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① 지각비가 무엇이길래

2017.10.10
웹툰 플랫폼을 제공하는 레진 엔터테인먼트(이하 레진)는 최근 다양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웹소설 서비스의 급작스러운 종료, 암 치료 중인 회색 작가에게 PD가 폭언을 했다는 논란, 그리고 마감에 늦는 작가들에게 지각비를 걷는 것의 문제 등이 연이어 터졌다. 레진을 마치 불공정거래의 화신처럼 비판하는 작가들이 있는 한편, 이에 대한 반박도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지각비는 특히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사안이다. 같은 사실에 대해서도 레진과 레진을 비판하는 작가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릴 뿐만 아니라 웹툰 작가들에 대한 플랫폼의 처우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볼 때 지각비는 “과도한 측면은 있지만 불공정 계약은 아니다.” 서울시 공정거래팀 조일영 변호사에 따르면 지각비는 계약을 지키지 못한 일종의 패널티로,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레진의 관계자는 “지각비는 2013년 레진이 서비스를 오픈했던 시기부터 계약서에는 ‘납입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조항’으로 있었다. 서비스 초기에는 지체상금 조항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하지만 서비스 오픈 후 마감이 늦는 작가들이 늘어나고, 마감을 하지 않고도 1주일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 작가도 생겼다. 작가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독자에게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서, 2015년 8월부터 이 조항을 적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월 1회 지각은 지각비를 면제하고, 2회 차 지각부터 적용한다고 한다. 작가들의 입장을 최대한 이해하고 있다는 입장인 셈이다.

그러나 지각비에 대해 비판적인 작가들은 레진과 정반대의 입장을 보인다. 작가 A는 처음 지각비를 냈을 때 “100만 원이 넘게 나왔다”고 말한다. 작가가 웹툰 연재로 버는 돈이 많을수록 금액이 높아지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지각비는 그 달 발생한 수익 전체의 3%, 6%, 9% 등으로 정해져 있다. 이에 대해 조일영 변호사는 “금액의 상한성 없이 지체상금을 걷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으며, 이 부분에 대해서 레진과 이야기 중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지각을 안 하면 그만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각비에서 ‘지각’의 기준은 작품이 연재되는 날보다 이틀 전에 해당 작가를 담당하는 편집PD에게 보내지 못할 때부터다. 마감일이 토요일이면 목요일 3시까지는 원고를 보내야 하고, 여기서 1~2분이라도 늦으면 지각이 된다. 작가 B는 “방송에 등장한 모 작가의 경우 마감 몇 분 전에 원고를 넘기기도 하더라. 그런데 우리는 2일이나 앞당겨 마감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재 이틀 전에 원고를 보내야 해도 마감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면 결국 1주일에 한 번씩 원고를 보내면 된다. 레진 관계자는 “어차피 원고를 업데이트하는 시간 차가 있을 뿐 원고를 진행하는 시간이 7일인 것은 변함이 없다”면서 “원고를 받으면 오탈자 교정, 수위 심사 등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분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작가들은 원고를 넘긴 뒤 이틀 동안 레진 측의 수정 요구를 대기하는 상황이 된다. 특히 수정 요구가 오면 이틀 동안 수정에 매달리는 일도 생긴다. 다음 회 구상을 집중력 있게 하기 어렵다. 또한 지각비를 비판하는 작가들은 레진이 편집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A 작가는 “예를 들어 원고 규격을 미리 보내주지 않아 편집을 두 번 하게 만든다든지 지각 기준이 업로드 기준이냐 마감일 기준이냐로 지각비가 50만 원씩 차이가 날 수 있는데, 이런 설명을 제대로 안 해주어 작가가 피해를 봤을 경우 편집자의 책임은 없다든지, 편집자 쪽에서 미리 전달하여야 할 소소한 공지들을 작가 쪽에서 물어봐야만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작가 B는 “전체 관람가인 작품에 한 화만 19금인 수위라며 ‘19세 미만 관람 금지’를 작가와 상의 없이 결정하거나, 제목을 바꿔 달거나 심지어 유료 회차에 제대로 보낸 원고의 1/3 가량이 올라가지 않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문제를 확인하고 곧바로 수정 요청을 했음에도 그다음 날에야 수정됐다는 주장이다. 또한 작가 C는 “편집PD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내 경우 연출에 조언을 주는 경우도 없었고, 사실상 배포를 하는 수준이었는데, 오탈자 교정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지각비가 명분을 얻으려면 레진이 작품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레진의 고용 인원은 현재 100명으로, 그중 경력자 편집PD 4명, 주니어 편집PD 4명이 레진 코믹스를 담당한다. 레진 코믹스에서 현재 주간 단위 연재작과 10일 주기 연재작을 합쳐 총 185개의 작품을 연재 중이므로, 단순하게 나누면 PD 1명당 23개의 작품을 맡고 있는 셈이다. 레진이 사업을 정리한 웹소설 서비스의 경우 단 3명의 편집PD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많은 숫자일 수도 있다(웹소설 서비스는 지각비를 걷지 않았다). 하지만 턱없이 8명 중 4명이 주니어 편집PD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많은 숫자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작가들은 지각비를 내는 반면, 레진이 편집 과정에서 실수를 할 경우 작가들에게 어떤 보상을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들은 매주 컬러로 수십 컷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작가 A는 “세계만화 공모전 출시작의 경우 70컷 이상, 극화의 경우 65컷 이상을 권고 받는다. 독자에게는 당연히 많은 양의 내용을 볼 수 있어 좋지만, 작화의 퀄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에게는 무리한 요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정도 양의 마감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작가 몫이다. 작업을 도울 어시스트 작가를 고용하는 것 등도 모두 작가가 해결해야 한다. 작가 C는 “상식이라면 지각비는 작가가 마감을 지키지 못하는 원인을 찾아서, 그 원인을 해결하는 데에 쓰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레진은 지각비의 사용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 물론 그러지 않아도 된다. 조일영 변호사에 따르면, “기업이 그것을 공개할 의무도 없다.” 법적으로는 말이다.

