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② 웹툰 작가가 계약서를 쓸 때 주의해야 할 여섯 가지

2017.10.10
레진 엔터테인먼트(이하 레진)와 관련된 지각비 논란 등으로 창작자, 특히 웹툰 작가에 관한 계약 내용들이 다시 한 번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창작자, 특히 웹툰 작가가 계약을 할 때 주의해야 할 만한 사안들을 정리했다.

계약서 작성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계약 목적을 분명히 명시하고, 나뿐만 아니라 상대의 의무도 명시해야 한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 누가 계약을 어겼는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때 계약서 내용에 양측의 계약상 의무가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다면 분쟁 소지가 줄어든다. 또한 계약 목적을 분명히 해야 그 외의 필요 없는 내용이 추가로 따라붙지 않는다. 예를 들어 웹툰 연재 계약이라면 “2차 저작물에 대해서는…”이라든가, “저작권 양도…” 등의 내용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 계약의 목적을 분명하게 생각하고 그 이상 이외의 내용은 그 계약서에 들어가지 않아야 하며, 필요하다면 그 이후에 작성해야 한다. 계약의 해제와 종료 시점도 당연히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 연재의 경우 연재 시점을 분명하게 정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자동 연장 규정은 계약이 연장이 되는 결과를 낳게 되므로, 이 규정에 대해서는 꼭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창작자의 이름
저작권은 창작자가 창작물을 만드는 순간부터 발생한다. 절차나 형식의 이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저작권은 크게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저작물에 대해 갖는 재산적인 권리)으로 구분되고, 이 중 저작인격권은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갖는 본연의 권리다. 이는 인격적 법익의 권리로 ‘저작자 일신에 귀속한다’고 규정하는데, 이 뜻은 저작재산권은 타인에게 양도가 가능하지만 저작인격권은 양도될 수 없다. 또한 저작재산권은 보호 기간의 제한이 있지만, 저작인격권은 저작권자가 사망해도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된다. 국내의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인격권을 공표권(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공표하거나 공표하지 아니할 권리), 성명 표시권(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 동일성 유지권(저작자가 그의 저작물의 내용 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으로 나뉜다. 이 중 만화·웹툰 등의 계약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위반사항이 성명표시권이다. 예를 들어 “‘갑’이 본 계약에서 정한 금액을 ‘을’에게 지급하는 것을 조건으로 ‘을’은 저작인격권(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을 주장하지 않으며, ‘갑’은 다른 영리 또는 기타의 목적을 위해 작업물을 사용할 수 있다.”라는 조항 같은 경우다. 이런 조항은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는 내용이므로, 불공정 계약에 속한다. 계약서에 이런 내용이 있다면 당장 법률 전문가와 약속을 잡아야 한다.

저작물의 2차적 사용권

계약서의 내용은 최대한 구체적이야 하고, 계약 내용은 분명하게 명시돼야 한다. 또한 사용되는 용어들은 최대한 쉽고 간단한 것이 좋다. 만화 계약의 경우 계약이 저작권 자체를 양도하는 것인지, 출판권 등 저작재산권 일부를 기한을 정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2차적 저작물(영화, 드라마 제작 등)을 제작할 권리도 주어지는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특히 창작자 입장에서는 굳이 저작물의 2차 사용권을 처음부터 계약하지 않는 편이 좋을 수도 있는데, 계약서를 작성할 시 2차 저작권까지 넘기는 ‘매절(고료를 지급할 때 인세가 아닌, 쪽당 혹은 권당 일시불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발행 부수의 양과 상관이 없다) 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웹툰 플랫폼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출판권 계약을 포괄해 계약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작품이 얼마나 흥행이 될지 알 수 없는 시점에서 한 번에 모든 권리를 넘기는 계약은 작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2차적 저작물의 가치는 저작물이 1차 매체(출판 등)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는 적정하게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권리를 모두 양도하도록 하는 것은 저작자가 더 나은 조건으로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할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계약 위반이 발생할 경우
일단 누가 계약을 위반을 했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상대방이 계약을 위반했다고 해서 나도 계약을 위반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 위반과 관련해 주고받은 메시지를 가능하면 내용증명 등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것은 서면으로 주고받는 것이고, 필요하면 녹음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타인의 동의 없이 녹음을 하면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인식도 있지만, 자신과 상대방의 대화를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고 녹음하는 것은 합법이다. 불법인 경우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할 때다. 그리고 분쟁이 발생하면 변호사나 전문가에게 미리 자문을 받아두는 것이 필요한데, 만화가의 경우 만화영상진흥원의 헬프 데스크, 법원 근처의 법률구조공단, 웹툰만화가협회, 서울시 문화예술 불공정상담센터 등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발설 금지 조항
회사원들에게 “연봉계약에 있어 연봉 발설 금지 조항”이 있는 회사가 종종 있는 것처럼, 웹툰 작가들의 계약서에도 “계약서 발설 금지 조항”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서울시청 공정거래팀 조일영 변호사는 “독소조항이긴 하지만 계약서가 같은 업계의 회사나 경쟁 회사에 노출될 경우 기업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완전히 없앨 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조항이 법조인이나 피해 구제를 위해서 상담을 받을 때도 노출할 수 없느냐는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그것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조항 때문에 계약으로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조차 누구에게도 계약서를 보여줄 수 없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미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공개도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계약 해제
계약을 해제할 경우 나와 상대방 모두 계약을 원점으로 돌릴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받은 돈을 모두 돌려줘야 하고, 상대방도 작가로부터 받아간 원고를 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은 작가에게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작가가 지금까지 받은 돈을 모두 돌려줘야 한다”는 점인데, 상대방이 계약 위반을 한 경우라도 일단 작가는 받은 것을 모두 돌려주어야 한다. (단, 돈을 돌려줄 의무는 별도의 계약에 따라서 제한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레진에서 웹소설 서비스를 중지시키면서 계약 해지가 일어났지만 레진에서는 계약금을 회수하지 않았고, 추가로 저작권 포기와 사과를 했다. 돈을 돌려주고, 다시 손해배상금을 별도로 받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기 때문에 많은 경우 이처럼 지급한 돈을 돌려받지 않는 것으로 손해배상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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