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생민의 영수증│② 김생민의 돈과 인간

2017.10.17
KBS,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은 불황의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경제생활에 대한 나름의 원칙을 제시한다. 욜로(YOLO,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와 반대되는, 혹은 욜로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김생민이 말하는 돈과 삶에 대한 태도는 시청자들이 ‘김생민의 영수증’을 보게 되는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물론, 김생민이 늘 강조하는 대로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계단을 밟아서 차근차근 가야만 우리의 열매를 지킬 수 있다

‘돈은 안 써야 한다’를 제1원칙으로 삼는 김생민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에게 작은 목표를 꾸준히 실천하며 밑천을 마련하라고 강조한다. 일단 돈을 적게 써서 비용을 줄이고, 그 돈으로 적금을 하며, 그래서 월세로 사는 사람들은 반전세로, 반전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한다. “ABCDEF로 우리가 F에 도착하기 위해서 과정을 밟습니다. 이건 정말 중요해요. 0.01%의 친구들이 A라는 행위를 하고 F로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인생에 접근하면 안 됩니다. 갑자칩을 샀는데, 그다음 날 감자칩 가격이 오른다. 그것은 말도 안 되는 확률입니다. 우리는 순서를 지켜야 합니다.” 또한 김생민은 이런 과정을 실천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런 습관을 기르고 노력하는 것 자체로 사연 신청자에게 “그뤠잇”을 준다. 티끌 모아 티끌이지만, 그거라도 긁어모아 “긍정적인 자세로” 삶을 살아보는 것이다. 왠지 로또에 눈이 더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말이다.

자유롭지 못하면 그만한 이득이 있고, 자유로우면 그만한 손해가 있다

“저축과 재테크는 공기와 같다. 항상 같이 해야 한다. 이것을 ‘할까 말까’가 아니라 꼭 해야 한다.” 김생민의 돈을 모으는 법은 안전한 저축을 기본으로 한다. “안전하면 지루하고, 다이나믹하면 바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목돈을 마련할 때까지는 수익률이 높지만 그만큼 돈을 잃을 위험이 있는 펀드나 주식 같은 상품보다는 위험이 없는 적금을 하라고 추천한다. 또한 적금을 할 때는 자유적금보다는 계좌이체로 자동으로 들어가는 월 단위 적금을 강조한다. 그리고 가계부를 쓰는 습관을 꼭 가지라고 하는데, “가계부가 돈을 벌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재테크의 습관을 기르고 돈을 모을 수 있는 나침판이 되어준다”는 이유다. 다만 내 집을 장만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야 하는 기간이 평균 5.6년이다. 월 200만 원 이하를 버는 사람은 10년 넘게 걸리는데(국토교통부 ‘2016년 일반가구 주거실태조사’),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열매를 얻기 위한 계단이 FGHI…로 계속 늘어가고 있기에 얼마나 더 계단을 밟아야 할지 아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걸어가야만 하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네 일은 네가 해라

부모님이 마련해준 서울 집에서 동생과 거주하는 30대 후반 비정규직 교수에게 김생민이 던진 말이다. 김생민은 엄마가 다리 아플까 봐 산 6만 3천 원짜리 스탠딩 다리미판에 대해 ‘워스트 바이’를 줬다. “38살의 성인 자식을 둔 엄마가 왜 딸 옷까지 다려야 하느냐”라면서 “네가 하라 이거예요”라며 그의 생활 태도를 지적했다. 교수인 의뢰자가 아무리 훌륭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도 “엄마에게는 철없는 딸”밖에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90~120만 원을 저축하면서 그에게 필요한 것은 솔선수범, 신뢰, 희생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부모님의 지원이 든든하지만 부모가 눈치를 주기 때문에 서로 불편해지면서 독립을 꿈꾸게 됐을 거라 추측하고, 그렇기 때문에 가족과 마찰을 줄이기 위해 동생을 챙기며 솔선수범하라고 주장한다.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신뢰를 주면서 가정을 챙기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혼신의 힘을 다하는 희생을 하다 보면 앞으로 인생이 더 나아질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 김생민은 이런 조언과 함께 “가능하다면 굳이 부모의 울타리를 빠져나와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기도 했다.