물론 레진은 ‘MG제도’를 통해 작품이 적게 팔리든 그렇지 않든 연재를 하는 동안 월 200만 원 수익을 보장한다. 또한 작가를 건강보험에 가입시켜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점들은 레진이 사업을 시작한 초반에 시선을 모은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MG제도는 엄밀히 말해 월급과 같은 개념이 아니다. 그보다는 수익에 대한 선금에 가깝다. 레진은 작가에게 월 200만 원을 보장하되, 그 작품이 200만 원의 수익이 날 때부터 작가와 5:5로 수익을 나눈다. 수익이 200만 원이 넘기 전에는 그 이상의 돈을 벌 수는 없다. 그 자체로도 다른 플랫폼에 비해서는 작가에게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0만 원으로 어시스트 등을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작가는 혼자 엄청난 양의 마감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물론 수익을 내면 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레진에서 서비스하는 작품은 현재 185개다. 또한 유료 웹툰은 진입 장벽이 높기도 하다. D 작가는 “200만 원 수익을 내려면 도대체 얼마나 인기가 높아야 하느냐라고 편집PD에게 물었더니 TOP 100안에서도 상당히 순위권 안에 들어야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MG 이상의 고료를 벌지 못하는 셈이다. 또한 D 작가는 “계속 연재하는 작가도 있지만 3개월씩 끊어서 하는 작가들도 많다. 지각비나 작품의 퀄리티를 위해 연재를 끊어가며 하게 되는데, 그동안의 수익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사이에 작품을 위한 취재가 아니라 세이브 원고를 만든다. 작품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작가들 입장에서는 작품을 그려 돈을 벌기보다 지각비를 내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레진 관계자는 “7일 연재가 어렵다면 10일 연재를 하는 방법도 있다. 그것은 작가의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물론 그의 말이 맞다. 하지만 레진을 둘러싼 여러 논란의 출발점은 사실상 작가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들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C 작가는 “10일 연재를 할 경우 권고 컷 수가 올라가고, 지각비 비율도 더 높다. 신인 작가의 경우 주간 연재가 좋다고 PD들이 권고하는 편이기도 하다. 주간으로 해야 독자들이 작품이 올라오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게 좋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PG(페이 게이트, 결제 시스템을 제공해주는 회사)사 관계자에 따르면 “포털 사이트 웹툰 서비스를 제외한 플랫폼에서 짬툰, 탑툰, 레진 등이 업계에서 가장 매출을 많이 낸다. 그중 짬툰과 탑툰은 주로 야한 성인 서비스 위주의 이미지가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포털 사이트 연재나 성적인 내용을 다루는 작품을 연재할 것이 아니라면, 작가들은 레진 외에 연재할 곳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레진은 연재 중인 작가들 대부분에게 절대적인 ‘갑’이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들이 레진이 권하는 연재 주기와 양, 그리고 지각비 문제 등에 대해 이견을 보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현재 레진과 작가 사이의 일은 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노동, 더 나아가 사회 문화와 연결된다. 웹툰 작가는 프리랜서로서 고용이 불안정한 대신 작품이 성공할 경우 많은 수익을 얻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레진은 MG제도나 건강보험 가입 등을 통해 작가들이 겪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작가는 레진이라는 회사를 다니는 직원처럼 지각에 대한 패널티를 받고, 대부분의 작가들에게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는 레진의 요구에 쉽게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그 점에서 레진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프렌차이즈 기업과 점주들의 관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둘 사이는 일견 평등해 보이고, 점주에게 요구되는 사항은 프렌차이즈 가입과 함께 작성한 계약서를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계약 조항에는 사실상 ‘갑’과 ‘을’이 되는 양쪽의 힘의 관계가 반영된다. 지각비를 비롯한 레진과 작가들의 계약과 처우에도 이런 문제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또한 이런 관계 속에서 레진은 작가들에게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작가 E는 “1코인당 140원으로 봤을 때, 30%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수수료로 낸다. 그러나 19세 이하 관람 금지인 작품은 볼 수 없다. 레진 완전판이라는 앱을 따로 다운받아서 설치해야 하는데, 똑같이 30%의 수수료를 물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레진 관계자는 “PG사가 레진 완전판 앱에도 30%의 수수료를 가져간다”고 말했다. PG사 관계자는 “구글 플레이나 애플 스토어는 지정된 PG사가 있어 무조건 30%의 수수료를 내지만, 기업에서 배포하는 앱은 기업에서 지정한다. 수수료 30%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레진 정도의 매출을 찍는 기업에게 그 정도로 많은 수수료를 붙일 수가 없을 것이다. 12~15%가 통상적”이라고도 말했지만, 레진이 완전판 앱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작가에게 잘 설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작가들은 복잡한 계약 속에서 상당한 양의 원고를 연재하면서도 지각비를 내고, 더 복잡한 수익구조 속에서 자신의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한다.

과거 포털사이트의 뷰를 올리기 위한 수단이었던 웹툰은 이제 대중문화 산업의 한 축이 됐다. 그리고 레진이 최초로 유료화 시장을 열면서 산업의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과거 작가와 편집자의 실랑이 정도로 여겨졌던 마감은 이제 계약과 돈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플랫폼이 작가에게 패널티로 지각비를 받는 시대. 레진이 나쁜 기업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것은 어쩌면 웹툰이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산업화의 방향이 작가에게도 좋은 것일지는, 아직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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