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빌보드, 그리고 미국의 K-POP 팬덤

2017.09.29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빌보드200’ 7위, ‘핫100’ 85위를 비롯해 빌보드의 여러 차트에 등장하고, 영국, 일본 등 주요 음악시장 차트 순위권에 오른 것을 다시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들이 K-POP 아티스트로서 최초이자 최고의 기록을 이룬 상황까지, 지난 몇 일간 빌보드의 관련 기사는 모두 한국에 소개되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현재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의 상황을 가장 명확하게 상징하는 순위는 무엇일까? ‘아티스트 100’ 5위다. ‘아티스트 100’은 라디오 방송, 음반 판매, 스트리밍, 소셜 활동을 모두 합산한다. 방탄소년단은 이 차트에 50주간 머물렀지만, 지난 주에는 38위였다.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를 수상하던 무렵에 10위 정도에 올랐으니, 소셜미디어 활동이 정점에 있을 때 가능한 정점을 그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 이상이 되기 위해서는 라디오, 음반, 스트리밍 중 한 가지 이상의 매체에서 충분한 존재감이 필요하다. 4위 에드 시런은 라디오 주파수를 계속 바꾸면 하루 종일 들을 수 있고, 1위 푸 파이터스는 새 앨범을 13만장 팔았고, 2위 테일러 스위프트는 입이 아프다. 한 마디로 이 차트는 시장에서의 존재감이다.

이 존재감은 방탄소년단이라는 일개 팀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제 K-POP이 미국에서 인지도가 어떤지, 인기가 실제로 있는지, 혹은 사실 특정 인종만 좋아한다는 식의 회의적 접근은 무용하다. 케이팝은 미국 음악시장에 장르로서 존재한다. K-POP이 스트리밍 서비스의 장르별 구분에 등장했을 때부터 시작된 일이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싶다면 지금 미국에서 음원 스트리밍의 위치를 보면 된다. 2017년 상반기 미국 음악산업 매출의 60%는 스트리밍에서 나왔고, 1개월에 10달러 정도되는 유료 구독자 매출만 따져도 37%다. 고객수로 따지면 3천만명이고, 정확히 1년 만에 천만명이 늘었다. 불과 2년 전 가장 많은 수익을 창출하던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는 급격히 쪼그라들어 19%에 불과하고, 조만간 전통적 음반시장보다 작아질 것이다.

그래서 지난 주 방탄소년단에 관해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차트가 아니라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 있었다. 스포티파이가 제공하는 ‘New Music Friday’ 플레이리스트가 방탄소년단의 'DNA'를 첫 곡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 이후로 금요일에 신곡을 발표하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고, 그에 따라 스포티파이는 매주 금요일 주목할 신곡을 모아 ‘New Music Friday’ 플레이리스트를 업데이트 한다. 스트리밍 시대 이래로 새로운 음악을 소개하는, 이른바 큐레이터의 역할은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로 넘어갔다. 새로운 음악을 찾는 사람들에게 스포티파이의 ‘New Music Friday’, 애플뮤직의 ‘Best of the Week’는 일종의 출발점이고, 그 첫 자리는 이번 주 가장 새로운 움직임으로 선택되었다는 뜻이다. 지금 ‘DNA’는 팝 장르에서 신곡이 오를 수 있는 주요 플레이리스트에 모두 올라 있다. 인기곡 중심의 ‘Today’s Top Hits’, 새로운 아티스트 중심의 ‘Pop Rising’, 다른 장르와의 크로스오버 중심의 ‘Hot Rhythmic’ 이다.

더불어 미국의 음악산업과 관련 매체들이 무엇인가 새롭고 다르다고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팬’의 역할이다. 요컨대 조직화된 한국 아이돌 팬의 활동은 해외에서도 재현되기 시작한다. 각종 시상식에서의 ‘VOTE’는 당연한 것이다. 최근에는 팬들이 차트 자체에 직접적 영향을 주려는 의지가 확인된다. 팬이 운영하는 SNS 계정의 활동을 소셜 차트 순위와 효과적으로 연결할 방법은 연구하고, 실제로 중요하게 작동한다. 그 외에도 음악이 많이 팔리면 차트 성적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차트의 매커니즘은 그것을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팬이 많으면 음악이 많이 팔릴 가능성이 높은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 팬들이 차트 순위가 산정되는 규칙와 공식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은 좀 다르다. 열성적인 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알아도, 차트 성적에 대해 분석하고 접근하는 팬 집단은 처음 봤을 것이다. 물론 시행착오는 있다. 아이튠즈에서 앨범을 구입해 남에게 선물하는 것은 판매량에 집계되지 않는다. 조만간 ‘스밍’ 돌리는 해외 팬들을 만나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K-POP은 팝을 기반으로 하되, 다양한 유행 장르를 뒤섞고, 컨셉트와 캐릭터를 부여하고, 지역과 언어로 명확히 구분되는 장르다. 이 장르는 단순한 음악적 혹은 시각적 스타일만이 아니라 음악 산업과 관계를 맺는 방식 또한 새롭다는 인식을 얻어내고 있다. 다음에는 대체 어떤 일이 생길까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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