해, 이효리는 이해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

“삶이 너무 바뀌니까 동창들이랑 대화가 좀 힘들어. 그리고 걔네한테 나는 동창이지만, 연예인인 거야. 제일 부러운 건, 친구가 술이 만취해서 나한테 ‘나 좀 데려다 달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거. 나한테는 못 하잖아.” 사람들은 스타의 삶을 궁금해하지만, 그들의 삶을 공감하기는 어렵다. 또한 스타이기 때문에 다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면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은 스타로부터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하지만 ‘효리네 민박’은 이효리의 말처럼, 어쩔 수 없이 다른 스타의 삶을 피해가지 않는다. 아이유는 16살에 데뷔해 친한 친구는 2명뿐이고,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친구들도 많이 사귀기 어려웠다. 이효리 역시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진짜 친구가 안 되고 서로 간에 시기랑 질투가 조금씩은 있는 느낌? 나도 그랬고, 상대편도 그랬고.”라고 말한다. 아이유는 ‘효리네 민박’ 출연을 위해 제주도에 오기 전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일반적인 민박집 아르바이트생과 다를 수밖에 없는 스타의 삶이다. 그리고 이효리는 더 오랫동안 슈퍼스타의 삶을 산 입장에서 필요한 조언을 해주며, 아이유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아이유가 민박집 손님들이 서로 금방 친해지는 것을 신기하게 보자, 이효리는 그에게 “가서 손님들이랑 놀아”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말을 놓는 것조차 어색해했던 아이유는 어느새 동갑내기 손님에게는 쉽게 말을 놓으며 함께 쇼핑을 하기도 한다. 한 업계에서 성공한 여성이 느끼는 고립감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한 이에게 자연스럽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 과정에서 아이유는 자신이 느끼던 고립감에 대한 느슨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물론 아이유가 겪는 문제가 며칠간의 제주도 생활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금 잘될 때 즐기는 것도 중요한데, ‘이거 다음에 안될 거야’만 생각하느라고 행복한 틈이 조금 없었어요.”, “평정심에 대해 집착하고 있어요. 제가 들떴다는 느낌이 들면 스스로 기분이 안 좋아지거든요. 통제력을 잃었다는 생각 때문에”라는 그의 말은 앞으로도 반복될 딜레마이기도 하다. 이효리 역시 컴백을 앞두고 “속이 벌렁거린다. 나는 엄청 많이 변했고, 시간이 흘렀는데 사람들은 예전 모습만 기억하고 있잖아”라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이효리가 “나는 너무 기뻤다가 너무 슬펐다가 그랬는데 너나 나나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지 못한 거네.”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들은 그 고통을 나누며 서로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것은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이 많은 여성과 어린 여성이 소통하고 연대하는 흔치 않은 광경인 동시에, 접근하기 어려운 스타의 삶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차분한 관찰이다. ‘효리네 민박’은 성공한 여성 연예인이라는 보기 드문 존재를 특별한 엔터테인먼트거리로만 소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특별한 삶 속에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고민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의 연대가 주는 편안함은 ‘효리네 민박’이 도달한 어떤 순간이다. 이효리와 아이유는 작사/작곡을 꿈꾸는 게스트하우스의 손님 예원에게 기타를 선물하며 말한다. “안 좋은 일 있어서 우울할 때 누가 기타를 사주면서 해보라고 했는데, 처음 기타를 배워가지고 한 달 동안 이걸로, 피가 나도록 쳤는데. 거기서 몰입하니까 힘들었던 일들이 생각도 안 나고 너무 좋은 거야. 누구한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호의를 베풀 때가 있잖아. 그러면 그 사람한테 그걸 갚는 게 아니라 나도 딴 사람한테.” 스타는 민박집을 열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만나고, 서로가 가진 고립감을 해소한다. 그리고 삶을 통해 얻은 지혜를 자신들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여성에게 전달한다. 관찰 예능인 동시에 여성 예능으로서 ‘효리네 민박’이 보여주는 새로운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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