말초 신경 관리를 해야 한다

비정규직 교수인 의뢰자는 연구실에만 있기 답답하다며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이 패턴은 6일, 7일 간격으로 나타난다. 결혼 3년 차 잘나가는 IT업계 프리랜서인 의뢰자는 백화점과 마트, 할인매장, 브랜드 패밀리 세일 등을 지나치지 못하고 보이는 족족 소비를 하며 하루에 70만 원어치 옷을 사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생민은 “말초신경이 무너진 거예요”라며 “사람이 너무, 너무, 너무, 행복해! 이런 환희가 금융에서도 나옵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너무 슬퍼, 슬퍼, 슬퍼 으아아앙! 이런 공포, 패닉도 나오죠”라는 그의 말처럼 일상의 소비는 목적합리성을 갖기보다는 주관적, 감정적 가치에 따라 움직인다.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구간은 오차 범위 안에서 살아야 하는데, 지나가는데 할인매장에 1+1이 보여요. 그리고 80% 세일이 나오면 심장이 벌렁거리죠, 그리고 얼마를 사든 커피 한 잔이 무료! 이러면 완전히 무너지는 거죠! 너무 기쁠 때 자제하는 습관, 너무 슬플 때 자제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말초신경이 무너지면 7만 원에 막을 수 있는 상황에서 70만 원을 쓸 수도 있다. 그래서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김생민의 말은 불황 시대에 소시민이 생존할 수 있는 생활윤리에 가깝다. 또한 때때로 숙취해소 밀키스를 마시거나, 티슈를 구입한 것에 대해서도 꾸짖기도 한다. 김생민 역시 무조건 절약만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밀키스나 티슈를 쓰는 것 정도는 저축이 없는 상태에서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라

“옷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커피란 무엇인가 생각해보죠.”, “TV란 무엇인가 생각해야 돼요.”, “목욕탕이란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세요.”, “다이어트란 무엇인가 깊게 생각해보시고요.”, “사실 가죽 자켓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해봐야 하는데요.” 매회 빠지지 않는 김생민의 말이다. 우리가 “절실함”이 있다면 매번 소비를 할 때마다 ‘~은 나에게 무엇인가’에 대해서 깊은 고찰을 해야 한다. 소비를 할 때마다 불교의 화두참선을 하는 자세로 소비에 관한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문자답을 하다 보면 물건을 하나 사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알게 되니, 이것을 ‘김생민’이라는 경지라 해도 되겠다. 이 경지에 오르면 “아빠 이거 사줘.” “아빠는 돈이 없어.” “왜 돈이 없어?” “아빠가 능력이 없나 봐.” “무슨 말이야. 돈 벌어와.” “돈이 잘 안 벌려.”와 같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도 흔들리지 않는 습관을 갖게 된다.

이걸 내가 왜 해야 하지?

저축이란 미래의 소비를 위해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비는 경중완급을 해야 한다. 경중완급이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 급한 것과 급하지 않은 것을 뜻한다. 그래서 사연을 받을 때도 자기소개서를 구체적으로 받고, 어떤 것을 이루고 싶은지에 대해서 서술하도록 한다. 왜 그것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목적을 두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해야 할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김생민의 영수증’이기 때문이다. 김생민은 아침에 일어나 고양이 치약을 사고, 새벽에 13만 원어치 인터넷 쇼핑을 하며, 야식으로 떡볶이를 먹지만 다이어트 음식을 사고, 선풍기를 사지만 에어컨 청소를 하는 의뢰자에게 “무엇이 먼저냐 순서대로 침착하게 적어놓지 않으면 계속 정신이 흔들리면서 즉흥적인 소비를 하게 되고, 계속해서 고통이 온다”는 말을 한다. 그에 따르면 인생의 목적을 위해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고, 그사이에 감정과 함께 일어나는 소비를 억누르며, 목적에 알맞지 않는 소비는 고통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절제해야 한다. 역시, 김생민의 길은 멀고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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