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스플레인

에비스 맥주의 맛

2017.09.18
지난 9월 6일, 한국에서 정식으로 에비스가 팔리기 시작하면서 SNS에는 적잖은 에비스 구매 인증 글들이 매일 올라오고 있다. 딴 맥주에는 반응이 없더니 왜 갑자기 에비스에 이렇게 열광하냐고 묻는다면 내 답은 간단하다. 에비스니까. 하나 마나 한 답을 한다고 멱살을 잡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대답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 브랜드이자, 수제 맥주를 제외한 맥주 중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고, 일 년에 기본 5가지의 제품군과 계절 한정 주조, 협업 한정 주조 등의 한정 주조 제품군까지 합하면 10가지에 가까운 제품들을 만들어내면서 수많은 사람의 ‘더없이 행복한 순간’과 함께하는 맥주가 바로 에비스다. 도쿄 시부야구에는 에비스의 이름을 딴 동네가 있고 당연히 그 동네의 전철역 이름도 에비스, 그 역의 발차 멜로디로 에비스 맥주의 광고 음악이 나오고, 맥주 박물관을 만들어 자신들이 만들어온 역사와 품질을 당당하게 내보일 정도니, 에비스의 존재감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알 수 있을 듯. 사실 에비스의 장점은 길고 화려한 역사가 아니라 그것들이 만들어낸 ‘맛’이다.

일본의 대표 맥주 브랜드 4강인 삿포로, 산토리, 아사히, 기린 중에서 에비스를 만들고 있는 삿포로는 묵직한 맛을 내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특히 에비스의 첫 주조 장인이 독일인이었음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 계약 농가에서 수확되는 양질의 맥아 100%와 오랜 연구 끝에 만든 ‘에비스 효모’가 깊고 풍부한 맛과 향의 비결인데, 에비스를 처음 마시는 사람들은 첫맛이 ‘쓰다’라는 평을 많이 하지만, 부드러운 목 넘김과 입 안에 남는 향긋한 감칠맛을 느끼고 나면 쓰다고 느껴진 맛이 묵직한 바디감의 첫맛임을 이해하고 그 맛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이런 흔들림 없는 묵직한 맛을 중심으로 에비스는 다양한 ‘에비스’를 만들어낸다. 로열 리프 호프와 장기 숙성으로 만들어낸 에비스 마에스타, 흑맥주인 프리미엄 블랙, 에비스 최초로 상면효모를 사용해 만든 화이트 비어인 하나미야비 등을 기본 라인업으로, 가을과 겨울 한정 주조인 코하쿠 에비스, 해마다 발매되는 조엘 로브송과의 협업 시리즈는 이제 겨울철 맥주의 기본이 되었다. 여기에 에비스 맥주의 ‘미덕’을 덧붙인다면, 선을 넘지 않는 화려한 맛이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맛이 ‘화려하다’고 느끼는 맥주는 산토리의 프리미엄 몰츠 맥주다. 향과 맛, 모든 것이 화려하다. 마치 현란한 기교를 자랑하는 프리재즈를 듣는 기분이랄까. 들으면서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맥주가 프리미엄 몰츠라면, 에비스는 진중한 쿼텟의 연주 끝에 터지는 한숨과 낮은 소리로 ‘브라보!’를 연발하며 기립 박수를 치게 만드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맥주다.

맥주가 거기서 거기지, 배불러서 별로…라는 생각으로 그동안 맥주를 한쪽으로 밀어둔 사람이라면, 오늘 퇴근길에 좋아하는 안줏거리와 에비스를 한 캔 사시길. 손을 씻고 좋아하는 컵과 에비스를 물에 적신 키친타올로 감싼 다음 냉동실에 넣어두고, 옷을 갈아입고 나와 사 온 안줏거리를 접시에 옮겨 식탁에 올려놓은 뒤 냉동실의 맥주를 꺼내 뚜껑을 따 컵에 천천히 붓자. 거품이 차오르면 조금 쉬었다가 다시 붓고. 크림 같은 거품이 보기 좋게 쌓였다면 숨을 한번 내쉬고 에비스를 한 모금. 그때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 “エビスの世界へようこそ! (에비스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목록

SPECIAL

image 김생민의 영수증

MAGAZINE

  • imageVol.171
  • imageVol.170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